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강렬하다. 파멸로 가는 길. 뭔가 마초적인 느낌이 든다. 거기다 1930년대 대공황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한 갱스터물이다. 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와 주드 로, 다이넬 크레이그 까지. 배우도 좋다. 이 영화엔 낭만적이고 멋진 것이 들어있다.
갱스터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둡고 칙칙한 밤거리에서 중절모와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들이 시가를 물고 총싸움을 벌이고, 깊은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암투, 배신. 뭐 이정도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어둡지 않다. 밝은 톤의 조명을 쓰면서 스크린 속에 구현되는 이미지는 한껏 낭만을 머금고 있다. 마이클 부자가 구식 자동차를 타고 보스의 비자금을 터는 장면은 너무 황홀해서 몇 번이고 돌려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이클이 자신의 아버지같은 보스를 쏠 때도 날카롭고 차가운 총알소리는 부드러운 선율의 클래식에 묻혀 사라진다.
깔끔한 일처리와 충직함을 갖춘 비정한 킬러 마이클 설리반(톰 행크스)은 아버지처럼 느껴져 왔던 보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있다. 그리고 이것이 보스의 친아들 코너 루니 (다이엘 크레이그) 의 질투를 사고, 돌이킬 수 없는 참극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이 영화의 큰 틀에 갈등이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를 보는 동안 더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은 설리반과 그의 아들 설리반 주니어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트러블이다. 하지만 이 두 갈등이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에 이 갈등이란 것이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를 더욱 아끼고 사랑했기에 오해는 더 커지고 다시 바로 잡고자 애를 쓴다. 영화는 어두운 뒷골목에 비열한 사투대신 이 부분의 더욱 집중하며 마지막으로 치달았을 때에 다가오는 감정의 절정을 더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
갱스터물의 가장 확실한 요소라고 할 수있는 절대 악인은 이 영화내에서 찾아 내기란 쉽지가 않다.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며 이웃에게도 친절했던 설리반은 보스의 일을 위해서 라면 살인도 망설임 없이 해내는 킬러다. 하지만 그를 절대 악인으로 낙인 찍기엔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자신을 배신하지만 않으면 늘 크게 호의를 베풀고 마을을 위해 많은 기부를 해온 보스를 단지 주인공의 적이라고 나쁜놈으로 단정짓기도 애매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이 모든 갈등의 원흉인 코너 루니가 악인일까? 어린 아이 먹던 사탕 뺏어가면 떼쓰는 건 당연한거니 그를 마냥 욕할 수도 없다. 그나마 등장하는 절대 악인은 주드 로 가 연기한 하렌 맥과이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설리반 위혐하는 존재일 뿐. 설리반과 어떤한 관계도 맺었던 인물이 아니다. 이 영화의 줄기를 구성하는 이야기에 외적인 요소라 할 수 있을것이다. <로드 투 퍼디션>의 또 하나의 특징인 선악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는 선과 악의 대립관계라는 단순한 대결방식을 떠나 '아버지'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꽤나 철학적이고 문학적이게 다가온다.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보기만 하더라도 벤더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했던 것이 무엇인질 알 수 있다. 약간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는 뻔한 이야기지만 어느 세대에게나 감명을 주기엔 이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영화 꼭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