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붙잡고 산다. 붙잡히는 것이 아니다, 계속 손에서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걸 놓는다고 해서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마음이 불안해해서 계속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에 나오는 대화가 있다.
한 남자가 뜨거운 공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스님, 너무 뜨거워요. 저 어떡하면 좋죠?"
"그냥 놔."
"네? 이걸 어떻게 그냥 놔요?"
"그럼 어떻게 안뜨거울 수가 있겠니."
"아니, 이걸 어떻게 놔요!"
"뜨거우면 그냥 놓으면 돼. '그냥'"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의지가 없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게을러질 때 항상 곱씹어보는 말이다. '그냥' 이라는 말이 주는 힘은 맥이 없다. 사실 '그냥' 한다는 것에 대해 나는 할 수 없었다. '그냥' 뭔가를 하면 포기할 것들이 많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레 겁을 먹고, 내 인생이 잘못되지 않을까 생각만 했다. 내가 생각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때, 난 이 지옥같은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딱히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진지한 고민을 해봤을 때, 난 진짜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돌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시작은 분명 서툴렀다. 지나가는 길들을 잘 밟아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도록 최소화하는 방법도, 기준들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물론 지금도 겪고 있고.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6개월 전의 나는 항상 행동으로 뭔가를 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의 가치를 위해 한 발씩 조금이라도 나아가려 노력했다. 지나가다 길거리에 담배꽁초가 놓여있으면 쓰레기통에다 넣었다. 내 옆의 누군가가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바닥에다 버리면 그냥 내가 주워다 담았다. 그때, 그 순간들의 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변명을 만들어 내기 전에 실천을 했다. 그런데 나는 나만 바뀌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주변의 이들은 하나 둘씩 나를 따라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건 직접적으로 그들이 나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였지만, 내가 그런 가치관으로 살기 시작하고 한참 뒤의 일이었기 때문에 나조차 나의 영향에 대해 느낄 새가 없었다. 그리고 그걸 느꼈다고 해서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애초에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포장한 '나' 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나는 한 발짝씩 나아갔다.
요즘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공부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기 전에도 항상 후회되는 것들이 있었다. 내가 '그냥' 을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예전과 같이 불안해서? 아니면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다 맞는 생각이었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찔려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문제는 사랑이었다. 사랑. 다른 사람에 대한 것 말고 내 안의 사랑. 그리고 믿음. 그것들이 조금씩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무엇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할 지를 생각했다. 스팀잇에 오고 나서 나는 글로서 나를 느껴나갔다고 생각했다. 초반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의 나를 되돌아보니, 바빠지니까 그냥 손을 놓게 되는 것들이 생겼다. 그건 솔직함이었고 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었다. 비단, 글에서만이 아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소홀히 대하고 있었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꾸만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었다.
난 일기를 포기하지 못했다. 내가 스팀잇에 오고 나서 지속적으로 써오던 일기는 누가 봐주지 않아도, 보팅하지 않아도 그저 쓰기였다. 그렇지만 근래에 들어 일기에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일기가 그래서 일기인가보다. 우선 나는 일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써야한다는 강박에로부터의 자유를 만끽하기로 했다. 스팀잇에 오고 나서 하루도 포스팅을 빼먹은 적이 없다. 처음에는 재밌어서 중독이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독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내 독이 이 독이었나보다. 내가 나를 가둬버렸다. 하루에 꼭 한 번은 글을 적어야, 내가 무언가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했나보다. 내가 약해질까봐 두려운 것도 한 몫했다. 난 나 스스로부터 믿어야한다. 의지가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뜨거운 것을 놓는 것 뿐이다.
난 돈을 벌어야 한다. 내 마음을 위해서 벌어야 한다. 돈이 최고가 아니지만, 마음을 급하게 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일조한다. 나중에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어쩔 수 없지.' 하며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일로서 벌고 있지 않지만, 나중에는 일로서 꾸준히 나를 실천해나갈 것이다. 내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는, 현재를 충실히 살며 후회를 하지 않고 옳은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 사랑하기. 믿기. 최선을 다해서, 나중에 실패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럴 수 있지.' 하는 것. 돈이 없어도 '그냥 그렇구나' 하는 것. 또 하나 중요한 건 돈이 목표라면 그 길을 경계할 것.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실천할 의지가 부족해, 자꾸만 붙잡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포기할 것들은 내려놓고 중요한 것들이라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너무 많이 놓쳐가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불안하지만, 난 내 감정을 다스려 나갈 것이다. 아, 말이 삼천포로 샌 것 같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하지.
아무튼, 나는 오늘부터 지속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내 손에서 놓음으로서 중요한 것들을 찾는 여행을 떠나볼 것이다. 그게 시가 될 수도 있고, 에세이가 될 수도 있다. 하찮은 내 공학 지식이 될 수도 있고 쓸데 없는 과학 지식이 될 수도 있다. 뭐가 나올지 모르고 어떤 것에 내가 중점을 둘 것인지도 모르지만, 난 나의 형식들과 강박에서 벗어날 것이다.
여러분도 강박이 있으시다면 '그냥' 놓아보세요. 저는 떠납니다.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