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조 도루는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의 신’, ‘판매의 신’, ‘혼의 전사’와 같은 강렬한 수식을 얻은 출판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매년 가도카와 출판의 연간 매출 베스트 10위 안에 그가 담당했던 책이 70퍼센트를 차지했다. 또한 그는 시인 긴이로 나쓰오의 문고본 중 아홉 권의 편집을 담당한 적도 있는데 모든 책이 100만 부 넘게 팔렸다.
가수이건 소설가이건 누가 썼는지를 막론하고 그가 손을 댄 책은 100만 부, 400만 부씩 팔려나갔던 것이다. 대형 베스트셀러 제조기라고 불러도 과찬이 아닐만큼 일본에서 겐조 도루는 유명인사이지만 정작 한국에서 겐조 도루를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인들에게 “겐조 도루 책이 한국에 번역된 거 알아?”라고 말하니 대부분 “겐조 도루가 누구야?”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었던 내게 겐조 도루는 낯선 이름이 아니었고 그의 한국에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구입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펴낸 겐조 도루의 <전설이 파는 법>은 판매의 신이 말하는 반드시 팔리는 것들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은 승자의 조언이 담겨 있는 자기계발서이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온 한 사내의 철저한 인생 기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겐조 도루의 인생관이 잘 드러나 있는 내용이 있다. 그 내용을 잠깐 소개해보려 한다.
“‘직장에서 하고 싶은 일을 배정해주지 않는다’든지 ‘희망하는 부서에 가지 못했다’고 불만을 품은 독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우선 지금 맡은 일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내라. 어중간한 결과가 아니다. 압도적인 결과를 남기면 저절로 희망하는 지위를 손에 넣는 법이다. 하고 싶은 일이 저절로 날아든다. 당신이 회사를 대표하는 주요 수입원이 되면, 당신을 둘러싼 모든 불만을 사그라져 버릴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노력을 ‘노오력’이라고 부르며 노력에는 끝이없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아마 죽을 때까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불만을 갖고 ‘어차피 난 해도 안돼’, ‘내가 어떤 노력을 해서 들어갔는데 맨날 회사에서 잔심부름만 하고 있는거지’라고 생각하면 매 순간이 괴로울 것이다. 겐조 도루는 이렇듯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불만을 갖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해보라고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이는 유명 토익강사 유수연의 인생관과도 비슷하다. 언젠가 우연히 유수연의 특강을 본 적이 있는데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말하는 모습이 참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할 거면 제대로 하라’는 게 겐조 도루나 유수연의 생각이다. 이들의 생각을 소위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없는 사람이라면 주어진 무대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본다. 이는 무한경쟁사회에 대해 긍정을 한다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내 삶을 한 번 주어진 조건에서 정면돌파하며 자신의 진정한 꿈과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살아보자는 의미이다. 겐조 도루는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가장 무난한 삶을 살아가는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는 일본에서 소위 연고대로 불리는 명문대학인 게이오기주쿠 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그럼에도 법조인이나 고위 관료가 되지 않고 가장 힘들고 어려운 ‘세일즈 업계’에서 승리한 인물이다. 만약 그가 ‘고시에서 1등하는 법’이라는 책을 냈으면 고시생들 정도에게만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칠고 거친 사회에서 어쩌면 그에게는 가장 쉬운 것이었을지도 모를 공부가 아닌, 어렵기로 소문난 ‘비즈니스’와 ‘세일즈’로 승부수를 띄워 끝까지 성공을 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멘토가 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를 통해 훌륭한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이 책으로 만들어졌고 또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겐조 도루는 그 스스로도 의지와 성공의 대명사가 된 인물이지만 일본의 ‘출판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사회에 공헌한 바도 크다고 본다. 이 책의 78쪽에서 겐조 도루는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시기에 그 일을 헌씩짝처럼 버리고 싶다는 당찬 소망을 드러낸다. 다시 이름 없는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도모해서 새로운 일을 폭발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의 것, 마이너한 존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모두가 주목하는 메이저한 존재로 밑바닥부터 키워내고 싶다는 열정이 여전히 그에게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지금의 겐조 도루와 같은 위치에 있다면 주어진 일에 만족하면서 더 이상 모험이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굳이 어렵게 키워주지 않아도 잘 나가는 작가를 몇 명 섭외해서 책을 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 작가 발굴에도 힘을 기울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겐조 도루는 여전히 편집자로서의 뜨거운 사명과 역할을 갖고 있다. 진정으로 자신의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겐조 도루는 이 책에서 몸소 보여주고 있어서 나 역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이 정도로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지를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별로 인식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지만 죽음은 겐조 도루가 삶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불태우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된다. 이 책에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줄곧 등장하는데 겐조 도루가 죽음을 언제나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죽음의 순간에 조금이나마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 열광하고 싶다고 써놓았다. 지드가 말한 대로 “죽어서 잠드는 휴식 이외의 다른 휴식을 바라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 겐조 도루의 소망이다. 그는 이렇게 원고를 쓰고 있는 자기 자신도, 그리고 자신의 원고를 읽고 있는 독자도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지금도 시시각각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따라서 어차피 사는 것이라면 일에 열광하고 인생에 열광하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게 겐지 도루의 인생관이 되었다. 굳이 겐지 도루가 이야기하지 않았어도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모두 다 알고 있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허송세월을 보내며 인생을 탕진했던 시간들이 부끄럽지만 나에게도 있다. 겐지 도루의 책을 읽고 나서 시간을 아껴서 나의 모든 에너지를 나의 꿈에 투자하고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시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