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선거제도, 다시 말해 사표(死票)를 양산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는 인위적으로 다수당, 제1당을 만들어내는 불합리한 선거제도입니다.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 민주적 대표성을 왜곡시키는 제도입니다. 지역주의에 기반한 양당제 시절의 낡은 유물입니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들은 이제 국회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어서 근본적인 정치개혁의 길로 나아가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24일 정의당 전 대표이자 대선후보였던 심상정 의원이 자신의 페북에 올린 글이다.
소선거구제는 선거구당 단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도록 지역구를 작게 나눈 것이다. 이 소선거구제는 전라도, 경상도와 같은 특정 지역에는 어느 특정 정당의 깃발만 들어도 당선이 된다는 정치 지역주의를 고착화시켰다. "사람은 좋은데 당이 마음에 안들어서..."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이러한 지역주의에 분루를 삼켜야만 했던가?
박정희가 김대중 후보를 전라도의 군소 정치인으로 의도적으로 폄하하면서 시작된 정치 지역주의는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3당이 합당하여 민주자유당을 탄생시키면서 거의 완성되었다. 3당 합당에 소외된 평화민주당은 전라도에서, 민자당은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한 경상도에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되는 정치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치개혁엔 관심이 전혀없는 수구 세력들은 이러한 소선거구제만큼 좋은 것이 없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래 선거 공약은 말 그대로 空約이 되어버렸다. 정책 연구도, 훌륭한 candidate debate도 지역주의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결과 어떤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였다.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캐스팅 보우트 역할을 하게된 군소정당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한 군소정당들이 선거구제 개편을 요구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정의당의 경우 20대 총선의 정당 득표율은 약 7%였으나 비례대표를 포함한 의석수는 겨우 6석에 불과하다. 정당 득표율대로 국회 의석수를 차지한다면 21석으로 원대교섭단체까지 만들 수 있는 수치이다.
다행히 이번 대선에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또한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국민의 여론이 뒷받침된다면 다음 총선 전에 선거구제 개편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다음은 정당별 선거구제 개편 추진 방향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독일식정당명부제는 지역구 당선인 수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정된 의석수보다 적을 경우 그 차이를 비례대표로 충원해주는 제도다.
반면 바른정당은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다. 선거구를 지금보다 크게 만들어서 각 지역구에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 자유한국당은...? 예상한대로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 지역주의에 안주하여 자기 밥그릇을 뺏기지 않겠다는 심보다.
4년마다 반복되는 총선을 보면서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필요한가? 선거제도에서 지역구라는 것은 국토가 방대하여 지역별로 추구하는 이념과 이익이 달라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 세력이 필요한 경우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독일처럼 하나의 국가가 여러 개의 state로 구성된 경우가 그러하다.
총선때만 되면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내려와서 학교와 같은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심지어 개인의 경조사도 깨알같이 챙긴다. 과연 초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아주는게 국회의원의 역할인가? 주유소 개업식에 화환을 보내는 것도 국회의원이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어떤 선거구제로 개편이 되든지 간에 다음 총선 때는 "사람은 좋은데 정당은 맘에 안들어서..."라는 말은 안 들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