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918] 히로시마 불단, 불단거리와 전통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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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에서 조금 독특한 전통공예를 만났다. 바로 히로시마 불단(広島仏壇)이다. 사진으로 보면 검은 옻칠과 금빛 장식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불단을 만들기 위해 여러 분야의 장인 기술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히로시마 불단의 역사는 에도시대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슈에서 이주해 온 장인들의 기술을 바탕으로 목공과 금속 세공, 옻칠 등의 기술이 자리 잡았고, 이후 교토와 오사카의 불단 제작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히로시마에는 이 불단과 관련된 역사를 보여주는 ‘불단거리(仏だん通り)’도 있다. 에도시대 말부터 불단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전쟁 전에는 이 주변에 40여 곳의 불단점과 관련 가게가 있었다고 한다. 원폭으로 거리 전체가 크게 파괴됐지만 전후 다시 불단점들이 들어섰고, 한때 13곳을 중심으로 불단 관련 상점들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생활 방식이 달라지고 불단을 찾는 수요도 줄면서 불단 산업은 점차 규모가 작아졌다. 예전처럼 장인과 관련 가게가 밀집한 모습은 아니지만, 지금도 이 거리에는 불단점들이 남아 있어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히로시마 불단의 특징은 분업을 통한 제작 방식에도 있다. 목재로 기본 구조를 만드는 목지, 세밀한 장식을 담당하는 세마, 내부의 궁전 형태를 만드는 궁전, 받침 부분인 수미단, 금속 장식, 옻칠과 금박, 마키에까지 크게 일곱 분야로 나뉘어 각각의 장인이 작업한다. 이들을 ‘칠장(七匠)’이라고 부른다.

특히 히로시마 불단은 옻칠과 금박, 마키에와 섬세한 조각이 중요한 특징이다. 검은 옻칠의 깊은 광택 위에 금빛 장식이 더해지면서 상당히 화려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불단 하나가 사실은 한 명의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물건이 아니라, 여러 장인의 기술이 모여 완성되는 셈이다.

그래서 사진 속 불단을 보고 있으니 단순히 ‘화려한 일본식 불단’이라는 것보다, 한 지역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기술의 집합체라는 점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불단뿐 아니라 이 전통적인 옻칠 기술을 현대적인 생활용품으로 이어가려는 움직임도 있다. 불단을 만들던 기술로 그릇과 생활용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생겨난 것도 이런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방식이다.

예전에는 불단점과 관련 장인들이 모여 있던 거리가 있었고,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었다. 그래서 오히려 히로시마 불단을 직접 보고 나니, 이 화려한 불단이 단순히 오래된 종교용품이 아니라 히로시마라는 도시가 오랫동안 쌓아온 지역 공예의 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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