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시에 일어나자마자 @lhamed 형과
@bohemejun 을 보러 신촌으로 갔다. 만나서 미니소랑 아트박스에서 쇼핑을 했다. 세상에는 재밌는 물건이 참 많은 것 같다. 아트박스에서 본 '맥주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컵'이 되게 쓸데없는데 가지고 싶었다. 이어폰 하나 사고서 치킨집으로 간 뒤 치맥을 때렸다. 치맥은 항상 옳다. 치맥을 때리며 늘 하는 이야기들을 했다.
미니소 이어폰. 8천원이었나. 가성비 생각하면 괜찮은 소리인데 만족스럽지는 못 하다. 이제 이런 이어폰 그만 사고 그 돈 모아서 비싼 이어폰을 사야겠다. 맨날 후회하면서 또 사게 된다. 그러고보면 쿼드비트가 참 좋은 이어폰인듯.
치킨. 말이 필요 있나. 사진만큼 맛있었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
치킨집 찾는게 어려웠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즐기는 연대앞은 낮에 술집을 잘 안 여는듯 보였다. 세계 맥주집 한 다섯개정도 봤는데 다 문을 닫았었다. 걷다가 너무 더워서 눈 앞에 보인 치킨집으로 초이스 했는데 맛있었으니 이득.
치맥 때리고 까페로 갔다. 커피한잔 마시면서 윤재형 맥북이랑 키보드로 작곡 체험을 했다. 술 기운도 있었고 작곡에 대해 워낙 문외한이라서 맛만 본 것 같다.
오늘은 그나마 가사를 쓰긴 썼다. 지난 일주일동안 쓴 가사보다 많이 썼다. 믹테곡은 아니다.
날씨가 미친 것 같다. 신촌 가려고 지하철 기다리는데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기만 했는데. 원래 땀이 많긴한데 습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비오는게 아니라면 난 여름보다 겨울이 훨씬 좋다. 더운 여름날에 에어컨 쐬며 뒹구는것도 좋아하는데 오지게 추운날 이불덮고 귤까먹으며 노래 듣는걸 더 좋아한다.
히오스에 대한 열정이 좀 식은것 같다. 오늘은 다섯판 밖에 안 했다. 비밀로 할려고 했는데 등급전해서 브론즈가 됐다. 난생 처음 등급전 배치라 예상 했던거지만 뭔가 실제로 브론즈 뱃지를 달고있으니 생각보다 내가 엄청 못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열심히 해서 등급을 올리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제대로 시작하면 정말 게임에서 못 빠져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뒤로 등급전은 안 하고 있다. 목표를 잃어서 그런가 의욕이 뚝 떨어졌다. 디아3나 할까 생각중이다.
강령술사 때문에 디아3가 하고싶다. 난 초등학생때부터 디아2로 게임 조기교육을 받았다. 아빠랑 같이 하기도 하면서 캐리를 많이 받았다. 난 뭐든 금방 질리는데 게임도 그런 성격을 빗겨나가지 못했다. 그 중에서 몇 안 되게 오래한 게임이 디아2와 마인크래프트다. 어릴 때부터 해서 그런지 일종의 향수가 있고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디아2를 할 때도 특히 네크로맨서를 제일 좋아했다. 계정을 만들때마다 네크로맨서는 필수였다. 어린 나의 눈에 그는 간지 그 자체였다. 물론 지금도 제일 멋있다고 생각한다. 뼈갑옷을 입고 시체에서 해골들을 소환하며 적에게 저주를 내린다. 얼마나 멋진가!
그래서 디아3에서 강령술사가 나온다고 했을때 굉장히 설렜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강령술사 DLC가 추가 내용같은 것도 없이 캐릭터 하나 달랑 만들어 놓고 17000원을 받는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가격에 대한건 나도 커버치지는 못 하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강령술사라는 캐릭터는 그만한 가치를 하는 것 같다.
디아2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누가 안 그랬겠냐마는 난 어릴 때 정말 순수했다. 이건 어릴때 디아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중 하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디아2 초창기, 룬워드라는 막강한 아이템 제작 시스템이 없었을 때는 유니크 아이템이 이름만큼 굉장히 귀했다. (아이템 등급은 노말-매직-레어-유니크로 나뉜다.) 그중에서 당시 아마존 최강 아이템이었던 '고딕 보우'라는게 있었다. 나는 그 때 아빠가 키워놓은 아마존으로 온라인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어떤 모르는 사람이랑 둘이 퀘스트로 보스를 잡고나서 아이템을 주우려는데 인벤토리 공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아이템을 주우려고 무려 상대방한테 양해까지 구해가며 그 귀한 고딕보우를 땅에다 떨어뜨렸다. 자세히는 생각이 안 나지만 아마도 고딕보우가 인벤토리를 가장 많이 차지해서 그랬던 것 같다. 다음은? 당연히 그 사람이 내가 떨어뜨린 고딕보우를 줍고 접속을 종료했다. 그 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지금의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하지만 그 당시 어리고 순수했던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대로 펑펑 울었다.
나의 흑화는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 뒤로 메이플을 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지.
또 디아에 대한 추억이 많다. 한번은 아빠가 바바리안으로 카우방을 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굉장히 멋있어보여서 아빠가 화장실을 간 사이 내가 몰래 했는데 그만 캐릭터가 죽어버렸다. 사실 디아에서 캐릭터가 죽는 일은 별거 아닌 일이긴 한데, 당시에 나는 큰 잘못을 저지른 줄 알고 커텐 뒤로 가 숨었었다.
이것들은 너무 어릴 때 얘기고 여기서 조금 커서는 내 계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간지나는 네크로맨서를 메인으로.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면 남들이 다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임도 게임인데 다른 사람들이랑 내가 하는 것들이 겹치면 정이 떨어진다. 전에도 썼던 내용인데 그래서 남들 롤 할때 나는 카트만 죽어라 팠다.
디아2에서 대세중에 대세 캐릭터하면 팔라딘, 소서리스. 그외 캐릭터들도 뭐 꽤 많이 보였는데 희한하게 네크로맨서는 잘 안 보였다. 아마도 그렇게 데미지가 셌던 캐릭터가 아니라서 그랬을거다. 사람들은 왜 센 캐릭터만 좋아할까. 사람들은 뭘 좀 모른다. 좀 약할 순 있어도 네크는 간지 폭풍인데.
무튼 디아만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게임이 내게 아직은 더 없다. 그래서 호갱이라고 불릴지언정 강령술사 팩을 사고 싶다. 근데 안타깝게도 히오스 강령술사 챔프 '줄'은 개후짐.
디아 얘기로 뭐 이렇게 많이 썼지.
내일 나가야 되기도 하고 글 쓰다 보니 졸리다. 여기까지 써야지.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