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 닥치면 발현되는 감정이라는 게 있는 것일까. 고정적으로 말야. 즉 거부하고 싶은 상황이 되면 화를 낸다거나,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슬퍼한다거나, 무서운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거나 하는 것. 즉 감정이라는 것이 내 안에 있고 그것들이 어떤 상황이 닥치면 발현되는 것일까. 그것도 특정한 패턴을 가지고 말야. 누구나 동일하게 말야.
감정에 대한 고전적 견해는, 유형적 사고였어. 대표적으로 폴 에크먼을 들 수 있는데 이분의 견해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누구나 동일한 감정이 있다는 거지. 그 감정은 행복, 슬픈, 두려운, 화난, 역겨운 이었어. 그리고 이 감정은 얼굴에 미세한 표정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지. 즉 슬플때는 입술이 아래로 쳐지는데 반해 화날 때는 입이 사각형이 된다거나 하는 등등. 누구에게나 동일한 신체표지가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걸 바탕으로 한 미드 Lie to Me야. 여기선 얼굴에 드러나는 미세표정을 분석해서 그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있었고, 그런 감정은 어떤 상황으로부터 발생했는데 해석해.
말하자면 누구나 어떤 감정에 대해 동일한 신체 표현을 하며, 어떤 상황이 닥치면 동일하게 반응한다는 거지. 이와 같은 견해들을 좀더 강하게 밀고 나가면 감정이란 실체가 있고 그 실체는 이성과 대비되는 것이며, 통제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가능해. 그리고 어떤 맥락에 따라서 어떤 감정이 마치 클릭하듯 발현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거야.
그러나 동일한 신체 내용을 가진 감정이라는 실체가 존재하는 것일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서 발현되는 감정은 다양하다고 해. 사회에서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였는가, 받아들여져 왔는가 그리고 그동안 개인사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된다는 거지. 또한 같은 감정이라도 발현되는 신체적 표지가 다르다는 거야. 즉 슬프다고 꼭 입술이 쳐지지 않아도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거지. 내장에서 어떤 것이 욱하거나 이런 것처럼 말야.
이런 입장을 구성된 감정이론이라고 해. 감정에 대해 좀더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된 거야. 뇌는 예측기계야. 그래서 뇌는 어떤 상황이 되면 그걸 해석하지. 과거의 자기 경험을 비추어서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해석해. 과거에 불안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은 같은 상황을 불안이라는 감정의 범주로 해석해.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 감정을 신체적으로 표현해. 반면 과거에 그 상황을 성공의 기회로 경험한 뇌는, 희망이라는 감정으로 해석해. 그리고 다양한 신체적 표현으로 희망을 표현해.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사람이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을 하는 거야. 그리고 표현하는 거지.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말야.
말하자면 감정은 해석이야.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어떤 감정이 타당하겠다 하는 해석이라는 것이지. 따라고 고정된 감정이라는 건 없어. 변화의 여지가 있다는 거야. 그런 경험 있잖아? 같은 과거의 경험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달리 해석되는 것 말야. 과거는 끊임없이 해석되는 것이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유사한 상황에서도 감정은 달리 발현되겠지? 해석이 달라지면 말야. 맥락이 달라지면 말야.
해석이 중요해. 한걸음 떨어져서 그 상황에 대해 달리 해석하기 시작하면, 감정이 달라져. 이전에 익숙한 감정적 반응패턴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설사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해도 그 감정이 고정된 감정은 아니야. 변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거야. 단 그 상황에 대해 벗어남이 필요해. 고착되어 있던 마음이 풀려나는 것이 필요해. 그러기 위해서는 멈춤이 필요하지.
살면서 멈추는 시간이 얼마나 있어? 빈 공간을 좀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익숙한 해석, 익숙한 감정적 반응에서 떨어진 멈춤의 시간. 그 멈춤의 시간이 감정에 매몰되지 않게 할 거야. 감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