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육아일기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써야지'라고 다짐했었는데 어느 순간 변명거리를 생각하고 있었고 쓰지 않아도 될 이유를 떠올리며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육아휴직을 하면서 최우선순위로 둔 가족을 뒤로 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우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장인 어른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나서 아내님에게 외박권을 지급해 줬다. 마침 대구에서 올라온 친구가 있어 하루간의 자유시간을 준 것인다. 아내 없이 아이들과 보내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아이들과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동안 스쳐 지나갔던 아이들의 조잘거림, 웃음 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살과 살을 맞대고 하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유대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첫째가 정말 하고 싶어하던 딸기 체험을 당장 실행하기로 했다. 아내님이 돌아오자마자 날짜를 정하고 예약을 했다. 매번 가던 곳을 피해 새로운 곳으로 정했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이번에 방문한 딸기 농장은 "초록향기"라는 곳인데, 유기농 딸기 농장과 함께 장어요리 전문 식당도 운영하고 있었다. 아내님이 삼각김밥을 넉넉하게 준비해 두었고 딸기 체험을 할 때 실내에서는 무제한으로 딸기를 따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식당을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장어라는 한 단어 때문에 왠지 모를 허기를 느끼기도 했다. 흠흠... 식당 근처에는 토끼, 염소, 시베리안 허스키로 보이는 개가 있었고 잘 가꾸어진 연못에는 커다란 잉어들이 어슬렁 거렸다. 연못이 살짝 얼어 있었는데 아이들이 또 얼음 위로 달려들까 노심초사하며 달랬다.
유기농 딸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이번에 찾은 초록향기는 요즘 시기 때문에 그런지 조금 달랐다. 우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단체예약이 모두 취소 되었고, 개별 예약도 상당수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날 10시 타임은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사장님께서 이것저것 세심하게 안내하고 설명해 주셔서 손님이 적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잠시동안 함께 하다보니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감사하고 존경스러웠다. 특히 "아이들이 딸기를 따면서 식물을 훼손시키더라도 너무 혼내지 마세요, 딸기는 천천히 따도 넉넉하니 아이들이 더 많이 체험할 수 있게 지도해주세요." 라고 말씀하시는데 적지 않게 감동 받았다.
사실 딸기 체험을 오면 수확하는 것과 먹는 것에만 더 중점을 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체험을 온 것은 아이들을 위함이지 딸기가 목적이 아니다. 딸기 농장 사장님의 진심어린 한 마디 한 마디에 퍼뜩 정신이 들고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나는 나대로 큰 수확을 거둔 체험이었다. 이미 많은 것을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장님께서 딸기 꽃이 핀 화분을 하나 선물로 주셨다. 혹시 수정이 안되면 붓으로 살살 문질러 주라고 하셨는데 나흘이 지난 지금 세 봉오리가 피어 딸기가 자라고 있다. 추가로 두 개의 꽃몽우리가 더 자라고 있다. 최소 5개의 딸기가 맺힐 듯 하다. 집에서 키운 유기농 딸기 맛은 어떤지 궁금하다(그 전에 아이들이 다 따먹을 듯 하지만^^;).
오늘도 세상 모든 생명들이 건강하고 축복받기를 바란다.
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