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군 생활을 되돌아보면 참으로도 다사다난했습니다. 좋았던 기억도 있었고, 나빴던 기억도 있었지요. (물론 나빴던 기억이 훨씬 더 많지만) 그리고 어느덧 사회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서 입대하는 제 지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제가 그동안 많이 떠들어왔기 때문에, 왜 그러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제가 그들의 입대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 나라에 살면서 성인 남성들 대부분에게 입대는 필연적인 절차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좋든 싫든 타의로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입영거부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이 사회에서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고, 무엇을 선택하던 감옥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여러분들은 생각은 해보지만 결국에는 대다수가 군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입영거부자들에게 존경을 표하고는 합니다)
각설하고, 이제 군대에 들어가게 될 사람들에게 제가 주제넘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군대에 희망도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이것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적어도 사실입니다. 군대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르치고, 가하는 곳입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군대에서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성의 끈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간성을 상실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유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무서운 일이지요. 이게 훈련소에서 배우는 것들입니다. 그다음은 어떻습니까? 자대에 가면 조금 더 괜찮은 환경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동안 외형상 계급 없는 사회에서 살아온 당신은 이제 본격적인 계급사회라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 속에서 불합리함을 직접 느끼게 될 것이고, 어쩌면 후일 당신이 그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끔찍한 일들입니다. 아마 이렇게 이야기하면 군대에 더 들어가기 싫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가야만 합니다. 그 속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입대 전에 이렇게 무섭게 이야기하면 되겠느냐'라고 지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미리 알고 가면 차라리 더 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정신을 더 바짝 차릴 수 있겠지요. 군대 가면 사람이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선전에 낚이지 마세요. 오히려 저같이 군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군대라는 곳은 여러분을 변화시킬 기회의 땅이라기보다는, 여러분의 이성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전투장과 같습니다. 당신의 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내부적으로 투쟁해야 하는 곳입니다.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내부적으로 투쟁하거나, 아니면 거기에 적응하거나. 물론 적응해도 투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보람 있는' 군 생활이 될지도 모르지요. 하여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군대에서도 무엇을 선택하게 되던 여러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라는 것입니다. 강제로 끌려왔으니, 그것이라도 주체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무거운 조언만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희망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최근에 군대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런데도 여기에 사람이 산다.'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군대라고 할지라도,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모두가 완전히 군대가 원하는 인간상에 부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잠식당하지 않고 잘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성을 지키고, 군대에 적응하며, 자신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반드시 붙잡으십시오. 여러분들도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군대에서 완전히 미치지 않은 데에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또한, 군대에서는 사람의 좋지 않은 면만을 부각 시키게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일정 부분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그 속에서도 피어나오는 인간의 긍정적인 면모에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한다면 조금씩 지옥 같은 군대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우리를 지탱하는 기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어막 같은 기능을 하게 될 것입니다. 가끔은 그 희망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을 많이 겪었습니다. 덕분에 많이 방황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위에 있는 것들이 군대에 의해 변형된 '괴물' 들이 아니고 원래는 그저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사람다움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성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덕택에 힘든 상황에서도 결국 버텼습니다.
군에 곧 입대하실 아니 끌려가실 여러분들에게. 이 글을 읽는 입대자 중 저와 얼굴을 직접 대면한 사람들은 적겠지만, 그런데도 연민을 느끼면서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살아 돌아오십시오. 그리고 언젠가는 만나서 '잘 했다고' 서로 포옹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 날을 기다리면서, 여러분들이 육체적이던, 정신적이던 힘든 군 생활을 버텨내길 바랍니다. 넘어지는 순간들이 많을 겁니다. 좌절하는 날들이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방해하더라도 뿌리칠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 군대가 아무리 폭력을 가할지라도 우리가 살아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고, 그곳에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기억합시다.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곳에서, 인간성을 찾으면서 그래도 이 세상에는 희망이 있음을 찾아가며 삽시다. 그리고 언젠가 그 끔찍한 곳에서 나와서, 지켜낸 우리의 인간성을, 나 자신을 세상이라는 깃대에 걸어 힘차게 펄럭이게 합시다. 그때 저도 같이 있겠습니다. 여러분, 잘 하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못해도, 그저 이기고 오시라고, 자신을 지키고 오시라고,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