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주인공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바람대로만 행동하는 모습이 보기 불편했다. 그래서 뒤에 가면서 주인공이 착한 모습을 보여도 이미 앞부분에 너무 강렬하게 못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마음이 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그 생각이 바뀌었다. 정확히 어느 순간에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와즈다가 엄마를 위해 그만둔 기사를 직접 찾아갔을 때인지, 후사 교사가 와즈다에게 두 여학생이 정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걸 봤냐고 묻자 멀리 있어서 못 보았다고 거짓말을 했을 때인지 잘 못 찾겠다. 어쩌면 이 두 장면이 아닌 다른 순간일 수도 있는데 와즈다의 행동이 바뀌는 순간만을 찾으면 이 정도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 불호에서 호로 바뀐 결정적인 순간은 잘 모르겠지만 주인공에게 처음으로 연민을 느끼게 했던 장면이 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 장면을 본 순간 감정적으로 확 자극이 왔다. 후사 교사가 머리 덮개를 하지 않은 와즈다에게 ‘얼굴을 가리라’말한 후 자신의 얼굴 옆으로 내려오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장면이었다.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배우의 애드리브인지, 상황에 의해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이 굉장히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영화의 제목은 ‘와즈다’이지만 내 생각에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바로 와즈다의 ‘엄마’이다. 물론 영화의 표면적인 소재는 ‘여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시각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영화를 볼 때 자꾸만 남편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할 거라고 하는 와즈다의 엄마를 보며 답답하게 느껴졌다. 저렇게 믿음이 없나, 저러다간 남편이 먼저 지칠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엄마의 의심과 불안은 전부 이 영화의 배경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을 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엄마의 예상대로 결국 남편은 본처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버린다. 이것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결말인 것 같다.
원래 영화를 볼 때 부분적인 캐릭터보다 전체적인 스토리에 주력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유난히 인물들이 특색 있게 나타나 있었다. 주인공인 와즈다는 물론 와즈다를 짝사랑하는 압둘라, 코란 낭송에 소질이 있고 가장 빨리 결혼을 한 살마 등 영화의 주가 되는 인물이 아닌데도 계속 기억에 남는 인물들이 많았다.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에 이 영화가 개봉된 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는 자막이 나왔을 때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도가니> 영화가 개봉된 후 그와 관련된 죄들을 처벌하는 ‘도가니 법’이 만들어진 것이 겹쳐졌다.
영화로 세상을 바꾼 다는 것은 이루기 힘든 꿈이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아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내가 만든 작품으로 세상의 흐름을 바꿔보겠다는 패기 넘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이렇게 유쾌하고 평화롭지만, 결코 그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방법으로 사회의 문제점에 다가가는 자세는 충분히 배울 만하다 생각한다. 또 이 영화로 인해 내가 만든 작품으로 세상을 아예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작게나마 사람들의 불편과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