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gora] 스팀잇의 익명성에 대한 무명씨의 생각 - 부제 : 스팀잇은 복면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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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기 의견을 내세우거나 논쟁을 좋아하지 않는 무명씨, 내가 이렇게 아고라에 글을 쓰게 되는 것부터가 스팀잇의 익명성을 칭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름과 사진, 가족과 친구, 학교와 직장 등 내 명함부터 내밀고 시작하는 페이스북에선 이미 나의 모습은 정해져있다. 내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는 편견들로 그들은 이미 나를 알고있다. 나는 그저 그들이 기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인터넷 상에서 다시 친분을 과시하거나, 단군의 자손 단일민족답게 건너 알수도 있는 사람들을 추천받아 인맥을 넓혀간다. 나도 이미 그 사람들을 안다. 이미 선입관이 생기고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정해져 버린다.

서로의 편견을 깨지 않을 정도로의 글들이 올라오며 거기에 장단 맞춰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정도를 벗어나지는 않았나 항상 자가검열을 하게 된다.

이곳 스티밋에서도 물론 자가검열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타인에 의한 편견의 두려움이 아닌,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영원한 기록이 남는다는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책임감때문일 뿐이다.

-being 과 doing 의 차이

그래서 스팀잇은 복면가왕이다. 나는 그 사람의 노래만을 듣는다.
가끔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상관없다. 이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나이가 적건 많건, 직업이 무엇이든 그 사람의 being 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말, 행동 즉 doing 을 보고 싶다.

스팀잇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new 를 선택하고 kr을 눌러 순서대로 글을 읽는다. 아이디를 보지 않는다. 물론 제목과 첫줄에서 섣부른 판단이 생길 수도 있으나, 이는 노래 첫소절부터 감동하는 것 또한 복면가왕과 마찬가지 아닌가.
감동받은 노래를 다시 찾고 즐겨 듣듯이, 공감하는 글을 읽고 그 블로그를 재차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팬이 되듯이 팔로우가 된다.

우리 현재의 being 은 우리가 이제껏 해온 doing에 의해 결정되어있고, 앞으로의 나의 being도 지금 내가 하는 doing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익명성을 악용하는 짓 따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난 순진무구하게도 이를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편이다. 하지만 스팀은 이마저도 다운보팅이라는 제도하에 정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익명성을 지켜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한편 익명성의 포기는 우리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가면을 벗을 때의 느낌, 가면을 벗은 사람을 봤을 때의 느낌을 상상해본다.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 이런 글을 쓰는 아이디가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 알아가는 재미 말이다.

스티밋도 소위 SNS인데, 사람사는 정이 어디 그런가,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밋업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겠지. 죄인이나 연예인도 아닌데 어느 정도의 신분 노출이 대수랴. 오히려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모임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오랜 시간과 많은 글들을 거쳐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된다.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들의 이름이나 나이가 나오기도 하고, 전공이야기를 쓰면서 직업을 알려아 할 때도 있고, 음식점을 소개하면서 사는 지역이 나올수도 있다. 이들을 밋업에서 만나 내가 알고 있었던 아이디와 사람을 매치시켜보는 즐거움도 클 것 같다.

이를 개인적인 경우에 적용시켜 보자면, 한국에서 많은 인연과 커뮤니티 속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스팀잇을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아님 스팀잇을 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밝히지 않으며 철저한 익명성을 유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팀잇을 하면서 이 모든 무명씨를 알아가는 재미를 알아버렸으니, 어느 정도의 익명성을 포기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미 이 익명성을 포기하고 밋업에 나타날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뻘글도 창피함없이 쓸 수 있는 스팀잇의 익명성이 좋으며, 또한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익명성의 포기 또한 즐겁다.
세상의 모든 무명씨와 함께 자유로울 수 있으니.

P.S.

  • 스팀잇의 익명성에 관한 글이니만큼 대문 사진을 쓰지 않았습니다^^
  • 복면가왕 어우동의 사진을 대문에 건 이유는 tata1@tata1 님을 비롯한 몇 분이 제가 남자라고 알고 계셨었기 때문입니다 ^^
  • 저는 corn113@corn113 인의 프로젝트 [kr-steembuy] 1000 스팀 클럽 3호 입니다.^^
201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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