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암호화폐 토론이 끝난 후, 나 역시 유시민을 비난하는 글을 써 놓고 이런 글을 올리려니 면목이 없다. 하지만 며칠 전의 유시민 작가의 책을 암호화폐로 파는 사이트에 대해 책 판매 금지를 요청한 일로 유시민이라는 한 인간 자체를 속 좁고 옹졸한 인간으로 폄훼하는 사태를 보며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관련 커뮤니티에는 그를 마치 변절하거나 노망난 사람으로까지 욕을 하고 있는데 많이 안타깝다.
군대에 가면 이런 말이 있다. 아홉 번 갈구다 한번 잘 해 주면 천사처럼 알면서, 아홉 번 잘해주다 한 번 갈구면 죽일 놈이 된다고. 시대의 지식인이자 존경받는 작가인 유시민은 그렇게 암호화폐 한번 잘못 건드렸다가 그만 아홉 번의 업적마저 증발되게 생겼다.
나는 그의 요청이 스스로에 대한 염려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남을 위한 염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님이, 그렇게 책을 팔아서 문제가 되더라도 책을 판 사람이 문제지 유시민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하시던데, 그게 바로 유시민에 대한 오해가 아닐까 싶다.
가령 며칠 전에 한 아이돌 그룹이 말레이시아에 가서 공연을 한 일이 있다. 그런데 그의 팬들이 따라가서 비인가 물건을 팔다가 현지 경찰에 잡혀가는 일이 생겼다. 그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팬들이 한 일이니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일이니 무시할까? 아니면 그 팬들을 위해 탄원서도 써 주고 다음부터는 팬들에게 그러지 말아달라고 호소를 할까. 그리고 그런 행동이 자신들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것일까, 아니면 팬들을 생각해서도 그런 것일까.
유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해 각자가 가진 평가야 다르겠지만, 적어도 유시민이 자신에게만 해가 될까봐 그런 요청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걸 엮어서 유시민을 공격하려는 정치적 세력이나 그 세력의 추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유시민이라는 사람과 엮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이 고초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판매 중단을 요청한 면도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그 자신이 어용지식인을 표방하며 과장된 언행으로 욕을 얻어먹어가면서 까지 정부를 대변하는 만큼, 그 정부가 선을 넘어 무리한 탄압을 하게 될 때 거기에 얽힐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되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빠르게 조치를 취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런 것이 그에 대한 팬심에서 비롯된 나의 과장된 해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가 어떤 해명을 내 놓든 대부분은 납득할만한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태도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건 그 분야에만 한정되어야 한다. 사람이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뜻을 같이하여 민주화를 이룩한 사람들이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하여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모두 죽일 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비판을 하였다고 하여 유시민이 책팔이로 전락되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마치 암호화폐를 규제하였으니 이번 정권은 당장 탄핵되어야 하고 다시 반대편에 정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것처럼 짧은 생각이다. 지금이야 유시민이 미울 수도 있지만, 암호화폐 이슈가 지나가고 다른 정치적 이슈가 생겼을 때 그 만큼 국민의 편에서 싸워줄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 때 정말로 유시민이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면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은 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암호화폐에서 일어난 일은 암호화폐에만 머물게 해야 한다. 유시민은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혹은 잘 알면서도 어용지식인으로서 정부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쁜 경찰 역할을 맡은 건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존경받는 지식인이고 우리와 더 많은 곳에서 뜻을 같이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그의 책이 나오면 감사히 읽을 것이며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을 것이다. 비록 그게 쓴소리라 할 지라도 나보다는 더 깊은 고려가 있었으리라 확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