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공(童子功), 금주를 권함

dakfn(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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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에 보면 재밌는 무공이 나온다. 바로 동자공(童子功)이라는 무공이다. 극양의 기운을 키우기 위해 음의 기운을 일절 배제하는 수행법인데, 이를테면 ‘남자가 25살이 넘어도 동정이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개념하고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이 동자공은 치명적인 위험을 동반한다. 단 한번이라도 음기와 접하게 되면, 즉, 더 이상 동정이 아니게 되면 그간 쌓아온 모든 내공이 사라지고 만다. 그 얼마나 억울한가? 평생 유혹을 참고 갈고 닦은 내공이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두 사라지다니!

사실 이건 소설 속에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풍자한 것에 가깝다. ‘한 번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면 그간 쌓아온 것이 모두 날아간다.’는 무시무시한 풍자다. 우리의 삶에는 그렇게 공들여 쌓아온 인생의 탑을 한방에 무너뜨릴 많은 유혹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마약이다. 이건 사실 더 언급할 필요도 없어서 길게 말하지 않겠다. 누구나 위험을 인지하고 있으며,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범주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이기 때문이다. 이건 사람이 쌓아온 인생 자체를 무너뜨려서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중독의 지옥으로 이끈다.

나는 그런 거창한 것을 말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나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별거 아닌 줄로 아는 것에 대해 경고하기 위함이다. 뭐냐고? 바로 ‘술’이다.

아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실망을 할 수도 있다. 술 역시 한 번도 안 마신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마신 사람은 매우 드믄 축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술이야 말로 동자공을 파괴하는 강력한 유혹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술은 보통사람들에게도 치명적이지만, 머리를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술은, 알코올이라는 것은 신체에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세포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1급 발암물질이지만, 특히나 뇌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

술을 마시고 몇 분 후 해롱거리기 시작하는 것은 뇌에 알코올이 도달했다는 뜻이다. 내가 비록 뇌 전문가는 아니고, 뇌에 대한 연구를 보면 뇌세포가 재생이 되니 마니 하는 말들이 있지만, 적어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뇌세포는 한번 손상당하면 재생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세포는 평생 줄어들기만 한다고 한다. 뇌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 뭉텅이로 줄어들고, 조심스럽게 머리를 보호해도 날마다 뇌세포가 손실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천재들이 젊은 날에 위대한 성과를 내는 것도 그것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 경지에 이르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것은 공부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지, 만일 젊은 날 그정도 공부를 했다면 더 위대한 성취를 이루지 않았을까?

술은 그래서 동자공을 파괴하는 것과 비슷하게 능력을 감소시킨다. 특히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더욱 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예술은 뇌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뇌의 능력이 계속 줄어들게 되므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개중에는 술을 날마다 마시면서도 좋은 글도 쓰고 좋은 그림을 그린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게 참 안타까운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스티븐 킹의 명작들은 그가 알콜중독이던 시절에 쓰인 것들이 많다. 그래서 혹자들은, 그렇게 뇌를 혹사시켜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데, 절대 아니다. 만일 그가 알콜중독이 아니었다면 더 훌륭한 작품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알콜 중독 때문에 뇌세포가 뭉텅이로 손상되며 그 정도 작품밖에는 못 쓴 것이다. 물론 그것들도 명작이지만, 그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위대한 작품을 썼을까? (물론 여기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다른 스트레스적인 이유로 글 자체를 못 썼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잠시 제쳐두자.)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작가들, 미술가들, 음악가들, 직장인들... 어쨌건 머리를 써야 하는 현대인들은 너무나 많은 술을 마신다. 너무나 많이 뇌를 혹사한다.

특히 이 분야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법조분야다. 젊어서 그렇게 죽어라 공부를 해서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나서는, 그들이 하는 일상은 술 마시기가 된다. 폭탄주가 검사들의 문화라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어째서 나이 먹은 검사 출신 정치인이 저리도 개만도 못한 짓들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들의 뇌는 이미 정상이 아니다!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술에 취해 해롱거리는 것을 작가의 낭만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것도 매우 못마땅하다. 그렇게 술에 취한 결과는 온통 추행과 추문 뿐이 아니던가?

뉴스에 나와서 인생 망치는 사람들 대부분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술이다. 유명 메이저리거가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화천에 사는 유명 작가가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노벨상을 받니 마니 하던 유명 시인이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온갖 개소리로 욕을 먹는 정치인들이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술을 입에 대지 않은 지 거의 10년이 넘은 것 같다. 한 번이라도 술을 마시면 마실 때마다 정직하게 뇌에 손상이 누적된다. 내가 알던 지식은 사라지고 남은 뇌세포는 그 사라진 뇌세포를 대체하기 위해 혹사를 당하게 된다. 그 결과 나의 사고와 사유는 좀 더 수준 낮은 글을 써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내가 어째서 그것을 확신하느냐면, 그 옛날 젊어서 매일 폭음을 한 결과 지금의 내 뇌의 성능은 술을 마시기 전의 반의 반도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후회한다. 그 놈의 술을 내 인생에 단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지금의 나는 엄청난 성과물을 매일 만들어내는 괴물이 되어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이건 내 이야기만이 아니다.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술을 마셨기에 뇌의 손상을 이미 입었고, 또한 요즘도 습관처럼 술을 마시며 뇌의 손상을 야기하면서도, “술 마신다고 별로 머리 나빠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라는 분들에게 드리는 조언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낼 수 있는 능력의 1/10 도 술 때문에 제대로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삶이 괴로워 술을 마신다고 하지만, 실상 그 술 때문에 삶이 괴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술은 정직하다. 마실 때마다 뇌세포를 파괴한다. 그리고 파괴된 뇌세포는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파괴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손상은 누적되며, 재수가 없으면, 술에 취해 사망 사고를 낸 사람이나, 자신의 직장을 날려버릴 실언을 하게 하거나, 혹은 남자라면 여성에게 부적절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는 등으로, 정말로 단 한 번에 인생을 날려버릴 파괴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 술 때문에 행복한 인생이 비극이 되어버린 사람이 그 얼마나 많은가? 뉴스에 나오는 비극적인 사건 사고의 원인 대부분은 그 놈의 술 때문이다.

술이 인생의 즐거움이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감히 내가 이런 글로 그들에게 술을 마시라 마라 조언하는 게 주제넘은 충고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감히 조언하고 싶다. 정말로, 1급 발암물질인 술을 마셔서 몸에 암을 키우거나 뇌세포에 영구적 손상을 가하지 마시라고. 그간 쌓아온 소중한 삶의 내공을 날려버리지 마시라고.

술 말고도 그 정도의 즐거움을 주는 것들은 많다.

ps.

한자를 쓴답시고 쓰는데, 본문에 瞳子라고 쓰고는 제목에도 복붙을 해 버렸다. 자기 전에 다시 제목을 살펴보고 여기 왜 눈목자가 붙나 싶어서 아차했다. 대충 한자 변환 하느라 신경을 안 써서 그렇지만 제목에서부터 그렇게 틀렸으니, 한자를 아는 분이 보면, 아는 체 한답시고 제목에 엉뚱한 한자를 써 놨으니 꽤나 비웃었을 만도하다. 아이동의 음을 빌리고 눈목자의 뜻을 더해 눈동자 동(瞳)으로, 아이와는 관계가 없다. 한자2급 자격증을 딴게 1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이후로 몇 번 술을 마신 것 때문에 아마 뇌가 상당히 손상되서 이런 기본적인 한자도 헤깔리게 된 것 같다. 다음부터 제목에 한자를 쓰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심지어 댓글을 달아준 분들 중 누구도 지적을 안 해주시다니....설마 모두 몰랐던 것인가...;;; ㅎㅎㅎ

어쨌건 한글전용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