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것,
참 신기하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이 일이 없었으면 이 일이 생길 수 없었고
그럼 이 사람도 만날 수 없었고
그럼 나의 인생은 180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현재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남의 편을 만나게 된 과정을 생각해보면
일이 일에 꼬리를 물어 있고 사람과 사람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꼭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조물주가 처음부터 성실히 하나 하나 계획을 실천해온 것 같다.
나는 거기에 (성실하게) 말려 들었다...
우선,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위해
내가 일년 동안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살아가며 노오력을 해서 준비했던 대학 편입 시험에 떨어져야 한다.
(붙었던 곳이 있지만 결국엔 가질 않았다.
후일에 그 대학에 갔으면 너를 못 만났을텐데 (갔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를 하곤 한다.)
나는 편입 시험에 떨어져 내 원래 전공인 중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 중국 항주로 유학길을 떠났고 내가 유학을 한 곳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중국 항주 절강대에서 유학을 했는데
도착한지 얼마 안 되어 나는 중국어 푸다오(개인과외)를 구했고 순전히 내 의지로 학교 캠퍼스에서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는 어떤 중국 여학생의 등을 두드렸다.
"저기.. 혹시 중국어 가르쳐주실 생각 있으세요?"
그 여학생을 선택한 이유는 그저
그 여학생이 예쁘장했고 깔끔해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유학했던 그 시절만 해도
중국에 깔끔하지 못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지금은 그 깔끔하지 못한 사람과 산다.)
그 중국 여학생은 흔쾌히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나의 푸다오가 되어주었다.
푸다오가 끝난 후, 그 여학생과는 연락이 끊겼는데
어느 날 그 여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 기숙사 친구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데
가르쳐 줄 수 있냐고..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고 그 여학생의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게 되었다.
나는 중국 절강대를 새로 입학하려는 예정이었는데
그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여학생은 절강대 대학원생이었다. 나는 중국어 연수시절 기숙사에 살았는데
한국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다보니 중국어는 늘지가 않았고, 그래서 외주(밖에 나가 사는 것)를 해야 겠다고 결심.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게 된 중국 친구에게 집 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 중국 친구는 며칠 후 나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했고 자기가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집을 구한다고 올렸는데 어떤 사람이 연락이 왔으니 같이 가보자는 것이었다.
음...
왠 멀대같은 남자?....
남자가 올 줄은 몰랐다..
앞에는 어떤 기분 나쁜(지금 생각해보니 평소 표정이었다) 얼굴을 한 약간 노란 염색에 파마끼가 남아있는 머리를 한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나 왜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있을까..) 어떤 키 큰 남자가 다가오는 것.==
공부하라고 외국 보내놨더니 어떤 출신도 모르는 외국 남자랑 같이 살고 있는 걸 보면 우리 불쌍한 엄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건 아니다.
룸메이트를 구하는 그 남자의 집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잘 봤다며 그 집을 허둥지둥 나왔다.
외국에서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낯선 남자와 단 둘이
그 집에서 산다...? 내가 뭐에 홀리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
그 뒤에 나는 다른 집을 구했고 나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중국 여자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그 중 한 중국여자는 내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자정이 되어가도 내 방에서 나가지를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집을 나와 다른 집을 구하게 됐는데 그 다른 집을 구할 때는 지금의 남편이 같이 구해주었다.
(허둥지둥 남편의 집을 나온 후 이상하게도 자꾸 연결이 됨. 난 내 친구에게 도와달라고 연락한건데 그 친구는 자꾸 지금의 내 남편에게 연락을 해서 같이 도와달라고 함. 둘도 서로 알지 못했던 사이였지만 내 친구는 남자의 힘이 필요할 것이라 해서 여기저기 계속 지금의 남편을 자기 맘대로 불러냄. 나는 그 남자가 싫었음.그 친구에게 모든 탓을 돌리고 싶음)
암튼 이렇게 해서 남편이 나의 집을 구해주고
그러면서 중국 여자친구 없이도 우리 둘은 따로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고 그래서 이러쿵 저러쿵 결국 이렇게
된 것이다....(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조물주의 계획에 성실히 말려 들었다)
그 때 내가 그 예쁘장한 중국 여학생의 등을
두드리지 않았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편입 합격한 곳에 들어갔다면
그래서 중국 유학을 가지 않았다면
또 나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편입 합격한 전공이 독일어였기에 나는 독일로 가 독일 남자를 만났을지도 모른다.
후회된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든 사건들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마치,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는 시험에 떨어졌고
그 여학생이 깔끔해보였고 그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고 남들 다 사는 기숙사에 안 살고 굳이 외주를 하고 싶었던 것처럼.
(신기한 것은, 남편도 내가 외주하러 결심한 그 달에
처음으로 기숙사에서 나와 집을 구한 것이라 한다. 짝사랑에 실패해 상심한 그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대학시절과 대학원 재학시절 내내 기숙사에 살다가 나와 같은 달에 갑자기 외주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도 나와 같이 조물주의 계획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실히 말려들었다..)
인연,
참 재밌다.
힐링캠프에 나온 박진영이 그러더라.
자기 힘으로는 이렇게 잘 될 수 없었을거라고.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던거라고.
그래서 자기는 무슨 일을 할 때 그냥 최선을 다하고
놓아버린다고.
우리는
아둥바둥
나의 의지로,
나의 인생 목표대로,
딱 내가 원하는 그 길로만
딱 그 방법으로만 가려 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우리의 인생이 실패할 것 같아
마구마구 불안하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앞에 놓인 인생을,
조물주가 우리의 앞에 펼쳐놓은
그 찬란한 계획을,
우리는 미처 모르고 있을지 모른다.
최선은 다 하되,
결과는 놓아 버리자.
왜냐.
최선을 다 했는데도 안 됐다면
분명, 조물주가 우리에게 더 나은
계획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너무 전전긍긍하지 말고
너무 미래를 불안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 하되
놓아 버리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앞으로의 찬란한 인생에
마음을 열어두자.
인생,
참으로 재밌다.
우리가 마음만 열어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