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연인에게,
그리고 미성숙했던 나에게
Sagoda Q. 지나간 사랑을 통해 배운 것은 무엇인가요
요아
당신이,
이 글을 보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지나간 연인의 정보는 궁금해하지 않을 정도로 현명한 사람이니까. 아마도 당신이 아닌 미래의 연인이 이 글을 읽을 가능성이 훨씬 높겠지. 아직 얼굴도 모르는 미래의 연인에게 한 마디 하자면, 이 글을 읽으며 질투를 담지는 않았으면 한다. 과거의 연인 덕분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나를 건강히 만날 수 있었을 테니까. 조금 덜 예민하고 더 자비로워진 내가 그대를 대할 테니. 그러나 이 편지는 사실 그 누구를 위한 게 아닌, 나를 위한 글이기도 하다.
헤어진 후 2주 정도는 식음을 전폐했고, 2주 정도는 폭식을 했다. 이미 헤어질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는데도. 갑자기 찾아온 이별이 아니었음에도 막상 연을 끊게 되니 그 사실을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그 과정에서 당신을 미치도록 증오했다가 사랑하기를 반복했다. 다만 당신을 잠시 사랑할 때면 나를 증오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이 굴레를 걸으며 아마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하겠다는 우습고 유치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때로 돌아갈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면 아찔해질 정도로, 깊은 암흑기였다.
뒷담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감정을 잘 다루지 못했으며 못된 말과 행동도 골라서 했다. 종종 과분할 정도의 짜증과 화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마음을 정리할 때 당신이 내게 보였던 그 나쁜 모습을 되짚었다. 3년을 넘긴 게 이상하리만큼 셀 수 없는 다툼의 상황을 곱씹었다. 당신이 무엇을 말했던가, 나는 무어라 답했던가. 그렇게 나는 우리 둘의 기억으로 홀로 들어섰다. 변하지 않을 답들 속에서 깨달았다. 나 역시도 그대에게 참 안 좋은 사람이었겠구나.
나는 당신보다 나와 더 오래 지낼 사람이니까, 나를 오래 싫어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잠시간만 당신에 비추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했다. 나는 참 많이 징징댔고, 당신에게 당신이 해낼 것 이상을 요구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짜증을 냈고, 당신의 사생활을 덜 존중했다. 그제야 당신이 내게 했던 말을 이해했다. 당신이 그 말을 꺼낸 이후 반년 뒤에서야 이해한 걸 보면 당신이 나보다 조금은 더 성숙했을지도. 그러니까, "너는 네가 편할 때만 나를 찾아." 같은 것.
많은 타인들은 과거의 연애를 회상하며 참 예뻤다고 말하겠지만, 우리는 참 예쁘지 않은 연인이었다. 예쁜 사랑보다 예쁘지 않은 사랑을 더 많이 했다. 연애 초반 했던 약속 덕택에 욕을 한 적은 없었지만, 그것 외에는 서로의 마음을 할퀴고 자존감에 흠집을 내고 그럼에도 멀어지지 못하는 스스로에 실망했다. 우리는 미성숙했다. 나도 어렸지만, 당신도 어렸다. 하지만 당신이 나보다 아주 조금 더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당신 덕분에 안 좋게 헤어지지는 않았으니까. 잘 지내냐는 물음도 못 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니까.
당신이 지금 나를 만난다면 과거의 내 모습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 그걸 알게 된 건 사실 오래되지 않았는데, 내가 드디어 당신의 앞날을 축복해준다는 것에서 느꼈다. '축복해 줄 수 있다'가 아닌, '축복한다'. 비단 당신의 일적인 생활뿐만 아니라 연애적인 측면에서도.
왜,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 나와 헤어진 뒤에 네가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면 과거의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겠지. 너의 성장과 눈높이가 같은 사람. 감정을 잘 다루지 못했던 네가 이제 감정을 더 잘 다루게 되었다면, 네 사상과 감정, 성숙도를 닮은 자존감 높은 사람이 네 앞에 나타나겠지. 우리는 좋지 않은 연애를 했으니까, 과거의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만나 좋은 연애를 했으면. 짜증이 이는 일도 많았지만 서로에게 감사한 것도 많아 다행이야. 잘 지내라는 말보다 더 잘 지내기를.
물론, 나 역시도.
SAGODA Question.
사랑을 경험했던 기억에 비추어 봤을 때, 좋은 연인이든 그렇지 않았던 연인이든 이별 후 느끼는 점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지나간 사랑을 통해 무엇을 배우셨는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