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ed by
@carrotcake
1
기숙사 복도에서 죽어가는 장수풍뎅이를 봤다.
이 애는 죽을 것이다.
내가 밖에 놓아주지 않으면, 오늘 새벽이든 아침이든 언젠가 힘없이 밟혀 죽을 것이었다. 물을 마시던 와중, 방으로 가던 내 길을 잠시 보지 않고 그 아이만 봤다. 잠시 그대로 있었다. 무언가에 숙연해져 그 자리에 있었다. 아마, 고통이 보였겠지. 사람이든 동물이든 세상의 모든 생명은 모두 고통으로 엮여있으니까.
생명의 경중을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생명이 더 중하고, 어떤 생명이 더 가벼운지. 사람이 그걸 판단할 수 있을까. 만약, 신이 내 부모와 친구의 죽음을 고르라고 한다면 난 그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빌 것이다.
기숙사 복도에 누워 발버둥 치던 그 벌레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한다.
2
즐길 수가 없는 상태다. 우울감이 지배하고 울음이 나올 때가 많다. 병원을 한 번 가보려 한다. 약만 주는 병원이 아니었으면 한다. 어떨까? 뭐라고 할까? 내가 아픈 사람이라고 하려나. 궁금하기도 하다. 마치, 난 내 상태가 뭔지 알고 있으면서 그 상태라고 확정 지으려고 병원을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병이다.
3
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들을 까먹지 않게 메모한다. 물론, 다른 것들도 메모한다. 기록이 습관이 되어버린 지금, 난 무얼 적고 싶을까. 메모장을 펼쳐보면 사랑, 우울, 아픔, 기쁨, 웃음, 행복들이 들어있다. 가끔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 지어진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닉과 노라의 플레이 리스트', '레드 스패로', '버닝'이 있다. 버닝은 한 번 더 보고 싶다. 그런데 돈이 없다. 크크.
4
현상유지는 퇴보라면서, 왜 난 퇴보하기를 자처하고 있는 걸까. 피부가 좋지 않다고 피부과에 다닌다고 마음먹었으면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늦게 잠자리에 든다. 미쳤다. 뭐가 중요하다고.
5
당케님이 일러스트를 그려주실 때,
위태로운 젊음 -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지지만 쉽게 쓰러지지는 않는 아슬아슬함을 살려보고 싶네요.
이런 느낌으로 그리셨다고 하는데 요즘 나를 정확히 표현해주신 것 같아 감동이었다. 요즘 나를 정의해보자면, 아슬아슬함 그 자체인 것 같다. 항상 웃고 다닐 때가 많았지만 웃고 싶지 않다.
6
오늘도 우울한 글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런 글들만 나오면, 그냥 내 안에 담아둘까도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도 수고했어, 나야.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