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스타트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산업 역량을 더 키워서 그 안에서 일자리 창출이 더 많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요즘 언론에서 많이 오가는 주제 중 하나가 다름아닌 스타트업일 것이다. 뭐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어려울 수 있으니 간단히 말하면 창업(創業)이다. 회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일자리 창출에 맞물려 창업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계속, 지속적으로 창업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언론 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몇몇 지인들도 창업에 대해서 도전해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수많은 규약, 제약들로 인해 자기가 원하는 기량을 제대로 발휘못할 때가 많다. 직장 안에서의 분위기, 위계질서, 부도덕한 상사의 행동 등 때려치우고 개인 회사를 만들어서 내 맘대로 하고 싶을 때가 수없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말도 안되는 규제로 인해 짜증이 많이 올라올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정말로 때려치우고 내가 갖고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또 주변에서 도와주겠다고 해보라고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난 아직도 창업을 못하고 있다. 왜? 용기가 없어서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있다.
2000년대 벤쳐 붐이 일어나고 지금 제 2의 벤쳐 붐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수많은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1인 창조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소규모의 회사들이 적은 자본금으로도 충분히 운영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무기로 해서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아이디어와 그것을 받쳐줄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기획력만 갖추고 있다면 요즘은 회사를 세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벽이 낮아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분명 창업하기가 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쉬워진 만큼 망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100개의 회사가 만들어지면 그 중에서 1년 정도 버티는 회사가 10개 정도고, 2년을 버티는 회사가 그 중에서 5개 정도고, 5년 이상을 버티는 회사는 1개, 혹은 그 이하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00개의 회사가 만들어지면 1년을 버티는 회사는 그 중에서 1% 미만인 10개 이내고 2년 이상을 버티는 회사가 5개 정도, 5년을 버틸 수 있는 회사가 1개 겨우 나올까 말까 한다는 것이다. 성공 확률이 1%도 채 안되는 것이 최근 스타트업들의 생태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창업을 한다는 얘기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다 내걸고 거기에만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많아서 취미로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되겠나? 자신의 인생을 다 걸고 매진해야 하는 것이 창업인데 실제로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이 1%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이런 어려운 점, 힘든 점들은 얘기하지 않고 성공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얘기만 해서 창업을 부추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언론도 그렇고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서도 여실히 그런 부분이 드러난다.
물론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숨겨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실패한 후에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최근과 같이 어찌보면 생계형 창업이 메인이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아니 일부러 숨기고 성공하면 된다라는 얘기만 내세우면서 창업을 부추키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이런 식으로 끌고 나가려고만 하고 있고(그게 더 쉬우니까) 언론들은 어떻게든 컨텐츠를 만들어서 팔아먹기 위해서 이런 상황을 이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창업. 좋다. 성공한다면 자기만의 회사가 생기는 만큼 수익구조가 안정되면 그만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 기술이 진보적이라면 세상에 대한 도전정신을 고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서 전혀 언급도 하지 않고, 준비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창업했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99.99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창업 이야기에는 이런 철저한 준비와 실패에 대한 대비책 등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개인적으로은 창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산업 규모를 더 키워서 그 안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한 나라의 산업을 이끄는 것이 대기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건강한 산업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든든히 허리를 받쳐줘야 한다. 즉, 대기업은 대기업대로의 역할을,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의 역할을 함으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산업을 이끌어 나가야 건강한 산업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산업구조는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다. 중소기업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세력 확장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해야 할 부분까지 침투함으로 중소기업들이 죽어가고 있다. 대기업이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손쉽게 돈을 벌려고 중소기업이 겨우 만들어낸 시장을 자금력을 잡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윤리경영? 현재 대기업의 경영진은 윤리따위는 이미 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건강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창업을 통한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생기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중소기업들이 더 탄탄해져서 그 안에서 더 많은 일자리들이 생겨서 중간 산업층의 허리를 든든히 받쳐주게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각종 복지대책과 대기업과의 연봉 차이의 갭을 줄이는 등의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말이다.
창업. 스타트업. 다 좋은 말이다. 아이디어가 있고 기술이 있으며 도전정신이 투철하다면 도전해볼 만 할 것이다. 하지만 준비없이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인생이 다 망가질 수 있다. 요즘은 취직 자리가 없어서 생계형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더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중소기업의 산업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는 분위기와 또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이 강화되어서 이쪽에서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나와야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