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칼럼]<천하장사 마돈나>와 스포츠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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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이해준 공동 감독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2006)는 여자가 되기 위해 웃통 벗고 씨름판에 나서는 뚱보 소년의 이야기다. 어릴 때 마돈나를 동경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성전환 수술을 받기로 결심하는 동구(류덕환). 하지만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김윤석) 때문에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다. 아버지가 불법 해고되면서 분을 이기지 못해 회사 사장을 폭행했고, 경찰서에 입건된 아버지를 빼내기 위해 그동안 수술비로 모아둔 돈을 피해자와 합의보는데 쓴 것이다. 실의에 빠진 그는 어느 날 씨름부에 들어가면 장학금 500만원이 나온다는 얘길 듣고 씨름부에 들어가기로 한다.
마돈나가 되기 위해 동구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수술비 500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의 집은 넉넉한 형편이 안 된다. 복싱 선수 출신이자 비관투성이인 아버지는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라곤 “가드 올리고, 상대를 주시하고” 같은 복싱 노하우 뿐이다. 그 말이 동구에게 솔깃하게 다가올 리가 없다. 아버지에게 주먹이 세상과 맞붙을 수 있는 가드라면, 동구에게 가드는 남몰래 바르는 빨간 립스틱과 역시 몰래 입는 원피스 그리고 마돈나 댄스일 것이다.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이상아) 역시 놀이동산에서 얼굴을 가리고 동물 가면을 쓰고 돈을 번다. 수입이라고 해봐야 자기 앞가림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엄마가 아버지보다 나은 건 동구의 취향과 꿈을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는 것. 수술하는데 아무런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게 동구에게 위안이라면 작은 위안일 것이다.
하지만 동구는 절망을 모른다. 자신의 취향을 버팀목 삼아 현실을 살아간다. 그러다가 그의 재능을 발견하고,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다. 씨름부 감독(백윤식)이다. 동구의 몸을 인정해준 그는 동구에 씨름부에 들어오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갈 놈은 가고 올 놈은 오고”라는 도인 같은 생각을 가진 그는 강요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그런 삶의 태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는 몰라도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동구는 씨름부행을 선택한다. 큰 고민 없이 들어왔지만 씨름부 역시 사회의 축소판. 동구를 인정하지 않는 씨름부 주장(이언)의 텃세, 씨름이라는 마초 스포츠에 대한 불편함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씨름부 감독은 동구의 불편함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모든 건 동구가 알아서 적응하고, 이겨내야 한다. 마돈나가 되고 싶은 그에게 씨름은 지극히 사내 같은 운동이지만, 그 역시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고 그저 열심히 운동할 뿐이다. <천하장사 마돈나>가 성장영화로서 미덕이 있다면 바로 그 지점이다.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지만 동구는 그의 아버지처럼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외려 버티면서 즐긴다. 그리고 조금씩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한다. 덕분에 영화는 유쾌하고 흐뭇한 성장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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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뼈대는 스포츠 장르이지만 내용은 주인공의 성장통을 그려낸 학원드라마에 가깝다는 점에서 <킹콩을 들다>(감독 박건용)는 <천하장사 마돈나>와 한 핏줄이라 할만하다. 씨름과 역도 같은 비인기 종목을 다룬다는 점에서 두 영화 모두 비슷하다. <킹콩을 들다>의 주인공은 6명이다. 저마다 가정 환경과 캐릭터가 다르다. 통짜 라인을 타고난 영자(조안)는 고아고, 뚱뚱하지만 나름 순정파인 현정(전보미)는 왕따다. 효심이 가득한 여순(최문경)은 아픈 엄마가 늘 걱정이고, 보영(김민영)은 괴력의 소유자다. 역도복의 매력에 빠져 운동을 시작한 민희(이윤회)는 패션에 민감하고, “FBI 가 꿈”이라는 수옥(이슬비)은 엉뚱한 ‘범생’이다. 88서울올림픽 역도 메달리스트 출신 이지봉(이범수)이 6명의 역도부원이 있는 보성여중 역도 코치로 발령받는다. 하지만 그는 역도에 마음이 떠난 지 오래다. 그런 그를 다시 역도에 애정을 가지게 해주는 건 순수하고 꿈 많은 시골 소녀들이다.
무거운 바벨을 애써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행위는 소녀들의 성장을 의미한다. 역도라는 운동을 통해서 6명의 소녀들은 꿈을 가지게 되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간다. 그리고 꿈은 그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깨닫는다. 성장을 하는 건 바벨을 들고 내리는 소녀들 뿐만이 아니다. 오랜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끝낼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삶의 의욕을 잃은 이지봉 역시 제자들의 도움으로 다시 꿈을 가지게 된다. 어쩌면 스승 이지봉과 6명의 제자는 서로의 얼굴을 거울 삼아 자신만의 바벨을 들어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로에 대한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고,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다만,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신파로 빠져드는 건 다소 아쉽다. 2000년 전국체전에서 15개 금메달 중 14개 금메달과 1개 은메달을 휩쓴 순창여고 역도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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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은퇴했다. 한때 킥이 예술인 그를 닮고 싶어하는 축구팬들이 많았다. <슈팅 라이크 베컴>(2002)의 인도계 영국 소녀 제스(파민더 나그라)도 그중 한명이다. 하지만 인도의 전통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 그의 부모는 뽕 브래지어 대신 스포츠 브래지어를 골라잡고, 남자들과 부대끼며 축구를 즐기는 제스를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는 모름지기 신부 수업 잘 받고 조신하게 있다가 좋은 남자 만나 시집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같은 동네에서 축구를 하는 줄스(키이라 나이틀리)는 공을 화려하게 차는 제스를 눈여겨보고, 코치 조(조너선 라이 메이어스)에게 소개한다. 조의 도움으로 제스는 전문적인 축구 훈련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제스 앞에는 그가 축구하는 것을 반대하는 가족이라는 장애물이 가로 막는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여자 축구팀, 선수가 많지만 영화가 개봉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축구는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보수적인 인도 가정에서 여자가 축구를 하는 건 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일. 영화는 제스를 통해 여성으로서, 영국 내 인도 가정이라는 이방인으로서 그리고 여러 사회적인 선입견을 통과하는 성장담을 그려낸다. 그래서 제스의 돌파구는 무엇이냐고? 해답은 사회를 향해 베컴처럼 멋지게 차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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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린유쉰 감독의 <점프 아쉰>(2012)은 고등학교 체조선수 아쉰(펑위옌)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는 머릿속에 체조밖에 없다. 하지만 아쉰의 어머니는 집안인을 소홀히 하고 어릴 때 앓았던 소아마비로 두 다리가 성치 않은 아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아쉰이 체조를 그만두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배운 거라고는 체조밖에 없는 그가 어머니가 운영하는 과일가게에서 마을을 잡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친구 피클(로렌스 코)과 뒷골목을 방황하던 중 그는 불미스런 일에 휘말려 고향을 쫓기듯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대도시 타이베이 역시 그에게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체조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 부딪혀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어두운 터널을 다시 지나 고향으로 향한다.
장애와 방황을 극복하고 다시 꿈을 찾는 영화의 줄거리는 여느 스포츠 영화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감독은 스포츠보다 성장담에 방점을 찍는다. 극 중 아쉰은 어두운 터널을 두 번 지난다. 고향을 떠나는 기차 안에서 만난 터널이 아쉰에게 절망감과 도망가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믿음을 주었다면, 대도시 뒷골목을 겪은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만난 터널은 직접 부딪히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도망가고, 부딪히고,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아쉰의 태도는 성장담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밖에도 야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 스키점프를 통해 청춘의 고민을 풀어내는 <국가대표>, 훌륭한 축구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 <골> 시리즈와 <그레이시 스토리>, 야구를 통해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그린 일본 영화 <러프>, 쿵푸 소년이 농구를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박진감 넘치게 그린 <쿵푸덩크> 등 청소년들을 위한 여러 스포츠 성장담도 함께 챙겨보면 좋겠다. 사실 다른 장르에 비해 스포츠 장르의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게임 자체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니까. 그럼에도 스포츠 장르를 외형으로 두른 청소년 성장 영화는 종종 제작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 영화는 인물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다는 주제를 다루는데, 그건 청소년의 성장과 더없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스포츠를 통한 경쟁, 우정, 사랑 등 여러 이야기를 끼어넣기도 좋다. 무엇보다 스포츠는 익숙한 소재인 까닭에 까닭에 어떤 내용을 다룬 영화보다 더 관객 입장에서는 공감하기가 편하다. 어쩌면 그것이 스포츠 장르를 활용한 청소년 성장담이 많이 만들어지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김성훈

  • 이 글은 <국립극장> 2017년에 실은 글입니다.

*<천하장사 마돈나> : https://www.themoviedb.org/movie/55906?language=en-US
*평점 : AAA

*<킹콩을 들다> : https://www.themoviedb.org/movie/42781-kingkongeul-deulda?language=en-US
*평점 : AAA

*<슈팅 라이크 베컴> : https://www.themoviedb.org/movie/455-bend-it-like-beckham?language=en-US
*평점 : AAA

*<점프 아쉰> : https://www.themoviedb.org/movie/79597-jump-ashin?language=en-US
*평점 :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