프라도 미술관을 나와 걸어서 면세점에 갔다. 어차피 가야 하는 코스라 할 수없이 가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가이드도 여행객들이 값비싼 가방을 많이 살 거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여행가는 목적이 쇼핑인 적이 있었다. 일제 카메라, 비디오, 코끼리 밥통 같은 것을 사오는 게 큰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제품이 일제를 앞선 제품도 많고 한국에서 직구를 통해 값싸게 대부분의 제품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주어진 45분 동안 가게 안을 어슬렁거리며 살만한 제품이 있는지 만지작거렸다. 스페인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6유로짜리 컵 3개를 구입했다. 와이프는 가방이나 목도리 같은 제품을 열심히 조사하고 있었다. 난 그녀가 그걸 사리라고는 애초에 생각지도 않았다.
사치라는 DNA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난다. 아무리 어려워도 돈을 빌려서라도 명품만을 사는 사람,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치품은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분수에 맞지 않게 명품만을 사 모으는 여자는 노름에 미친 남자와 비견될 만큼 심각하다.
저녁은 사랑방이라는 한식당에서 제육볶음을 먹었다. 음식이란 습관과 비슷하다. 한국사람에게 한식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사실 같이 여행 온 멤버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식사시간이다. 친구라고 알았던 L 은 알고 보니 모녀관계였다. 50대 나이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는 동안을 가졌다는 게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