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2일 회복일기
오늘은 마약 중독자들의 이야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뭔가 꼭 얻어서 돌아온다기보다는 그냥 아무 말이나 하고 싶어서, 또는 아무 말이나 듣다 오고 싶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다녀오곤 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눈만 보고 집에 돌아와도 뭔가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어요. 중독자들은,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그간의 고통의 무게까지 느껴지거든요.(※저만 그렇고 다른 분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오늘은 사람들 앞에서 '자살'이란 주제로 얘기를 꺼내어봤어요.
"사실 저는 요즘 죽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배우 전미선씨가 죽었다길래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번주 저는 사회에 복귀해요. 창업을 선언하고 저만의 누리집도 오픈해요. 지난 몇개월간 창업을 준비하면서 자살 생각을 좀 참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창업 시작을 며칠 앞두고 나니 다시 죽고싶다는 생각을 해요.
두려워서 그러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도와줄테니 열심히 해보라고 권했지만 내 예상과 달리 잘 안되면 어떡하지?’, '만약 후원 회원이 몇명 안되어서 몇개월만에 문 닫으면 어떡하지?' '내가 다시 이 사회에 쓸모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으면 어떡하지? 그 이후에는 무슨 목표를 갖고 살아야하지?'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그냥 죽는게 마음 편할텐데 왜 이렇게 죽는 건 간단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부모님을 봉양해야 한다는 자식으로서의 책임감이란게 있어서 저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확률은 낮은 것 같아요. 여러분은 자살 생각 안하시나요? 지금 안한다면, 과거에는 어땠어요?"
저때문에 모임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진 것 같았습니다. 짧은 침묵 뒤에,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 품어두었던 사연들을 꺼내기 시작했어요. 거의 한 시간 내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가슴으로 울다가 돌아왔어요. 사람들은 저를 부둥켜 안아주었고, 저도 그들을 부둥켜 안았어요.
모임의 원칙상, 제가 다른 사람들의 사연은 절대 공개할 수 없어요. 다만, 사연들 속에 이거 하나는 공통적이었던 것 같아요.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야 살수 있다!
다들 자신에게 맞는 그 삶의 의미를 하나씩 찾아낸 끝에, 그래도 죽는 거보다는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았어요.
저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한번 생각해봤어요.
연로하신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은?
기자로서 여전히 이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 받는 것?
이번주 저는 '저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 맞아요?' 라고 우리 사회에 말을 걸어요. 그걸 위해 몇개월을 달려왔는데 막상 실행을 목전에 두니 두렵고 도망치고 싶어져요.
'감히 '뽕쟁이'가 다시 기자를 하겠다고?
박유천도 가수를 은퇴했는데 넌 왜 다시 기어나오려고 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악플을 달겠지요. 후원회원이 제 예상만큼 안모일 수도 있겠지요. 그 과정을 잘 버텨야 하는데,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달리기의 출발선 앞에 다시 서니 손과 발이 떨리는 것 같아요. 마약도 안했는데 말이죠.
어제는 국세청에 사업자등록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사 창업은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며 신청 자체가 취소됐어요. 1인 미디어라고 해도 그런 절차가 필요하다고 해요. 그러면서 저더러 사업장은 있냐는 거예요. 사업장같은 거 당연히 없죠. 돈좀 있으면 커피숍 책상이 일터이고, 돈없을 때는 친구 사무실의 책상에서 기생하다가 돌아오고 그렇게 일하는데. 근데 사업장 등록은 반드시 해야 한대요. 월세 낼 돈도 없는데, 대체 사무실을 어떻게 마련하라는건지. 그냥 일단 제가 거주하고 있는 월셋집을 주인의 허락을 받고 사업장으로 등록해야 할 거 같은데, 그러려면 또 집주인의 허가서를 받아와야 한대요. 아이쿠. 집주인이 허락을 해주려나. OTL 막상 오늘 이런 일을 겪으니 세상을 마주하는게 좀 두려워졌어요.
그래도, 잘 극복해 봐야죠. 해보는 데 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가서 다시 살지 말지 고민해보죠 뭐.
오늘 모임을 다녀와보고 느낀 건, 자살에 대한 고민이 그래도 저는 정말 얕은 수준이란 것도 알게 됐습니다.
적어도 저는 자살을 직접 실행에 옮겨본 적은 없으니까요.
중독자들이 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으면서 하루하루 어떻게 삶을 내려놓을 고민들을 하는지, 그리고 극단적 선택을 어떻게 실행하다가 실패하고, 그 실패 때문에 또 좌절하고 사는지 우리 사회는 잘 몰라요. 그냥 누가 자살하면 '왜 죽었을까' 잠깐 궁금해 하다 말아요. 이 냉정한 사회가 '죽음의 가해자'라는 생각은 못해요. 난 분명 죽는다고 죽었는데, 눈을 떠보니 살아 있는 거예요. 그 끔찍한 기분을 알아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그게 중독자들의 삶이에요. 오늘 그런 경험담을 많이 들었습니다.
중독자들이 우리 사회에 대고 '우리 이렇게 살고 있다'고 소리지른 적이 없기 때문에 모르는 거예요. 알턱이 없지요.
저는 소리 지를 거예요. 그렇게 소리 질러보다가, 그래도 회복이 안되면 그때 가서 삶을 내려놓아도 늦지 않겠지요?
일단 소리 지르자!
소리 질러보자!
중독자도, 이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