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돌은 언제 증언대에 설까?
돌은 가장 오래된 증인이자 확고한 증언대야. 돌에는 무수한 진술이 기록되어 있어. 하물며 짐승의 발자국 부터 풀꽃의 여름부터 순간의 빗방울까지 보관되어 있어.
돌은 한때 단죄의 기준이었어.
비난하는 청중이었고 항거하는 행동이었어.
돌은 그래.
인간이 아직 맡지 못하는 숨이 있다면 그건 돌의 숨이야. 오래된 공중을 비상하는 기억이 있는 돌은 날아오르려 점화를 꿈꾼다는 것을 알고 있어.돌은 바람을 몸에 새기고 물의 흐름도 몸에 새기고 움푹한 곳을 만들어 구름의 척후가 되기도 해. 덜어내는 일을 일러 부스러기라고 해. 하찮고 심심한 것들에게 세상 전부의 색을 섞어 딱딱하게 말려 놓았어. 아무 무게도 나가지 않는 저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것도 사실은 인간이 쌓은 저 딱딱한 돌의 축대들 때문일 거야.
잠자던 돌이 결심을 하면 뾰족했던 돌은 뭉툭한 증언을 쏟아낼 것이고 둥그런 돌은 굴러가는 증언을 할 거야.
단단하고 매끈한 곁을 내주고 스스로 배회하는 돌들의 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이 굴러다닌 거야.
아무런 체중도 나가지 않을 때까지.돌의 문서 / 이린아
2018년 조선일보 시부문 신춘문예 당선작
(안내: 신춘문예 리스트에서는 시인분들의 저작권 보호를 위하여 보팅 기능을 해제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사진 편집에 @johnyi 워터마크가 첨부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