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빵셔틀과 담배셔틀 그리고 나머지 좆밥들에게
직업을 찾아 주는 일에 착수했다. 지금보다 생산적인 일을 찾아나선 것이다.
학교 끝나자 마자 그들은 내가 지정 해준 포장마차로 각각 투입 되어서 3시
간 동안 알바를 뛰어야 한다.할당된 시간이 끝나면 다른학생이 와서 교대를
해주는 식으로 다섯 개의 포장마차를 운영했다. 장사가 잘되서 편의점 알바
보다 보수도 낫고 일하기도 편했다. 낮시간에는 떡볶이나 어묵 등을 팔았고
밤 시간에는 이쁜기집애들을 꽂아 넣고 술과 안주도 몰래 팔았다.그리고 우
리 4가지가 수시로 포장마차를 들러 종업원의 근무태도를 체크하고 나와바
리를 관리했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알바애들 월급주고 나머지는 4가지의
유흥비와 지역구를 관리하는 경찰에게 뇌물로 쓰였다. 그리고 적금도 들었
다. 왠만한 조폭 수준의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뚱보와 비인기남
그리고 땅꼬마는 이런 나의 모습에 개처럼 혀를 내밀며 감탄했다.대장 제대
로 뽑았다고.이제 불행끝 행복 시작 이라고.
죽은 돼지새끼의 시체를 파먹으며 끼니를 떼웠던 처절한 기억과 가축의 똥
을 거름차에 퍼올리던 구린기억을 지우기 위해 미친 듯이 일했고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당한 폭력과 서러움을 보상 받기 위해 학교에서는 제왕처럼 군
림 했다.학생들 사이에선 내말이 곧 교칙이었고 내 행동이 곧 법이었다.나
머지 싸가지 맴버들도 다툼없이 나를 보스로 여기고 잘 따라 주었다. 그들
또한 나로 인해 자본을 축적하고 전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
기 때문 이었다. 아다를 떼고 난 다음부터는 바지가랭이를 끈질기게 붙잡
고 늘어지던 행동의 제약을 뿌리칠 수 있었다. 이성을 가두고 있던 규율의
담장을 넘고나니 더욱 더럽고 추한 세상으로 나아 갈 수 있었다.
오늘은 원정이 있는 날이었다.근처의 공업고등학교에서 잘나가는 우리 4가
지의 소문을 듣고 바짝 긴장을 탄것이다.미리 견제하는 차원에서 일대일로
짱대 짱끼리 깔끔하게 한판 붙어 보자는 것이었다.힘이라면 자신있었다.마
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그래도 새끼들은 고등학생이고 숫자도 엄청 많았
다. 한 20명 정도 온다는것 같은데 우리는 고작 4명.혹시 몰라서 보험 든
다는 생각으로 밑에 애들을 시켜 공업고등학교 짱이라는 새끼의 여동생을
볼모로 붙잡아다가 안 보이게 구석에 짱박아 놓았다.
허름한 창고 안에서 녀석들과 우리는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패싸움을 하
게 되면 아무래도 사상자도 많이 생기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서 일
이 커지기 때문에 보스 대 보스끼리 맞붙기로 했다. 약속 대로 이쁘장하게
생긴 놈하나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매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몸의
비율도 좋고 무게중심도 잘 잡혀 있어서 운동꽤나 한 듯 보였다. 만만치가
않은 상대였다. 천천히 다가가 인사를 건냈다. 예의상 통성명은 해야 하는
것이니까.나는 귓속말로 놈만 알아들을 수 있게 조용히 속삭였다.
"니 동생년 내가 데리고 있다. 까,까불면 씹창을 내버린다 그냥. 거제도에
팔아 먹을 줄 알아.."
"!..."
공고짱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비겁한 짓인줄은 알지만 나는 지금의 생활
이 좋았다.더이상 개좆같은 알바를 하지않아도 될만큼 돈도 벌고 왕처럼 대
우 받으며 잘 살고 있다. 내가 만약 여기서 진다면 학교에서의 나의 위상도
땅에 떨어질테고 내가 관리하는 가게도 빼앗기고 만다. 그렇게되면 4가지들
도 무능한 나를 버릴것이고 그러면 나는 친구도 없이 혼자 빈털털이가 되어
이 도시를 떠나야만 한다. 다시 가난해지는 것은 싫었다. 외로움은 죽음 보
다도 더 무서웠다.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무슨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무너뜨려야만 했다.
공고쪽에서 누군가 소주병을 벽에 던졌다.퍽,소리와 함께 소주가 터져 벽에
시커먼 자국을 남겼다.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였다.
나는 놈에게 처벅처벅 다가갔다.놈도 싸움에서 지고나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그러나 이 싸움에서 이긴다면 동생의 몸뚱아리가 추하게 더럽혀지는
것을 보게 될것이다.놈은 주춤거리며 쉽사리 다가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
었다. 아무래도 갈등하고 있는듯 했다. 판단할 시간을 주어서는 절대 안 된
다. 나는 곧바로 치고 들어갔다.
오른손 펀치와 왼손 펀치를 날려 먼저 놈의 관자 놀이를 공략했다.
"퍽!퍽!"
놈이 정신을 못 차리고 휘청거렸다.이때를 놓치지 않고 무릎으로 복부를 가
격 했다.
"퍼억.."
가슴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자 놈은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리며 꼼짝 못하
고 신음을 토해냈다.이제 절반은 이긴 것이다.필살기만 제대로 들어가 준다
면 놈은 이제 끝장이었다.
발은 주먹보다 세배 이상 강하다. 주먹으로 세대 맞을 동안 발로 한대 차면
싸움에서 이길 수가 있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그런데 실전에서 발을 사
용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그것도 지금 같은 접근전에서는 더더욱.
놈은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는지 꼼짝않고 맞고만 있었다. 가끔 무의미한 저
항으로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를 뿐이었다.같이 온 공고 친구놈들이 보기
엔 내주먹이 상당한 파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될 것이다.물론 실제로도 그랬
다.
"퍽퍽..쿨럭쿨럭.."
나는 마지막으로 발을 크게 휘둘러 녀석의 아랫턱을 가격했다.놈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내얼굴에 길게 사선을 그으며 뿌려졌다. 액션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쿠헥."
실컷 두들겨 맞은 놈은 입에서 개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게임 끝인 것이다.
이제 공고녀석들이 시내에서 운영하는 포장마차 6대의 운영권이 나한테 고
스란히 넘어 올것이다.그러나 왠지 뒤가 찜찜했다.이기고도 진듯한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승부에서는 진것같은 좆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빚을 진 듯 기분이 영 좆 같았다. 그래서 더 악날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발로 넘어진 넘어져 있는 새끼의 주둥아리를 짓이겨 버렸다.
"쿨럭쿨럭~"
시뻘건 피와 함께 허연 이빨이 쏟아져 나왔다.나는 이를 악물며 절규했다.
(복수할테면 해봐라 이 씨발놈의 세상아!)
밑에 놈들을 시켜서 기집애를 풀어주고 놈들에게서 포장마차를 인수인계
받으러 시내로 나갔다.새끼들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존나 깔끔하게 자리를
내주었다. 자금줄이 되어 주던 포장마차를 잃게 되었으니 녀석들은 또 다
른 돈벌이를 찾아 나서야 할것이다. 알게뭐야 시발.
찝찝한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 4가지들과 한잔씩 빨고 집으로 돌아왔다.여
동생, 은지는 보다시피 가정형편이 형편없이 좆같아서 여수에 사는 이모
네에서 통학을 하도록 했고 이집에는 이제 술주정뱅이와 나만 산다. 아버
지라 불리는 술주정뱅이는 아직도 벽을 향해 돌아 누워있었다. 전엔 감히
덤빌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커보이고 두려웠던 아버지란 존재가 지금
은 작고 초라하고 하찮아 보이기까지 했다.내가 그만큼 많이 변한 것인지
몰라도 아버지에 대한 분노는 이제 안타까움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순간 아버지의 온몸을 깁스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보잘것 없는 번
데기가 변태를 거듭해 화려한 나비가 되는것처럼 아버지를 번데기처럼 둘
둘 말아서 방구석에 밀어놓으면 어느순간에 주름진 껍질을 뚫고나와 화려
한 날개짓으로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 것같았다. 그렇게 환골탈태해서 전
혀 다른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다시 반도체 회사
사장이 되어 21세기의 첨단산업을 화려하게 수놓아 주었으면 했다.
발로 툭 걷어차 보았더니 꼼지락거렸다.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그렇
다고 화려한 나비가 될 생각도 없는것 같았다. 화려하기는 커녕 화딱지가
났다.모든 것이 다 이인간 때문이었다. 바로 이 주정뱅이 때문에 맑고 순
수하기만 했던 내영혼이 이젠 공업용 알콜을 탄 포카리스웨트처럼 혼탁하
고 저질스러운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타락한 내자신을 용서 할 수가
없었다. 억울하게 뒈진 물귀신처럼 누군가를 끌어안고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을 향해 함께 추락하고 싶었다.또 다시 외로워지는 것이 죽도록 싫었
다. 나는 있는힘껏 주정뱅이를 밟아버렸다.
"퍽.퍽.퍽."
나비가 되어 휠훨 날지 못하고 번데기처럼 방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또라이 주정뱅이가 너무 싫었다. 역겹고 수치스러웠다.
"퍽퍽.."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주정뱅이의 무기력함에 분노해 다시 또 밟았다.
"퍽퍽퍽.."
학교 뒤 소각장에서 땅꼬마와 맛있게 담배를 빨아제끼고 있는데 바로 옆
고등학교 축구부 네명이 다가왔다. 그들도 담배를 하나씩 꼬나 물고는 띠
껍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놈들은 쪽수로 밀어부쳐서 나를 한대
갈기고는 싶은데 질것 같으니까 애써 참고 있는 듯 해 보였다. 공고애들
아작난게 이미 소문이 돈 모양이었다. 나는 그냥 좆밥들이라 여기고 가볍
게 쌩까 주고는 가래침을 바닥에 뱉어 담배를 껐다.
"커억 퉤..치지직.."
그대로 지나치려는데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축구부주장 새끼가 피우
다가만 담배를 내앞으로 휙 날렸다. 어이 없는 도발이었다. 땅꼬마가 발
끈하며 쌍욕을 날렸다.
"감히 보쓰 지나가는 앞길을 재털이로 만들다니.쳐돌았나 이런 쒸바알 것
들이."
"야 최삼락.너 축구부 들어올래?"
주먹이 날아올줄 알았는데 달콤한 약이 날아왔다. 그렇지만 그약에 전혀
관심없었다.
"꺼져.."
축구부 주장 옆에 있던 꼬붕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소리쳤다.
"이런 개씹새기가 세상에 무서운게 없나.너 공고새끼들 대가리 땄다고 무
서운게 없냐? 이 시발놈이 선배한테."
우리 중학교 옆에 붙어있는 고등학교는 같은 재단소속이었다. 중학교를 졸
업하고 나면 전쟁이 나서 학도병으로 끌려가지 않는한 바로 옆에 있는 고등
학교에 입학 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선배라면 선배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뚱땡이 말로는 축구부와 라이벌 관계인 야구부에서 나한테 곧 러브콜이 올
것이라고 미리 귀뜸 해 주었다.내가 만약 야구부로 가게되면 축구부가 크게
위축 될것 같아서 사전에 영입작업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성질 존나 급하고 깡다구 존나게 쎈 땅꼬마가 날아올라 축구부 꼬붕의 턱
을 발로 후려갈겼다.쩍,하는 소리와 함께 놈이 뒤로 자빠져 기절했다.나머
지 두놈이 흥분해 덤벼들려고 하자 축구부주장이 한발 앞서서 만류했다.붙
어봤자 개피 보는 건 지들일 것이란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약자는
강자보다 계산이 빨라야 한다.한수를 더 보고 그에 맞게 빨리 행동에 옮겨
야한다. 만약 그런 민첩함 조차 없다면 약자는 뒤질때 까지 영원히 약자로
남게 될 것이다.반면 나는 강자의 입장에 서서 아주 느긋하게 담배를 꺼내
물었다.옆에 서 있던 땅꼬마가 기계적으로 불을 붙여 주었다.담배 끝을 껌
처럼 잘근잘근 씹으며 입술 한쪽으로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푸우..씨발놈들 뒤,뒤질려고 어디서 까불어. 눈깔 깔어."
내가 봐도 존내 여유 넘치고 남자답고 보스다웠다. 서부영화에 나오는 존
웨인 못지 않게 멋졌다.다소 과장되어 보이긴해도 빈약한 현실 보다야 현
란한 구라가 삶을 더 풍요롭게 가꾸는 법이다. 축구부주장은 기가 죽어서
빳빳이 들고 있던 꼬랑지를 바로 내렸다.
"내가 여기 싸울려고 온게 아니고 부탁 좀 하려고 왔어.."
"씨발 야구부 아,안 갈테니 꺼져."
축구부 주장이 나한테서 듣고 싶었던 말을 나는 요금도 받지 않고 공짜로
해 주었다. 빨리 듣고 저리 꺼지라고. 가게 관리하고 애들 관리하고 나와
바리까지 챙기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줄도 모르는데 이젠 싸우기도 귀
찮았다.이런 꼬맹이들 데리고 치고 박으며 스포츠할 시간이 없었다. 평소
관심 가졌던 축구도 이젠 애들 놀이로만 여겨졌다. 더군다나 야구? 당장
돈도 안되는 애들 장난같은 공놀이하느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약속 하는거지? 영수증 안 받아 가도 되는거지?"
"씨발놈아 여,영수증은 니네 엄마 보,보지 구멍에 가서 찾아봐라."
지네 엄마 구멍 얘기가 나오자 얌전했던 주장도 발끈했다.얼굴이 험상 굳
게 일그러졌다. 내가 야구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해 주는 대신
축구부 주장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 한다. 부모를 욕보이는 치욕
스러움을 참아내야만 하는 것이다.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는법.내
가 알기로는 그게 바로 세상사는 이치였다.축구부 주장도 그걸 아는지 입
술을 깨물며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남을 모욕하면서 느끼는 쾌감은 섹스보다 더 짜릿했다. 그리고 남의 부모
를 욕보이면서 얻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축구부주장
은 서둘러 이 불편한 자리를 뜨려 했다.
"그렇게 알고 난 이만 간다."
"어디가 씨발놈아.니네엄마 보,보지구멍 여,열어보라니까.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