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성을 둘러보다 보면 동쪽 입구에서 커다란 도리이 하나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히로시마 호국신사(広島護国神社)의 피폭 대도리이(被爆大鳥居).
지금은 히로시마성 동쪽, 옛 우라 고몬(裏御門) 부근에 서 있지만 원래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34년 당시 호국신사는 지금의 구 히로시마 시민구장 부근으로 이전했고, 이 도리이는 당시 신사의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면서 신사의 건물은 모두 불타 사라졌지만, 이 커다란 돌도리이는 폭심지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당시 폭풍을 거의 위에서부터 받아 도리이가 쓰러지지 않았다고 전해지며, 남쪽에 걸려 있던 편액 역시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도 남아 있다.
전쟁이 끝난 뒤 호국신사는 1956년 현재의 히로시마성 부근으로 이전해 다시 세워졌고, 이 도리이 역시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다.
그래서 지금 히로시마성 입구에 서 있는 이 도리이는 단순한 신사의 문이 아니다.
한순간에 도시가 사라졌던 그날을 직접 지나온, 히로시마의 역사적 흔적이다.
히로시마성이나 호국신사를 방문한다면 신사 안쪽뿐만 아니라 히로시마성 동쪽 입구에 있는 이 도리이도 꼭 한번 바라보길 추천한다.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 자리에 오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