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막>은 한 영화 안에 웃음, 감동, 스릴이 모두 들어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마저 괜찮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가 훌륭했다.
장르가 코믹이기는 했지만 태국의 웃음코드와 한국의 웃음코드는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한국 영화에서 한두 명씩 등장하는 감초 조연이 이 영화에는 무려 4명이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통해 영화의 재미를 살려주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막과 낙이지만 이들도 주인공 못지않게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칫하면 이해하기 힘들고 억지스러운 귀신과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될 뻔했던 영화가 유쾌한 조연들의 도움으로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영화가 된 것이다.
‘누가 귀신일까’를 놓고 영화와 관객이 벌이는 게임은 끊임없이 긴장감을 주었다. 처음에는 식스센스처럼 막이 귀신이었다는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다음부터 계속 귀신으로 의심받는 상대가 바뀌었다. 원래 이렇게 뜬금없는 반전이 계속해서 나오면 나중에는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럴 때마다 매번 새로운 장감이 생겼다. 심오하고 깊이 있게가 아니라 가볍게 불쑥 불쑥 반전이 생기는데도 놓치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다.
극중에서 ‘작살은 침대 옆에 있다’는 속담을 설명할 때, 가장 소름이 돋았다. 작살과 침대를 설명할 때는 자꾸만 오답을 말하는 막을 보며 웃기 바빴는데 자막에 속담과 해석이 뜨는 순간 흠칫했다. 원래 영화를 보고나서 그 안에 나온 격언이나 속담은 금방 잊어버리는데 이 말은 계속 뇌리에 남아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무척 맘에 들었다. 아무도 없는 강을 노 저어 가는 막과 친구들의 모습, 막과 낙이 데이트를 하는 놀이공원 등을 보며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를 감성이 느껴졌다. 물론 이는 막과 낙이 밤거리를 걷고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 가장 많이 보였지만 코믹스러운 장면이나 무서운 장면에서도 주변 배경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야경을 좋아해서 정말 멋진 야경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성에 젖는데 이 영화에는 그런 장면이 많아서 더욱 취향에 맞았고 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는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지적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미 영화를 보는 동안 이 말도 안 되는 세상에 완벽하게 적응해버려서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납득이 되고 극적으로 느껴졌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새 마음속으로 캐스팅까지 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이 장면에서는 웃어라’, ‘이 장면에서는 울어라’라는 메시지를 상당히 직접적으로 던져주었다. 이는 자칫 거부감이 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의도에 맞게 웃긴 장면에서는 웃음이, 슬픈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왔다. 보는 동안 아무런 걱정 없이 마냥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피막>은 ‘외국 영화는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편견을 깨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