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megaspore(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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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y

나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편이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면
그 의미가 바로바로 와닿지를 않고
한참 있다가 아~하고 뒷북이다.

아마 어릴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십년 전쯤 한국에서 일 할때
회사 동료에게 딴 세상 사는 사람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도 어리버리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그런 면 때문에 회사에서도 더 남들보다
자주 깨지는 것 같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니까ㅜㅜ)

나 스스로도 내가
보통 사람 같지 않다고 여긴다.
내가 가끔 무언가 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신감이 없을 때도 있었다.

요즘은 글쓰기를 통해서
내 자신을 많이 알아가면서
많이 자존감이 높아진 듯 하다.

어찌됐건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터라
지인과 얘기를 하다보면 상대방의 말이
잘 파악이 안 될때가 종종 있다.

이야기 분위기는 무르익어
지인은 신나게 얘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스토리 파악이 안 될때면 나는 그냥
지인의 장단에 맞춰 웃는다.

확실하게 파악은 못 했지만
그 분위기에 갑자기 방금 한 말이
무슨 뜻이냐고 다 파악을 못 했다며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생각하는 것은
모든 정확한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모든 완벽하고 모든 다 알아야 하고
외적이나 내적으로 완벽해지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인이 자신의 얘기를 할 때
그때는 백프로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거나 백프로 다
내용을 알아들어줄거라 생각해서
얘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그는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종종 나도 모르게 부담을 느낀다.
왠지 그 고민을 내가 해결해줘야 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은
그냥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위로와 격려와 공감을 받고 싶은거지
그 이상의 기대는 사실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는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항상 부담스러웠다.

상대방을 다 이해하기가 나로서는 힘들었으며
나란 사람을 이해시키기도 어려웠다.
그 사람이 고민이나 자신의 생활을 얘기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내가 해결해줄 수 없어 답답해했다.

나는 그 사람이 나에게 신이 되길,
내가 그 사람에게 신이 되야만
인간관계가 잘 맺어지고 통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던 듯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세상에 대해 환상을 가졌듯이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불가능한 환상을
가졌던 것 같다.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냥 같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걸로도 충분하다.

우리는 서로를 전부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세상에 대해서나,
누군가에 대해,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나 큰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우리는 그저
따스한 눈빛,
그저 함께 한다는 걸로
충분하다.

내가 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내가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다고,
좌절하거나 그 자체를 포기해 버리지 말자.

완벽이란 없다.

그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그 시도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불가능한 기대를 버리면
내 자신을 보는 눈도,
타인을 보는 눈도
조금은 따스해질 것이다.

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존재하는 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