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누군가와 정말 잘 맞는다는 것은

laylador(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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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는 그랬다. 잘 맞는게 어디있나 의심을 뿌리고 사람은 맞춰가는 거라며 관계의 불신을 드러내곤 했다. 물론 일부는 맞는 생각일 수 있다.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비슷한 가치와 믿음을 공유하며 상대가 열중하는 활동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정도의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으니까. 친구로도 자연스럽고 쉽게 잘 어울리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에도 상대의 행복이 서로의 목표가 되는 것, 즉 서로의 내면을 통해 바라보고 사랑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러한 경지의 관계를 현실에서 가질 수 있을까, 상상하던 때나 그랬다.


 상대방과 알아가는 도중, 참을성을 가지고 조금씩 진전하며 변화하는 상황을 해결해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모든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겸해져야 한다. 하지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물론 타인을 처음 만나고 관계와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경청해야 하는 서로의 목소리가 가끔은 닿지 않을 때가 생긴다. 불신과 질투 그리고 의심이 그 목소리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나 또한 그로부터 너무나 아팠던 경험을 미루어 보건데, 관계에서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랑을 나눌 상대방과의 내적인 결과 방향이 같음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는 외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도 잘 맞기를 바란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쓰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제법 잘 어울리는 커플인지 아닌지를 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서로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심 기분이 좋기는 하다. 이렇게나 멋진 사람과 내가 닮은 구석이 있다니, 닮아갈 수 있다면 하고 바래왔던 일인데 말도안돼! 기쁨의 비명을 지르겠지. 이처럼 서로의 관심사, 취미, 가치관 등 맞는 구석을 탐색하며 발전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다. 이 뿐만 아니라 섹스까지 잘 맞는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지. 한마디로 천생연분이란 소리다. 훨씬 어릴 적엔 궁합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다들 그냥 하는 소리겠지 하고 넘겼는데, 정말 사랑하면 모든 것이 다 맞는 다는 어른들 말이 틀린 건 아닌 듯 하다.


 나는 나이, 종교, 인종의 경계를 뛰어넘은 진정한 사랑을 꿈꾼다. 벨 훅스는 사랑의 정의가 신비에 싸여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입에 올리면서도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사랑이란 말이 도처에 존재하지만 사랑의 정의를 정확히 알고 실천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 또한 진정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타자를 사랑하는 방법은 온전히 알지 못했다.


 그런 내가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따듯하고 깊은, 내면의 힘으로 나의 괴로움을 치유해주기까지 하는 사랑을 만났을때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서로를 갈구하고 끌리는, 그런 ‘잘 맞는’ 관계.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특별한 관계에서 내가 느끼는 새로운 감정들은 하루가 다르게 피어올랐고 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스캇 펙의 정의대로 사랑이 느낌이나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후로 나는 현실에 박혀있는 모순들을 하나 둘씩 정리하기 시작했고 내가 왜 그토록 괴로워했는지 어떤 부분이 망가져 있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고 배움이었지만, 사실 나는 더 큰 그림을 관측하고 있는 중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보살피고 애정을 표현하고, 상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에게 충실과 헌신을 다하고,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라 했다. 아직 그 경지까지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나는 앞으로도 노력을 멈추지 않을테다. 진정한 사랑을 행하고 나누기 위해서, 그리고 후회없는 멋진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