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의 도시 시카고, 그곳에 사는 어느 죄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시카고>. 브로드웨이에서 화려한 무대를 장식했던 <시카고> 배우들이 한국에 찾아왔다. 1시간 45분간의 공연은 이 뮤지컬이 그토록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단번에 알게 해주었다.
뮤지컬에는 많은 여죄수들이 나오지만 그중에 가장 비중이 많은 인물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록시 하트’이다. 록시는 내연남을 죽인 혐의로 교도소에 갇히게 되는데 그곳에서 유능한 변호사 ‘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록시는 교도소의 수장으로 통하는 ‘마마’에게 빌리가 자신의 변호를 맡게 해 달라 부탁하고 마마는 그러려면 5000달러가 필요하다 말한다. 록시가 찾아간 사람은 그녀밖에 모르는 일편단심 남편 에이모스. 록시는 에이모스에게 자신이 나가려면 5000달러가 필요하니 구해 달라 말하고, 에이모스는 가까스로 2000달러를 모아 빌리를 찾아간다. 빌리는 록시가 법정에서 승리하고 스타가 된 후 얻게 될 금액까지 합하면 5000달러를 만들 수 있다 말하며 승낙한다. 그렇게 시카고의 관중들을 향한 록시의 ‘쇼 비즈니스’가 시작된다.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커튼콜이었다. 우리나라의 뮤지컬 공연들은 대부분 주변배우 위주로 커튼콜이 이루어진다. 단역 배우들은 다 같이 나와서 잠시 인사, 또는 노래를 하고 들어가고 주연배우가 등장할 때는 사운드부터 달라진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이 주연배우를 더 돋보이게 해주기 위한 들러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카고>는 달랐다. 단역배우들의 이름이 불리면, 한 명씩 춤을 추며 나오며 커튼콜의 시작을 알린다. 무대를 장식했던 모든 배우들이 각자를 소개하고 난 뒤, 가장 마지막에 주연배우들이 나온다. 그러나 소개방식은 동일하다. 똑같이 이름이 불리고, 한 명씩 나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모든 배우들이 동등하게 커튼콜을 하는 것이다. 이 뮤지컬은 공연을 더욱 살려준 오케스트라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는다. 인터미션 이후 2부 공연 때도 지휘자와 연주자들을 소개해주고, 커튼콜을 할 때 또 한 번 그들의 존재를 상기해준다.
넘버를 부르는 방식도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는 무대에서 넘버를 부를 때 연기와 더불어 ‘가창력’도 함께 뽐내야 하는 반면, 이 <시카고>에서는 모든 넘버를 연기처럼 불렀다. 끝 음을 멋있게 올리거나 오래도록 끌어야 하는 우리나라 뮤지컬들과 다르게 내한 공연에서는 감정에 따라 끝을 뚝 끊기도 하고, 음정을 일부로 이탈해버리기도 했다. 그 모습이 말하듯이 자연스러워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노래 없이 대사만 오가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이 뮤지컬에서 느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중간 중간 나오는 한국어이다. 극의 진행 도중 재치 있게 등장하는 한국어에서 한국인 관객들을 배려한 센스를 엿볼 수 있다.
마냥 코믹하고 우스꽝스럽게만 보이지만 이 뮤지컬은 큰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뮤지컬의 후반부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지금 삶에 만족하며 살아. 만족할 만한 삶을 살든지.’ 이게 바로 <시카고>의 교훈이다. 영원한 건 없다. 현재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한 번 사는 인생,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나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