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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4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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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19 01:49
[책, 짧은 글] 동물을 사랑함은 시절과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나는 콩돌이를 통해 ‘개’라는 세계에 구체적으로 접속하게 되었다. 그 시절의 기억은 무엇도 선명하지 않지만 콩돌이에 관한 것만은 다르다. 나는 사랑하는 대상의 구석구석을 오래도록 열심히 관찰했고, 그것은 인장처럼 내 마음의 곳곳에 또렷이 찍혀 있다. 동물을 사랑함은 시절과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김하나, 「콩돌이 이야기」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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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18 00:06
[책, 짧은 글] 시인의 탄생
한 시인의 탄생은 데뷔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가 일찍죽거나 일찍 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전 일생을 통틀어 시인은 탄생을 거듭한다. 시인은 매 시기마다 자신의 탄생을 경험한다. 그 도저한 탄생의 고통이 시인의 탄생이다. 결국 첫 탄생에서 거듭 반복되는 불규칙한 탄생이 시인의 고통의 질을 완성하게 한다. 허수경, 《가기 전에 쓰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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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17 00:03
[책, 짧은 글] 대화
혼자서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말을 주고받는 행위 역시 대화에 속한다. 모국어로 말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나는 내 속에 수많은 타인을 만들어낸다. 이 세상의 많은 좋은 시는 완벽한 모놀로그를 다이알로그로 만들 때 탄생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 믿음이 없다면 내가 쓸 수 있는 시는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허수경, 《가기 전에 쓰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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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16 00:02
[책, 짧은 글] 팽창
이 지구 어디에 묘지가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 모든 일상의 삶터는 묘지이다. 사막이 우리의 일상이고 열대림이 광야가 대도시가 태양계가 우주가 우리의 일상인 것처럼, 팽창하는 모든 것은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낸다. 고립된 인간은 팽창을 거듭한다. 허수경, 《가기 전에 쓰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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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15 00:01
[책, 짧은 글] 잘 자, 잘 가
잘…… 잘 자, 라는 말을 잘 가, 라는 말로 나는 착각하지 않았을까. 어떤 사랑이 살 때 할 수 없었던 말을 이제야 한다. 잘, 이라는 말을 밤하늘의 별로 숨겨놓고 싶다. 그렇게 으스러지게 안아서 사라진 너는 내 손톱 속 정어리의 비늘 같은 초승달로 숨어 있다. 잘, 자 혹은 잘, 가. 허수경, 《가기 전에 쓰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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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14 00:00
[책, 짧은 글] 시를 쓰는 순간 그 자체가 가진 힘
간절한 한 사람의 시간을 붙들고 있는 것, 그 시간을 공감하는 것, 그것이 시를 쓰는 마음이라는 생각을 나는 하곤 한다. 사람의 시간뿐만이 아닐 것이다. 어린 수국 한 그루를 마당에 심어놓고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는 일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기 새들이 종일 지저귀던, 늙은 전나무에 있는 새집을 바라보던 시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간절한 어느 순간이 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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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13 00:56
[책, 짧은 글] 내 마음을 오늘 들은 이는 당신뿐이었다
내 마음을 오늘 들은 이는 당신뿐이었다. 당신의 외투가 낡아서 밖에서 내리는 눈은 모서리를 잃었다. 나는 어찌 여기에 들렀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더운 김이 뿜어져나오는 주전자를 들어올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아, 나는 내 마음속 솥의 달걀찜이 바야흐로 서러운 노란빛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걸 당신에게 먹이려고 나는 당신의 외투를 서둘러 접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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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11 00:10
[책, 짧은 글] 세뇌 교육
“그러다가 마침내 아이의 마음은 이런 암시들과 하나가 되고, 암시들의 총체는 아이의 이성이 된다. 뿐만 아니라, 어른의 이성도 역시 평생 동안 줄곧 이런 암시들의 지배를 받는다. 판단하고 갈망하고 결정하는 이성은 바로 이런 암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암시들은 우리들이 제시하는 암시다!” 국장은 의기양양해서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국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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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10 00:05
[책, 짧은 글] 멋진 신세계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 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이나 연인 따위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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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09 00:02
[책, 짧은 글] 가짜 행복
˝우리가 처음 같이 얘기를 나눴던 때를 기억하나요? 작은 집 밖에서요. 당신은 그때의 모습을 되찾았어요.˝ ˝그건 내가 다시 불행해졌기 때문이에요.˝ ˝글쎄요, 난 이곳에서 당신들이 누리는 그런 거짓된 가짜 행복을 누끼기보다는 차라리 불행해지고 싶은데요.˝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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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08 00:00
[책, 짧은 글] 자유와 인간
“여러분은 노예로서 살아가는 신세가 좋습니까?” 그들이 병원으로 들어서자 야만인은 이런 말을 하는 중이었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고 눈은 열정과 분노로 번득였다. “여러분은 아기처럼 살아가는 것이 좋습니까? 그래요, 아기들. 질질 울고 토하면서 말이에요.” 야만인은 그들의 짐승 같은 우매함에 화가 치밀어서 자기가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 모욕적인 욕설까지 퍼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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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06 23:51
[책, 짧은 글] 작가와 작품
지나간 인생은 고칠 수 없기에, 작가가 고칠 수 있는 것은 작품밖에 없다. 그로 인해, 남은 인생을 바꾸려는 것이다. 게다가 피츠제럴드는 자신을 시인으로 여기지 않았던가. 시로 점철된 소설을, 각 음절이 음악적이고, 각 문장이 시어처럼 울림을 주는 소설을 위해, 그는 이 빨간 의자에 앉아 『마지막 거물』을 고쳤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거물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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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06 00:00
[책, 짧은 글] 외상외과의 현실
아직 의사로서 여물지 않은 시기부터 과도하게 외상외과에 집착하거나,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일에 뛰어드는 외과 의사들 중에도 뜻밖의 중도 탈락자가 많았다. 이 분야는 오히려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시작해야 지속할 수 있다. 한 번의 수술로 기적같이 환자를 살려내고 보호자들의 찬사를 받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존재한다. 실상은 답답하고 지루한 긴 호흡으로 환자를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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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05 00:55
[책, 짧은 글] 떨어지는 칼날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다. 석 선장은 무겁게 떨어지는 칼날이었다. 환자의 상태가 극도로 나쁠 때 의사들은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그가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했고, 최악의 경우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이국종, 《골든 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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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04 00:06
[책, 짧은 글] 원칙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옳은 것을 주장하며 굽히지 않는다, 안 될 경우를 걱정할 것 없다, 정 안 되면 다시 배를 타러 나가면 그뿐이다……. 나쁜 보직을 감수할 자세만 되어 있으면 굳이 타협할 필요가 없다. 원칙에서 벗어나게 될 상황에 밀려 해임되면 그만하는 것이 낫다……. 그것은 단순한 논리였다. 바다 위에서 만난 병사들이 그와 같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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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03 00:05
[책, 짧은 글] 아이들의 꿈
나이를 먹은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의 꿈을 되돌아보면, 그 꿈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토록 애착을 품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아이는 해적이 되고 싶어 하고, 어떤 아이는 공주가 되고 싶어 하고, 어떤 아이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팅커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가 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꾸었던 꿈은 아직도 그의 손이 닿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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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02 00:00
[책, 짧은 글] 인생은 카드게임
인생은 여행보다는 허니문 브리지와 더 가깝다. 20대 때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그래서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수많은 꿈을 좇다가 다시 방향을 바꿔도 시간이 충분할 것처럼 보인다. 게임을 하면서 카드를 하나 뽑으면 그 카드를 그냥 갖고 다음 카드를 버릴 건지, 아니면 먼저 뽑은 카드를 버리고 그다음 카드를 가질 건지 곧바로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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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1-01 00:19
[책, 짧은 글] 죽음이란
난 어릴 적, 죽음을 단순히 몸의 변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난 죽음을 마음의 변화로 이해한다. 즉 사별을 견디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말이다. 허무주의자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상 죽음이란, 가족 또는 세 들었던 사람이 집이나 마을을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윌리엄 포크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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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0-31 00:12
[책, 짧은 글] 시적인 인간
더 나은 사람으로 진화하려면 시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시적인 인간이란 어떤 사람인가? 일상의 리듬에 삼켜지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의 리듬에서 튕겨져 나오는 사람이다. 굳이 시를 쓰지 않더라도 일상의 안락에 취해 의식이 마비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 항상 예민한 도덕적 촉수를 갖고 시대를 직관하고 대중의 척도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다. 장석주, 《호젓한 시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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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19-10-30 00:10
[책, 짧은 글] 진정한 휴식
쉬지 못하는 것은 병이다. 휴식의 본질은 일손을 놓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오스트리아의 사회학자인 헬가 노보트니는 휴식을 ˝나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 사이의 일치˝를 뜻한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음악에 심취하는 것, 자기 내면의 필요에 부응하는 일을 하는 것, 허겁지겁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영혼의 평화를 온전하게 누리는 게 휴식이다. 하루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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