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육아일기 #19] 부모는 아이의 변을 통해 성장한다.

epitt9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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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면 똥에 관대해진다. 첫 아이가 갓난 아기 때는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싸대는 아이의 똥기저귀를 치우다 보면 어느새 똥에 달관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도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이제는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안되고 뭍어도 그만 튀어도 그만 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가끔은 아이들의 변으로부터 해방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일어나자마자 두 번이나 큰일은 본 둘째 덕분에 아침에 세수도 하지 못한 내 소중한 두 손은 아이의 변과 먼저 마주해야 했다. 오래 전부터 아내님의 손목이 좋지 않아 아이들의 목욕부터 기저기 교체 등 힘이 들어가는 일은 내가 도맡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연속으로 두 번의 상황에 맞닿드리게 되면 혹시나 아내님이 한 번은 도와주지 않을까 라는 괜한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첫째의 견학 도시락 준비에 분주한 아내님은 나와 눈도 한 번 마주치지 않은 채 요리에 집중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들쳐 업고 화장실로 향해 아이의 엉덩이를 씻겨 주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둘째는 괜찮다. 토실토실한 궁뎅이를 뽀득뽀득 씻겨 주다보면 간혹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고, 이제 몇 달 후 기저귀를 떼게 된다면 더이상 이런 일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말 문제는 첫째다. 첫째는 기저귀를 상당히 빨리 뗀 편이라 손이 덜 갈줄 알았다. 하지만 혼자서 화장실을 이용할 줄 알게 된 이후 아내님이 위생을 이유로 큰 것을 본 후에 항상 물로 씻겨 주었다. 그 덕분에 아직까지 큰일을 치루고 난 후 항상 물로 씻겨 주고 있다. 혹시나 어린이집에서는 어쩌나 싶었는데 물티슈나 휴지로 잘 닦는다고 했다. 그래서 한 번은 집에서 볼일을 보고 난 후에 물티슈로 닦자고 건의했더니 "아빠~ 나는 아빠가 물로 씻겨주는게 좋아~!" 라고 해맑게 대답했다. 아이가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해줘야지. 오늘 아침부터 둘째를 두 번 씻기고 첫째를 한 번 씻겼더니 오른 손을 가까이 하기가 조금 꺼려진다. 그래서 밥도 왼손으로, 빵도 왼손으로 먹었다(인도에서는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뒷처리를 한다던데...). 키보드를 두둘기다가 문득 오른 손을 바라보고 축복을 빌어주었다. '오른 손아 많이 힘들지? 항상 고마워 .'

아이들을 양육하다 보면 더러운 것에 대한 기준이 낮아지고 관대해 진다. 그래서인지 외면이 아무리 더럽더라도 깨끗히 씻거나 정돈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런 깨달음이 외면의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도 아이들 덕분에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늘 그렇듯이 세상 모은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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