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오랜만에 설 연휴를 맞이하여 울산에서 올라온 형을 만나게 되었다.
나의 형은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 들어간 인재이다.
심지어 단 한 번에 SK와 삼성을 둘 다 붙어서 둘 중 골라 들어갔으니 말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자신이 울산에서 회사에 있으면서 겪었던 일들과 그 일들에서 얻은 것들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도 말해주었다.
형이 말해주었던 조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거였다.
"나는 네가 무엇을 할지 찾았으면 좋겠다. 형은 다른 사람보다 0.001%라도 특출나다고 생각한 것에서 길을 찾았으며, 그것이 곧 내가 찾은 하나의 성공으로 가는 길이 되었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이 말을 듣고서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형이 꼰대가 돼서 온듯한 기분도 조금 들었다.
하지만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니 형의 조언은 결코 아무런 근거 없는 말이 아니었다.
현대 사회에서의 성공은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그만한 가치를 지닌 일을 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하기 위한 자기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느껴졌다.
가치 있는 일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형은 이것을 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에게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
자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으며, 그것이 자신이 갈 수 있는 일종의 길을 만들어 주었다고 말이다.
형은 화학을 전공했다. 화학을 하기 위해서는 물리를 해야 하며 물리를 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화학의 용어들이 영어로 되어있기에 영어 또한 공부해야 했다고 했다.
형은 자신이 다른 과목의 성적들이 형편없을 때 유일하게 그나마 잘했던 것이 화학이었고 그 점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은 화학 쪽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형은 그렇게 자신의 전공을 살려 보란 듯이 대기업에 취직했다.
참고로 형은 누구나 알만한 천재나 그럴듯한 특별한 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자신이 정한 목표가 있으면 그 어떤 상황과 여건 속에서도 그것을 이루어 내기 시작했고, 어머니께서 처음 형이 대기업에 취직한다고 했을 때 웃으시면서 허 새 부리지 말라고 하셨던 그때마저도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었다.
토익점수를 따기 위해 토익학원을 다니려 할 때 집안 사정이 안 좋고 알바를 할 수 없을 때마저도 작은어머니께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토익학원을 다닐 필요가 있음을 밝히면서 부탁을 드려 학원비까지 마련해 학원을 다녔었다.
그리고 토익점수를 만족스러울 만큼 받아오면서 나를 놀라게 하였다.
나는 솔직히 참 신기했다.
군대를 가기 전까지만 해도 여자친구에게 질질 짜면서 버스에서 눈물을 흘리던 형이 군대에서 큰일을 겪은 후 사람이 변했는지 거침없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예전이라면 귀담아듣지 않았을 형의 말이 점점 솔깃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형은 그런 자신에 대해서 내 또래 친척들이 모였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많았다. 내가 겪은 경험과 그 속에서 얻었던 깨달음 등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노력해서 취직도 하고 자격증 등도 따면서 하나씩 이룬 것이다. 그래야 너희에게 근거 있는 조언들을 해줄 수 있지 않겠냐"라고 말이다.
이런 말을 했을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아... 정말 그렇겠구나
아무것도 없으면서 이래라저래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더라라고 말하는 것과 자신이 이룬 것을 바탕으로 그것들을 이루어 가면서 헤쳐나가면서 겪었던 것들 경험했던 것들에서 나온 것을 말하는 것은 천지 차이구나라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 형의 말에는 허세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10년 안에 건물주가 되겠다느니 자신의 삶을 영화로 만들 거라느니 자서전을 낸다느니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할 것이다.라는 등말이다.
허황되어 보이고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이는 말이지만 왠지 형이 여태 말했던 것들이 말하는 대로 전부 이루어진 것들을 보면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형은 나에게 항상 말해왔다.
"내가 먼저 길을 닦아놓을 테니 너는 그저 닦아놓은 길을 걸어만 오라고,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전부 가져가라"고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가끔씩 뭔가 내가 형의 그림자에 덮여버리지 않을까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 나름의 길이 있고 형은 형 나름의 길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얻은 귀한 깨달음과 경험들을 나에게 전해주는 것은 결코 나라는 자신을 형이 덮어버리는 것이 아닌 마치 길가에 놓인 이정표와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그 길들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해 보이고 위험해 보이는 길 앞에 경고와 설명을 해주는 이정표 말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자 그저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던 형이 언제부터인가 듬직해 보이기 시작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