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다. 지각할 상황이라도 꼼짝없이 신호등은 기다려야하기에 매일 이 나무를 봤다. 플라타너스 비슷한 잎인데 훨씬 작다. 이 나무의 잎은 다른 나무처럼 동시에 잎이 조금씩 물들지 않고 진초록 잎들 가운데 한 개씩 두 개씩 샛노랗게 시작하면서 단풍이 들었다. 저녁 하늘에 별이 하나 두개 반짝이기 시작하듯이. 신기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에 늘 올려다봤다. 올 가을에 본 것은 하루 두 번 이 나무 뿐이다. 정말로. 밤 중에 집에 돌아온지 좀 됐다. 요즘 몸이 정말 힘들다. 글 쓴지는 한 달이 넘었고 읽지도 못할 책을 무지막지하게 사들이고 있다. 곧 백수될 대비를 해온 것이고 하고 있는 것인데 아직도 그리는 안됐다. 그 탓에 책만 쌓여간다. 일하고 잠자는 사이클이 계속 됐다. 김장하러 시골도 못가고 그저 시간나면 잠만 잤다. 점심은 배터지게 먹고 아침 저녁은 잘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넘기다 보니 살이 서서히 빠진다. 아픈 사람, 피곤에 쪄든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좋진 않아서 기본 화장은 하는데 귀찮아죽겠고 분하게도 티도 안난다. 일이란 것도 익숙해지니 세상이 엄청나게 지옥같단 생각이 조금 없어졌다. 조금은.
내일 비가 올지 안올지 모르겠지만 요것들을 데리고 동네 공권으로 마지막 단풍을 즐기러 가야겠다. 발매된 지가 좀 됐는데 처음보고 한눈에 뿅갔었다. 구하긴 어렵겠지, 이렇게 예쁜 애를 잘 내놓진 않겠지 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며칠 간격으로 구했다. 이건 인연이다. 초록 반짝이도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
그림을 배우러 미술학원을 다녀봐? 아직 결정은 안했다. 문득 들었을 뿐. 혼자 하믄 되지 그런 걸 뭘 배우기씩이나 해? 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런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다. 회사, 집, 회사, 집 코스에 새로운 장소를 추가하고 싶었나. 일, 잠, 일, 잠 일정에 새로운 일을 추가하고 싶었나. 내 의지로는 안되니까 강제로 움직여 주는 손길이 필요했나. 기계화 될 것 같은 정신에 감성을 불어넣어 줄 입김이 필요했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의 등에서 내리기로 했다. 봄이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순환하고 순환한다. 나도 늘 제자리다. 하늘 높이. 땅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