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알파와 오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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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he writer






들어가기에 앞서

  이 포스팅은 초심자용이니 글쓰기에 숙달된 분들은 건너 뛰시길 추천한다. 게다가 지난 시간에 내가 야매임을 분명히 밝혔고. 건질 게 별로 없을 것이다. 여러분의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이렇게 애걸복걸…까지는 아니지만 적극 막아서는 작성자는 별로 없잖아. 좋은 말 할 때 들으시라.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 포스팅만 쓰다 보면 점점 가즈아체가 돼 간단 말이지. 스팀 스달 가즈앗!)

  단 내 저질 개그력ㅋㅋ에 관심 있는 분들은 계속 보시라. 야메떼 구다사이가 나올 때까지 개드립은 계속됩니다 오늘은 부록도 함정도 없으니 맘 편히 보시라.





  지난 시간에 두괄식이니 미괄식이니 하는 얘기를 왜 했는지 기억하시는 분 손? 없네, 없어…

  형식을 정하면 대강의 얼개가 딸려 나오기 때문이다. 보통은 반대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야기 전체를 구성한 뒤 거기에 적합한 형식을 고르는 건 숙련자의 방식이다. (이거 되는 분은 ‘뒤로 가기’ 고고!) 여기서 숙련자라 함은 스타크래프트에서 모든 종족으로 능숙한 플레이가 가능한 정도랄까. 이 사람들은 맵에 맞춰 아무 종족이나 골라서 하면 된다. 초심자는? 종족을 먼저 골라야 한다. 고르고 나면 어떻게 플레이 해야 할지 대충 그려진다. 종족에 특성화된 플레이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맵이고 나발이고 일단 게임을 즐겨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형식에 관해 생각하는 과정에서 대략적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구성된다. 내게 맞는 종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게임의 전반을 익히는 것과 같다. 지난 시간에 이어 거듭 말하지만 머릿속에서 충분히 굴려야 한다.

충분히가 얼마만큼인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넘쳐서 먼저 생각해둔 것까지 까먹겠다 싶을 정도가 좋은 타이밍이다. 참고로 나는 보통 하루 이상 걸린다. 길면 일주일. 물론 앉은 자리에서 뚝딱 쓰는 글도 있다. 어제 쓴 일기 같은 거. 일기는 딱히 형식이나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메세지 따위 있든 없든 상관없으니까. 그런데 나는 일기를 올리는 일이 극히 드물다ㅋㅋㅋ 젠장

  머릿속에서 충분히 굴렸으면 이제 컴퓨터 앞에 앉아 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한 글자도 못 쓰겠다…? 엌ㅋㅋㅋㅋ 정상이다. 대가들도 빈 페이지 앞에선 두려움에 떨거나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다만 머릿속에 생각해 둔 게 많으면 억지로라도 늘어놓을 수 있다. 가뜩이나 고민할 것도 많은데 얼른 종이에 옮긴 다음에 비워 줘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도 못 쓰겠다 하는 분이 있을 수 있다. 울지 마요. 괜찮아요. 오늘 알아볼 게 그거니까.





노파심에서 짚고 넘어가는 알파

  노부老夫심은 왜 없나

  굴릴 만치 굴렸다. 생각은 넘치는데 쓰질 못하겠다. 손목 터널 증후군이 의심되니 가까운 병원으로…가 아니라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자. 지금 여러분이 앉아 있는 장소, 시간, 그리고 기분. 글쓰기에 집중할 여건이 되는가?

  이거 굉장히 중요하다. 전뇌공간에 갇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게 아닌 이상 인간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부랑 비슷하다. 공부를 아무 데서나 아무 때나 아무 기분에서나 막 할 수 있나? (어, 거기, 있다구요? 아직도 ‘뒤로 가기’ 안 하고 뭐 해요ㅋㅋ) 글쓰기는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공부만큼 집중력이 드는 일이다. 창조적 작업이니만큼 때론 더 들 수도 있고. 아니, 그렇다고 너무 겁먹진 마시고… 이 시리즈가 끝날 때쯤 여러분은 최소 2,000자는 고퀄로 뚝딱 쓸 수 있을 거니까.

  많은 작가들은 환경에 민감하다. 특히 시간.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밤에 쓰는 걸 선호한다. 물론 낮에도 쓸 수 있긴 하다. 낮에 쓰는 훈련을 몇 년 간 한 결과다. 그런데 효율이 다르다. 낮에 30을 쓰면 밤에는 70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장소라는 변수를 주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낮의 카페라면 90을 쓸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밤낮없이 잘 안 써진다. 이게 얘들이 특별히 더 예민한 성격이라 그런 게 아니고 글쓰기가 그만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초집중 상태인데 누가 건들면 좋아? 잘 돼? 엌ㅋㅋㅋ 그런 분은 '뒤로 가기' 빨리 하시라니까.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자기만의 환경을 찾으시라. 글쓰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서 삽질하다가 실패하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글쓰기 자체가 싫어지게 된다. 이왕 쓰는 거 분위기 좀 잡자.





노파심에서 짚고 넘어가는 오메가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요? 그것도 뭘 쓸 수 있어야 알지!

  한 번의 성공이 중요하다. 그 맛을 봐야 계속 할 맘이 생기니까. 우리가 코인을 하는 이유도 그거 아닌가ㅋㅋ 그래서 지난번에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우리 모두가 좋게끔 짧게 쓰라고 권했다. 시험 삼아 일단 일기를 써 보자. 일기 무시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일기를 꾸준히 써 온 분들은 보통 다른 글도 잘 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잘 쓰게 된다. 나는 고딩 때부터 20대 초반까지 매일 썼다. 거의 단순 기록에 가까웠다. 그 수준이ㅋㅋㅋ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2018년 3월 4일 새벽 2시 22분 경
오전에 스팀잇에 댓글을 좀 달았다. 피드를 돌아다니고 나서 점심을 먹었다. 갑자기 비가 와서 산책을 못 갔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피드를 돌아다녔다. 오후부터 작법 강의를 썼다.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간 하루였다.

  지금은 안 쓰지만 그때 스타일로 구성하면 오늘의 일기는 이럴 거 같다. 여기에는 어떤 생각도 없다.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걸 실천할 때가 왔다. 얼마나 쉽나. 심지어 내 일기는 감정 표현도 거의 없다. 아니 그렇다고 저대로 하란 얘긴 아니고 각자 좋은 스타일로 쓰면 된다. (여러분이 마법사나 마녀라면 해리 포터처럼 일기장과 대화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라도 꾸준히 쓰면 좋은 게 뭐냐 하면… 습관이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두려움이 덜하다. 게다가 일기는 굳이 형식에 얽매일 것 없고 주제가 없어도 상관없다. 내 경우는 요즘 거의 방에만 박혀 있으니 쓸 거리가 없지만 직장이나 학교 다니는 여러분은? 단순 사실만 나열해도 쓸 거리가 차고 넘치지 않나? 나처럼 집에만 있는 분들은 TV보고 스팀잇한 이야기라도 쓰자

  처음부터 잘 쓰려는 건 초심자가 마라톤을 첫 방에 완주하겠다는 욕심과 같다. 이제 젓가락 행진곡 앞 소절 간신히 치는데 갑자기 캐논 변주곡을 치겠다는 것과 같다. 젓가락 행진곡이 우스워? 천리길도 식후경, 차근차근 늘려 나가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자기만의 환경과 습관을 만들려고 하는 거니까… 형식이고 나발이고 내일 일은 내일로 미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