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현실은 이상이 아니다. 현실은 완전하지 않고, 완전할 수 없다. 그저 완전에 천천히 수렴해 갈 뿐이다.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고 나온 사상이 공산주의다. 공산주의는 매우 이상적이다. 그리고 그 공산주의를 채택한 나라들은 대부분 망했고, 여전히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나라는, 말만 공산주의일 뿐 절대왕정의 계급사회로서 시궁창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은 이상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의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태동한 비트코인은 기존의 자본주의의 단점을 모조리 극복하며 이상적인 새로운 경제 체제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현실은 채굴 및 소유가 소수에 독점되어 기존의 자본주의의 확장이 되었을 뿐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
스팀잇도 마찬가지다. 마치 블록체인이, 그리고 거기서 파생한 스팀잇이 현실의 모든 기아와 질병과 전쟁과 갈등을 종식시켜줄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안타깝지만 세상은 그리 급진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기존의 사회가 가지고 있던 ‘신뢰’의 측면을 개선할 뿐, 그 이상의 어떤 완전한 세상을 만들 수는 없다.
블록체인이 좋은 점은 있다. 현실에서는 남모르게 협잡을 해서 사회에 해를 끼칠 수가 있다. 블록체인에서는 모든 활동이 드러나기에 그런 짓을 하면 바로 다운보팅 쳐 맞고 강퇴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게 가능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팀잇이 유토피아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배 굶는 작가가 스팀잇에서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스팀잇의 모든 사람이 공산주의처럼 공평한 분배를 받지도 않는다.
스팀잇의 자본은 현실의 자본이 고대로 옮겨온 것이며, 그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은 현실에서의 자본가들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스팀잇에서 글 써서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에서도 글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고래인 사람은 현실에서도 부자들이다. 스팀잇은 현실의 확장이지, 완전히 격리된 다른 차원의 매트릭스가 아니다.
그렇다고, 스팀잇을 떠나면 다른 유토피아가 있을까?
나 역시 스팀잇에 부정적인 면에 크게 실망한 적도 있지만, 그래서 깨달은 것이 있다. 전에도 여러 번 말했지만 다시 적어보겠다. 나의 깨달음은 크게 세 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1.스팀잇은 불공평하다.
2.그런데 다른 곳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3.결국 스팀잇이 그나마 그 중에서 제일 공평하다.
스팀잇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여기도 온갖 부정과 불공정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스팀잇 더럽다고 떠나면, 뭐 다 나은 게 있는 줄 아는가? 자본주의 욕하면서 만든 공산주의가 더 썩어 문드러진 것처럼, 스팀잇의 단점을 개선하겠다며 개발하는 플랫폼이 스팀잇보다 더 공평할 것이라고는 나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영국 독일 살면서 사회를 욕하며 이상적인 종교를 찾아 ISIS 에 가입한 사람의 처지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장고 끝에 악수랄까.
스팀잇 떠나봐야 느끼는 건 하나다. 그나마 스팀잇이 낫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존의 불공정한 곳 보다는 조금은 더 공정한 곳이다.
다른 곳이라고 완벽한 곳이 있는 게 아니다. 블록체인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그나마 현실의 화폐보다는 낫다. 스팀잇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네이버블로그나 티스토리보다는 낫다.
스팀잇은 유토피아는 아니지만, 그나마 유토피아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비록 아직도 유토피아가 되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어마어마하게 남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