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오랜만에 용산 신흥시장을 걸었다.
해방촌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익숙한 골목과 오래된 가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비에 젖은 시장 골목은 평소보다 조금 조용했고,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시장 특유의 풍경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신흥시장은 광복 이후 사람들이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오래된 시장이다. 한때는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던 곳이었고, 지금은 오래된 가게들 사이로 카페와 식당, 작은 숍들이 들어서면서 예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 되어 있다.
사실 이곳이 더 반가웠던 건 예전에 내가 살던 동네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떠나 있던 곳을 다시 걸으니 그때의 기억들이 조금씩 떠오른다. 익숙했던 길인데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와보니 낯설기도 하고, 그대로인 것과 달라진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살던 동네는 참 신기하다. 내가 떠난 뒤에도 시간은 계속 흘렀고, 가게가 바뀌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골목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비 오는 날이라 천천히 걸어서인지 오히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는 일상이었던 곳을 이제는 여행하듯 다시 걷는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게, 조금 묘하고 또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