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제대로 된 청불(청소년관람불가) 영화가 나타났다. 프리즌을 보고 나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이다. 이 영화는 잔인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게 단번에 이해될 정도로 가학적이다. 누군가는 이것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영화에 불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가학적인 장면은 영화 속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충분히 필요했다.
영화에는 두 주연이 등장한다. 바로 한석규가 맡은 익호와 김래원이 맡은 유건이다. 익호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교도소의 폭군이다. 익호는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다. 익호의 행동들이 워낙 충격적이라 똑똑히 기억나지만, 너무 자극적이라 차마 글로 쓸 수는 없다. 그 정도로 잔인했다.
그렇지만 이것이 단지 관객을 끌기 위한 트릭에 지나지는 않았다. ‘익호’라는 인물을 설명하려면 이런 잔인한 성향을 반드시 보여주어야 했다. 그리고 영화 속 익호의 행동들은 그러한 성향을 보여주기에 아주 적절했다.
익호의 독주가 계속 되던 어느 날, 유건이 등장한다. 유건은 전직 검사 출신으로 처음에는 자신의 수감 사실을 부정한다. 그러나 곧 교도소의 흐름을 읽고 다른 죄수들처럼 익호에게 잘 보이려하기 시작한다. 유건의 노력으로 익호는 유건을 좋게 보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다른 죄수들과 차별되는 대우까지 해준다. 그러나 익호과 유건에게 잘해준 건 결국 호랑이를 키운 게 돼버렸다. 익호는 믿는 도끼에 강하게 발등을 찍히고 만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시간 계속됐던 익호의 독주가 멈추고 익호는 파멸에 이른다.
평소 범죄영화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좀 달랐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극적인 장면이 많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 영화의 엔딩은 굉장하다. 영화를 아직 안 본 사람에게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쓸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경이로운 결말이다.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결말’ 때문이었다. 영화가 하고 싶은 말, 러닝타임 동안 진행되던 스토리의 최종적인 목적이 결말에 모두 들어있다.
잔인하고 가학적인 걸 못 보는 사람에게는 이 영화를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자극적인 장면에서 눈을 가리느라 정작 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평점을 봤을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좀 서운했다. 물론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라 어쩔 수는 없지만 나는 이 영화가 무척 좋았다. 스토리가 촘촘하게 짜여 있고, 장면 하나하나를 해석하고 감탄하면서 보는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프리즌>은 보고나서도 자꾸만 영화 속 장면을 곱씹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한석규가 나온대서 보러간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고 느낄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