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땀도 잘 흘리는 집사람인지라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미안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최소한 몇 번은 대신해서 저녁을 준비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더라. 귀찮기도 했었고, 또 어떤 날은 건강상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서야 비로소 오랜 시간의 고민을 뒤로하고 요리를 하게됐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 전, 또 몇번을 내가 음식을 할까 싶은데, 이 집에서의 마지막 요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
'아내의 식탁'이라고 하는 앱을 통해서 버섯 크림 파스타의 레시피를 여러 차례 정독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또한 필요한 몇 가지의 식재료를 구입 했지만, 요리하는 시간을 단축시켜주겠다는 이유로 재료를 다듬는 과정은 기어이 아내가 하겠다 하여 그리하라고 했다. 때문에, 온전히 이 요리를 내가 했다고 볼 수 없지만, 뭐..
사진이 별로 이쁘게 나오지 않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보기에는 그럴 듯했던지라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면을 삶을 때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기에 여간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면을 삶을 냄비의 깊이가 얕았기 때문에 모두 물속에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했다. 하지만, 식재료들을 볶는 동안 물속에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한 면의 끝부분이 냄비에 닿아서 딱딱하게 굳어져 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집사람은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크림의 농도가 너무 걸쭉해서 별로였다. 그래도 면을 어느 정도 적실 수 있는 정도의 양은 되어야 했고, 그 묽은 정도도 실제 요리한 것보다는 조금 더 걸쭉해야만 했었다. 그게 내가 바랐던 결과물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다행스러운 것은 집사람이 매우 만족했다는 사실이다.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도 있는 요리이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별로였다. 다만 그 정성에 감복한 것인지 아내는 연신 맛있다.를 뱉으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으로도 괜찮았다고 위로를 했다.
고작 파스타 하나가 뭐 대수냐고 할 만큼 간단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요리는 아니지만, 별것 아닌 이런 음식에도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에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조금은 더 자주 내가 요리를 해서 수고를 덜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단지 그게 라면일지라도 말이다.
이 글은 대략 2년전에 쓴 글입니다. 기존에 하던 블로그에 그냥 두기 아까워 시간 순서와 상관 없이 이곳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