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916] 평화공원이 되기 전, 히로시마의 중심 번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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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돔에서 강을 건너면 지금의 평화기념공원이 나온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부터 공원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평화기념공원 일대는 당시 나카지마 지구라고 불리던 히로시마의 중심 번화가였다. 에도시대부터 육상과 수운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였고, 근대에 들어서는 물류와 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강을 따라 여관과 식당, 상점 등이 들어서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활기찬 동네였다.

그런데 1945년 8월 6일, 이곳의 풍경은 원폭과 함께 사라졌다. 건물뿐 아니라 이곳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일상도 한순간에 끊겼다. 이후 이 자리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고, 전쟁의 흔적이 남은 이곳을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방향으로 공원 조성이 시작됐다.

공원의 설계는 1949년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당시 도쿄대 건축학과의 단게 겐조 그룹이 145개의 출품작 가운데 1등으로 선정됐다. 단게 겐조는 이후 도쿄도청과 후지TV 본사 건물 등을 설계한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다. 특히 후지TV 본사 건물도 단게 겐조의 작품이다.

단게의 평화기념공원은 단순히 나무와 잔디를 배치한 공원이 아니었다. 평화기념자료관과 위령비, 그리고 원폭돔을 하나의 축선 위에 배치해 공원 안에서 원폭돔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금도 자료관 사이로 위령비와 원폭돔이 일직선으로 보이는 구도가 남아 있는데, 이를 흔히 단게의 축선이라고 부른다.

공원 중앙에 있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는
“모든 영혼이 편히 잠들기를, 다시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의미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여기서 ‘우리’는 특정한 사람이나 국가라기보다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평화의 공간이지만, 이곳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모습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때 여관과 식당, 상점이 늘어서 있던 평범한 번화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지금의 평화기념공원이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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