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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찻집 자리
노트북을 손에 든 한 아줌마가 찻집 2층으로 가는 계단을 내 앞에서 바삐 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의 찻집 자리에 대한 선호도는 대개 비슷하다. 특히 노트북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희망 자리는 더 많이 겹친다. 오늘은 그 자리에 못 앉을 거라 생각하며 2층에 올랐는데, 그 아줌마가 3층으로 올라갔다. 물론 3층이 더 조용하다. 나는 내가 원했던 자리에 앉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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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 제자
"저자에게는 무엇이 보이느냐?" "한 노파가 등에 업혀 있습니다." "옳거니! 그럼 이제, 내게 붙은 귀신은 없는지 말해 보거라." "사부님, 아무 것도 없습니다. 혼쭐날 텐데, 어찌 감히 귀신들이 사부님 곁에 머물겠습니까?" "그들도 안다, 자신들이 거울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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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 선택권
"아침부터 뭘 그렇게 고민해?" "사실은 말이야. 잠 안 자고도 살 수 있는 약을 만들었어." "대박! 그게 고민할 일이야? 나 모른 척 하지나 말아." "사람들이 좋아할까? 원망하지는 않을까?" "원망을 왜 해? 원하는 사람만 사서 먹을 텐데." "글쎄,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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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누룽지 설명서
아침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봉지 누룽지를 샀다. 끓는 물에 누룽지를 넣는지, 그릇에 담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붓는지 몰라 설명서를 열심히 읽었다.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붓고 삼사 분을 기다리라고 되어 있었다. 그렇게 했다. 그런데 뭐가 다른 것일까? 나는 또 왜 굳이 그대로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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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픽션) 기도 #2
"뭐 하고 있었어?" "기도." "뭘 또 그렇게 간절하게?" "오늘도 이기게 해 달라고." "야, 누가 들으면, 네가 무슨 프로 운동선수라도 되는 줄 알겠다." "사는 게 전쟁이잖아." "차라리 싸우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게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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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왜 그랬을까? #2
마을버스 타고 나오는데, 점퍼 주머니 속의 핸드폰에서 '까꿍'소리가 났다. 그런데 앞에 앉은 아줌마도 그 소리에 반응했다. 무릎 위에 올려둔 가방 지퍼 쪽으로 손이 갔다. 그러고는 내 눈치를 살폈다. 마치 내가 먼저 확인하는 것을 보고, 본인 가방을 열겠다는 모양새였다. 내 '까꿍'임이 확실했지만, 그걸 보니까 왠지 빨리 확인하기가 싫어졌다. 그 아줌마가 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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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무료 전시회
무료 전시회가 오늘까지라는 안내 문자가 그저께부터 왔다. 오늘은 벌써 두 번이나 핸드폰을 흔들었다. 무료라니까 한참을 고민하다, 한번 가보기로 했다. 장소 확인을 위해 안내 문구를 자세히 읽었더니, 문자로 받은 바코드 초청장을 보여 줘야 무료입장이 된다고 했다. 문자 메시지 함을 열심히 뒤졌지만, 바코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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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요즘 자리 잡기
요즘 도서관 열람실에는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끔 마련된 자리도 있다. 내가 가끔 들르는 이곳에는 넓은 테이블 가운데에 노트북 전원을 연결하게끔 멀티탭이 올려져 있다. 그런데 오늘 앉은 테이블의 좌석은 여덟인데, 멀티탭에는 콘센트 구멍이 네 개밖에 없었다. 책을 좀 보다가 노트북을 꺼내려고 했었는데, 생각을 바꾸었다. 콘센트가 두 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옆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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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빨리빨리 손 글씨
요즘은 손 글씨 쓸 일이 잘 없다. 어쩌다 쓰게 된 글씨를 보면, 내가 봐도 한숨이 나온다. 이게 글씨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언제부터인가 'ㄹ'은 한 획에, 'ㅁ'과 'ㅂ'은 두 획에 쓰고 있다. 그래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그렇게 하는 것이 손 글씨 '빨리' 쓰는 데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러면 세종대왕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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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망고와 도구
예쁘게 잘린 노란 망고가 유리병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다, 우리 집 냉장고에. 그런데 사흘째 그대로 있다. 병을 열 수가 없어서이다. 유리병도 뚜껑도 모두 동그랗다. 게다가 미끄럽기까지 하다. 어디를 잡고 힘을 쓸 수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삼 일 연속 도전했지만, 패배의 연속일 뿐이었다. 이솝 우화의 여우와 두루미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급기야 어젯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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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다행이었다
도서관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나도 문을 두 번 두드렸는데, 아줌마 목소리가 들렸다. 청소하는 아줌마가 분명했다. 남자 화장실이니까. "휴지 많이 남아 있어요?" 얼떨결에 휴지를 확인하고 대답했다. "예." 더는 아줌마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휴지가 실제로 많이 남아 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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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픽션) 아침 약
"무슨 약이야?" "감기약." "그런데 왜 점심에 아침 약을 먹어? 아침을 안 먹은 거야, 잊어버린 거야?" "아침, 점심 약이 다르더라고. 그래도 요즘은 이렇게 약 봉지에 표시가 있어 헷갈리지는 않더라." "그러니까, 지금 아침 약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냐?" "아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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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남들은
오늘은 어쩌다 찻집을 평소보다 많이 일찍 찾았다. 예전이면 가게에 들어서면서 '내가 첫손님이면 어쩌나? 카드 결제해야 되는데.'를 고민했을 것이다. 종업원이 커피 나올 때가지 기다리라면서 주문번호를 줬다. 39번이었다. 분명히 순서대로 나오는 번호일 텐데. 커피 받아서 2층으로 가니, 손님이 꽤 있었다. 다들 부지런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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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사진의 배경
동네 골목길을 지나는데 한 아줌마가 핸드폰 카메라로 뭔가를 찍고 있었다. 너무도 집중하고 있어서, 일부러 그 뒤로 돌아서 갔다. 아줌마 뒤를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그 핸드폰 쪽을 보고 말았다. 솔직히, 도대체 무엇을 그리 열심히 찍나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 순간 나는 아줌마 사진의 배경이 되었다. 벚꽃 대신임을 금방 깨달았다. 셀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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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웃음소리
도서관 옆자리에서 숨넘어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한 아가씨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었다. 이어폰을 끼면 웃음소리도 새어나가지 않는다고 착각한 걸까? 문득 그 옆에서 고민하며 책 읽는 사람과 아무 생각 없이 동영상 보는 저 아가씨 중 누가 더 행복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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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시 읽기
시 읽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전에도 시랑 친했던 것이 아니라서, 시뿐만 아니라 작품의 배경, 작가에 대한 정보가 함께 실린 책을 샀다. 읽다 보니 배경 정보만 열심히 읽고 있다, 시는 대강 건너뛰면서. 시를 읽으려면, 그냥 시집을 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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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순간 당황
찻집 화장실 변기의 물 내림 버튼을 누르고 일어서는 순간, 문에 붙은 다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변기에 휴지를 버리지 마십시오." 순간적으로 아찔해졌다. 만약 막힌다면? 옆에 뚫어뻥도 없었다. 자백, 도망? 다행스럽게도 잘 내려갔다. 왜 화장실마다 다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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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난세의 영웅
"세상이 왜 이렇게 어지럽게 느껴지는지 몰라."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잖아. 네가 한번 나서 봐." "내가?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얘기고. 그런데 잠룡(潛龍)이 사는 동안에 때를 못 만나면 그냥 조용히 살다가 가는 걸까?" "진정한 영웅은 때도 직접 만들지 않을까?" "아니면 세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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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또 다른 욕심
욕심이 과했었다. 대출 연장까지 했건만, 반납 기한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두 권 다 머리말만 간신히 읽었다.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읽어야 할까? 한 권도 제대로 못 읽을 것이다. 반납하면 사흘간 다시 대출할 수 없다. 읽다가 사흘을 쉬면 흐름이 끊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아예 오늘 반납하기로 했다, 다시 시작하는 날짜를 앞당기기 위해서. 또 다른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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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 인간의 진화
꿈 얘기다. 서부 영화의 총잡이처럼 결투를 하게 되었다. 총을 뽑으려는 순간 상대방이 총알이 안 들어 있다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기다렸다. 총알을 넣으려고 집어든 총에서, 당연히 빈총이어야 할 그 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었다. 내 가슴을 관통했다. 꿈에서 깼다. 저런 사람이 살아남고, 그래서 저런 사람들로 가득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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