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시각 새벽 3시 35분.
브라질에서 놀러 온 친구와 고기썰고 와인 한 잔 한 뒤 집에 돌아왔다. 침대에 엎드려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스팀잇에 대댓글을 달고 났더니 아이스크림 통은 이미 텅 비었고, 시간은 벌써 이렇게 되었다. 자려고 누웠다. 누웠다가 일어났다. 이러다 낮 12시 이후에 깨면 한국시간으로는 18일이 지나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dyuryul 님의 지원을 하루 놓치게 된다. 이 지원을 받기 위해 처음으로 스팀달러를 스팀으로 바꾸었다. @dyuryul 님께 7스팀을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보상은 총 약 10.5스달, 1.8스팀이라고 하는데 요즘 시세에 이것이 득인지 실인지를 알 수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내가 매일매일 글을 쓰게 될 것이고 내 글이 @dyuryul 님의 큐레이팅에 소개가 된다면 한 명이라도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신청했다. 스달 바꾼다고 볼 줄도 모르는 그래프를 한참이나 보고 있자니 머리가 쑤셔 룸메이트에게 대신 바꿔달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10스달 바꾸는데 그랬다.
요즘들어 포스팅 제목을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 고민한다. 지난 번에도 <파타고니아> 라고 달랑 올렸다가 @ohthisisit 님의 댓글을 보고 <그림보다 그림같은 풍경 파타고니아 | 빙하 위에 우뚝 솟아 연기를 뿜는 산 | 아르헨티나> 라고 제목을 바꾸었다. 어제 글 역시 <엘 찰텐에서 내가 먹은 것> 이라고 제목을 쓰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springfield 나 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제목과 상관없이 글을 읽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사람이 많을까? 읽어주길 바라는 글을 썼다면 글을 읽게 만드는 제목을 써야 하는데, 그런 제목을 지어 본 적이 없다!
늘 조금은 감춰왔고, 주목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던 내가 이제는 날 좀 보소! 라고 외쳐야 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글 속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쓰는 이도 있고 낚시글을 쓰는 이도 있다. 물론 그저 <근황> 이란 제목을 써도 수많은 독자가 찾는 이도 있다. 이미 컨텐츠가 검증되었거나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다. 요는 나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말이다. 내가 엘찰텐에서 뭘 먹었는지 사람들은 안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아껴두었던 정답을 제목에 노출시키기로 했다. <파타고니아 통 훈연 양고기 구이 & 남미식 만두와 비프까스를 맛보다 | 아르헨티나의 엘 찰텐 마을>. 자, 카드를 깠으니 오시지요!
관심 없는 사람의 관심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남들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나야 편하지만, 그래서 서운했던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내가 그런 것에도 이유는 있다는 변명을 위해 또 아빠를 소환한다. 내가 허리까지 오는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자른 뒤 아빠, 저 변한 거 없어요? 했더니 아빠는 ...키가 좀 컸나? 라고 물어 오셨다. 나도 이런 식이다. 친구나 가족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법도 없다.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다.
그런데 스팀잇을 하며 남에게 관심을 기울이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내게 찾아와 준 사람들 뿐 아니라 뉴뉴비를 포함한 모르는 사람의 글도 읽는다. 댓글을 달고 보팅을 하고 심지어 먼저 팔로우를 하기도 한다. 스팀잇에 글 올리는 사람 중에 관심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받았던 관심을 보답하고 싶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외로운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더욱이 내가 나서지 않고 소통에 힘쓰지 않으면 나를 봐주는 사람, 이야기를 걸어오는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그 바람에 나같은 집순이가 계속 다른 집들을 구경하러 다니며 자꾸 나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내가 페이스북보다 네이버 블로그를 선호했던 건 그 곳엔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찾아오는 이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거의 모든 글을 비공개로 해둔 것은 나의 사생활을 알리고 싶지는 않지만 기록할 곳은 필요했기 때문이다(내 자신과 대화를 나눌 곳도 필요했고). 그뿐 아니라 그동안 내가 찍은 수만장의 사진 99% 가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외장하드에 잠들어 있었다. 나도 남한테 관심이 없었지만 어지간히 남들 관심이 필요없었나 보다. 어쩌면 늘 관심을 받는 입장이었기에 그것이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도 이렇게 내 마음을 드러내는 이런 글을 쓰고 꽁꽁 숨겨둔 사진을 올리고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피드백이 필요했던 탓도 있지만, 내가 나를 보여주는 만큼 나에게도 돌아오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진심을 담아 쓴, 어떤 때는 본심을 드러낸 솔직한 글을 읽으며 나 또한 공감하고 위로 받는다. 쑥스럽거나 반응이 두려울 수도 있는 본인의 그림과 소설을 용기있게 공개한다. 그만큼 성장하겠지. 사실 아직도 나를 보여주는 것은 겁이 난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여는만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이 곳에서 배운다.
현재시간 오전 7시.
글을 올릴 때 쯤엔 글쓰기 시작한 지 5시간 정도 지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12시간 차이가 난다. 나는 또 스팀잇한다고 밤을 홀라당 새어 버렸다. 뭐 하나에 빠지면 절제를 못하는 자신을 알기에 스팀잇도 애초에 시작하지 않으려고 했다. 글에 달리는 보상에 신경을 쓰지 않을리도 없는 데다 명실상부 SNS 이니 집착하고 중독되는 것은 시간문제에 자칫 남들과 비교하는 부작용까지 얻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스팀잇을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나는 폐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후 한달이 지난 현재.. 보상에는 더이상 집착하지 않는다. 실력이나 노력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스팀잇도 좀 설렁설렁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더 중독이 되어간다. 다른 것이 아니라 이놈의 소통과 유대감에. 오늘도 하루종일 밖에 있으며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른 댓글에 대댓글 달고 싶은데’, ‘내 글(댓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지 몰라’. 남들과의 비교? 그건 최근에 하기 시작했다. ‘내게 큰 스파가 생긴다면 저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내가 다운보팅을 당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나는 저 사람처럼 유익하고 정성을 들인 컨텐츠를 제공하나’ 등등...내가 우려했던 부작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돌아보고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게 왜 노출이냐고? NO出!! 스팀잇엔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ㅁ<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노출되고 있다. 나 역시 이왕 노출한 마당에 뜨거운 스팀잇에 몸 푸욱 담갔다가 묵은 때를 좀 밀어야겠다. 때를 벗기고 피부가 매끈매끈 반짝이면, 음. 그래서 더 노출하고 싶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오랜만에 술 한잔하고 밤까지 새가며 쓰는 글이라 자고 일어나 엄청난 이불킥을 하며 대폭 수정을 할 것 같다. 특히 NO出 (...) 출구고 뭐고 퇴장각인듯 하다. 아직은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