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의 탄생은 데뷔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가 일찍죽거나 일찍 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전 일생을 통틀어 시인은 탄생을 거듭한다. 시인은 매 시기마다 자신의 탄생을 경험한다. 그 도저한 탄생의 고통이 시인의 탄생이다. 결국 첫 탄생에서 거듭 반복되는 불규칙한 탄생이 시인의 고통의 질을 완성하게 한다.
허수경, 《가기 전에 쓰는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