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social Family’는 원서와 한국어 번역판 두권 모두를 소장하고 있었기에 번갈아 읽으며 꼼꼼히 어느 부분이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뉘앙스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비교해 이해하기 수월했다. 이 책은 영국의 대표적인 여성해방 이론가인 미셸 바렛과 메리 맥킨토시가 쓴 책으로 '안티-소셜-패밀리' 즉 ‘반사회적 가족’ 으로 번역되어 진다. 책은 가족의 정의를 다시 재정립하고 가족에 관한 어떠한 이데올로기가 사회에서 생산되고 사용되어지는지 살펴보고 있다. 역자 서문에선 책의 내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들이 가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사랑과 보호에 대한 기대처럼, 인간의 기본적 욕구들을 가족제도가 독점함으로써 가족의 역할은 신성화되는 반면, 사회는 그러한 가족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대항해야 할 황폐화된 어떤 곳으로 격하되고 있는 모순을 지적한다. 그나마 그러한 보호와 사랑의 역할도 특정 계층이나 특정 형태의 가족에게만 가능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체 가족의 모습이 그러한 듯 오도된 채. p.8
자라며 주변에서는 한 엄마-한 아빠 형태의 가정만 볼 수 있었던 나는 그것만이 ‘평범’한 것이라고 믿으며 성장했다. 나의 어린 시절 가졌던 가족 관념은 90년대 당시 사회가 특정 형태의 가족만을 옹호하는 편협함에 가려졌던 것이다. 진정한 의미와 실천란 무엇인지 궁금해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엔 좀 더 많은 계층의 가족과 많은 형태의 결혼방식을 선택하는 가족이 존재한다. 그들 또한 진정한 의미의 보호와 사랑을 누려야 함을 이 책에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져갈 개념 하나. 그동안 얼마나 사회가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교육체계, 결혼제도, 미디어, 각종 어린이 보호시설 등의 사회기구를 통해 심화해 왔는가 하는 것이다. 또한 가족이 대중에게 갖는 호소력은 얼마나 지대한지 등의 문제들을 분석하며 다양한 이론들을 비판하고 수용한다. 두 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보호에 대한 기대나 정서적 교류 욕귀, 경제적 충족방식을 독점함으로써 자신만을 특권화하고 사회는 방어 대상으로 격하시키는 가족과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 하는 것이다.
두 저자는 한 특정한 형태의 가족 형태만을 지지하며 나머지를 배제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구형태와 결혼방식 그리고 그러한 다양성을 보게 하는 경제적, 이념적, 제도적 변화를 야기한다. 서문에서 처럼, 지긋지긋한 혈연주의, 연고주의 같은 각종 변형된 가족주의적 가치들이 강한 사회구성 원리로 남아있는 한국이 이 책의 설명방식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가족제도가 가진 막강한 위력을 해체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를 읽고 나서는 다양한 고찰을 하게 된다. 그 중 들었던 질문은, 과연 그동안 나와 주변의 가족제도에 대하여 회의감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좀 더 다양한 가족적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는 우리 삶이 처한 현실이란, 최근에 시청한 ‘동백꽃 필 무렵’ 에서 주인공 동백과 필구가 헤쳐 나가야 했던 삶의 모든것에서도 알 수 있었다. ‘두부 한모’ 라고 놀리는 초등학생들의 편견이 그저 심심한 장난으로만 받아들여질 것인가, 그 의미를 사람 가운데 심어놓은 사회는 대체 누구를 배제하고 무엇을 조명하고 있는가를 생각케 한다.
책에서 야기하고자 하는 정치적 맥락의 가족, 결혼, 개인주의, 여성의 일 그리고 성 해방 등 또한 그동안 살면서 느껴왔던 많은 부분과 맞닿아 있기에 결코 한장 한장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가족과 사회의 교차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말하는 개인의 사생활이 얼마나 사회 구조의 산물인 가족 아래서 운영되어져 왔는지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았음을 또 한번 알려준다.
이처럼 사회에서 보여지는 모든 ‘역할’들은 철저히 계산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능력차이, 성별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단순한 진실로부터 ‘반사회적 가족’ 이라는 책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내 자신, 나의 가족 더 나아가 사회란 정의에 대하여 가졌던 모든 지식을 뒤흔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