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개가 아무개가 되는 이야기.
그 마법같은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그림책과 마주 앉은 아이들에게 낭독을 해줘야 하나 구연을 해줘야 하나 항상 고민인데
듣는 입장에서 보니 정말 김지현 선배님의 구연이 어찌나 맛깔스러웠던지
제목만 보고도 한편의 연극을 관람했던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집중해서 읽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하방에 닥쳐서 급하게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또 숙제가 되어버렸네요.
포기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를 가장 믿고 사랑했기 때문에 아무개는 귀가 둥근 강아지로 실현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 개는 어쩌면 일곱명의 동생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신을 내려놓고 가장의 역할을 하였던 완다 그녀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빙글빙글 빨리빨리 빙글빙글 어지러워." 라는 주문은 아무개의 주문이자 완다 그녀의 주문이었던 듯 너무 간절하고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림만 가지고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 개와 저 개는 마주보고 앉았어.
자신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아무개의 존재에 대해
더이상 아무도 모르게 하면 안되겠다고 둘은 이야기 했지.
그런데 말이지,
참 신기한 일이었어.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이 세개가 있었고, 뾰족한 강하지는 뾰족한 집을, 곱슬머리 강아지는 꼬부랑 집을 차지했다는 거야.
그럼 지붕이 둥근 집은 아무개가 차지했을까?
아무개는 혹시 둥근 귀를 가진 개는 아닐까?
이 개와 저 개 외에는 그 누구도 아무개를 알은 체 하지 않았는데
꼭 누군가가 그들의 집 앞에 뼈다귀 세개를 가져다 놓는거야.
그러니 이 개와 저 개는 아무 개를 알고 있는 어떤 이의 존재를 찾아야겠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참이었지.
알고 있다면 분명히 아무 개가 들판의 꽃들처럼이라도 눈에 보일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제 이 개와 저 개는 최대한 누군가의 눈에 띄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냈어.
그렇다고 아무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야.
이 개와 저 개가 누군가 가져다 준 뼈다귀 중 2개를 각자 입에 물고 집 밖으로 나가면
아무개도 보이지 않는 입으로 뼈다귀를 물고 - 이 장면을 내가 혹은 네가 봤다면 얼마나 기절초풍했겠어? 세상에 뼈다귀가 공중에서 막 떠다니는 꼴로 보였을테니까- 그들을 따라가 가운데 자리잡고 앉았지.
하지만 몇날을 별 소득없이 보냈어.
아무도 이 개나 저 개 혹은 아무개에게 관심이 없었거든.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어.
아이들이 그들의 집에 찾아왔지 뭐야.
빈 손이었으니 그들이 뼈다귀를 가져다 준 이는 아닐테고, 그럼 역시나 이 개와 저 개만 보였겠지.
소녀는 이 개를 안고 소년은 저 개를 안고는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이 개와 저 개를 안고 그들의 집으로 떠나고 말았어.
아무개는 서둘러 그들의 뒤를 쫓았어.
열심히 열심히.
그러나 결국 혼자가 되고 말았어.
추위를 피해야 했기에 구멍 뚫린 어느 나무 안으로 들어갔어.
외로움을 이겨내야 했기에 아무 개는 아무말이나 쏟아냈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거야? 나는 이렇게 혼자여야 하는거야?
그럴 수 없어. 나는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개로 가만 있지 않겠어.
이 개와 저 개를 찾을 거야. 그리고 나의 모습을 찾고야 말겠어."
그때였어.
"거기서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소리만 내어서 무엇하니.
너는 거기 있고, 너는 혼자 웅크리고 있구나."
갈까마귀 한마리가 아무 개를 찾아왔지.
"나의 목소리를 들은거야? 너는 내가 보이는거야?"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너 스스로가 강해지면 넌 너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
그럴 수 있다고 믿어봐."
"그럴 수 있다고 믿으라고? 믿는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지?
나는 이 개와 저 개와 함께 였어. 나의 존재를 알려주고 나를 찾아주려다가
결국 둘 다 잃어버리고 말았어. 나를 찾으려다 소중한 친구들을 둘이나 잃어버렸다구.
그런데도 또 할 수 있다고 믿으라는거야?"
"빙글빙글 빨리빨리 빙글빙글 어지러워."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주문을 외우면서 열심히 돌아.
언덕위로 올라가 붉은 태양과 초원의 색이 한데 섞여 소용돌이로 휘몰아칠 때까지 말이야.
열흘이야. 의심하지말고 너 자신만 믿어. 할 수 있다고 믿어 보라구."
첫째 날.
주문을 외웠지.
둘째 날.
주문을 외웠지. 이상한 일이 생겼어.
갈까마귀와 마주한 아무개가 하얗게 일렁거렸어.
갈까마귀가 말했어.
"너의 등에 얼룩 반점이 참 멋지구나."
셋째 날.
주문을 외웠지. 아무개가 말했어.
"나는 원래 얼룩이였나봐."
넷째 날.
주문을 외웠지. 꼬리가 생겼어.
다섯째 날.
주문을 외웠지. 아무개의 두 눈이 보였어.
"갈까마귀야 어디 있니? 너와 두 눈을 맞추고 눈인사를 하고 싶구나."
여섯째 날.
주문을 외웠지. 아무개의 코가 보였어.
일곱째 날 혀가 여덟째 날에는 귀와 발이 보였어.
아홉째 날.
주문을 외웠지. 이제 뭐가 남았는지를 생각하며 아무개는 아주 열심히 최대한 크게 소용돌이를 만들었어.
열심히 돌면서 갈까마귀를 생각했어.
갈까마귀는 이 마법의 주문을 어디서 물고 온걸까?
왜 여지껏 갈까마귀 녀석에 대해 생각해 보질 않았을까?
돌기를 마치고 아무 개는 쫙 뻗고 말았어.
일곱 째 날 생겼던 혀가 유난히 예쁜 선홍빛을 띄었어.
그때 갈까마귀가 나타났어.
"잘했어. 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특별한 녀석이구나.
자, 이 나뭇가지를 물고 이제 잃어버린 너의 친구들을 찾아가.
이 나뭇가지가 길잡이가 되어줄거야."
이 말을 하고서 갈까마귀는 홀연히 사라졌어.
아무 개는 아니 특별한 개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내달렸어.
이게 왠일이야.
얼마쯤 달리니 저만치서 이 개와 저 개 그리고 특별한 개의 집을 수레에 끌고서 그때 그 꼬마 소년과 소녀가 걸어오고 있지 않겠어?
아무도 몰랐을거야.
이 개도 저 개도 사실은 이전에 투명한 아무 개였다는 걸.
자신을 사랑하고 믿었던 특별한 개 훨씬 이전에 이미 두 마리의 아무 개가 있었던거야.
그렇기 때문에 이 개와 저 개는 아무 개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친구가 혹은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거지.
이제,
이 개, 저개, 아무개 모두를 특별한 개로 불러야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