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감정에 공감했다. 전혀 모르는 이야기인데도 그들의 감정 하나하나에 공감이 되었다. ‘나도 저랬지’라는 느낌의 공감 보단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깝고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져서 느꼈던 공감이었다.
이 영화를 실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이유는 두 가지다.
영화를 보면서 만약 이 영화를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아닌 실제 사람이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랬다면 아마 영화에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인물들의 행동이 가식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 자칫 ‘술집에서 만난 남녀의 가벼운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됨으로써 비로소 ‘음악을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와 그의 뮤즈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는 사랑이지만 중간 중간 당시 시대에 관한 정보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흑인을 백인보다 낮게 여기는 문화라거나 미국에 쿠바 음악이 널리 유행한 것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실제 사람이 연기하여 전달하면 낭만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헤칠 수 있다. 따라서 영화 속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중간 중간에 자연스럽게 정보를 넣음으로써 영화의 분위기도 유지하면서 관객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던 것이다.
앞서 이 영화의 주제가 ‘사랑’이라 언급했는데 이것 말고도 한 가지 주제가 더 있다. 바로 ‘욕망’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욕망에 의해 성공하고 실패한다. 여기서 사랑과 욕망 중 어느 것이 더 먼저인지는 인물들마다 다르다.
리타는 사랑이 먼저였다. 그래서 유명 회사 대표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코와 함께 갈 수 없다는 말에 단박에 거절한다. 결국에는 대표를 따라 미국으로 가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가장 우위에 있던 ‘사랑’을 잃었기 때문이다.
###치코는 우선순위가 욕망에서 사랑으로 바뀌었다.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에 의해 리타를 만났으나 그녀를 만나고 나서 욕망보다 사랑이 먼저가 되었다. 미국에 간 이후에도 치코는 쭉 욕망보다는 사랑을 택했다.
레이몬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욕망이 먼저였다. 여기서 사랑은 ‘연인에 대한’ 사랑보다는 ‘친구에 대한 우정’이다. 레이몬은 회사 대표와 손을 잡고 오랜 벗이었던 치코의 주머니에 마약을 집어넣어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렇게 사랑을 버리면서 레이몬은 행복한 젊은 시절을 보내지만 노년 시절에는 누구보다 빨리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한 것으로 봤을 때 이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건 ‘욕망보다는 사랑을 더 소중히 여겨라’인 듯하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재즈 음악과 인물들의 로맨틱한 대사가 어우러져 멋진 로맨스영화가 만들어졌다. 특히 자꾸만 엇갈렸던 젊은 시절의 치타와 리코의 모습은 사랑의 본질을 잘 나타낸 것 같다. 사랑스럽고 풋풋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끈적끈적하고 욕망에 찬 음악가들의 이야기였기에 더욱 진실성 있게 느껴졌다. 기존의 영화가 무척 좋았기 때문에 현대의 문화와 적절하게 어우러져 리메이크 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