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뒤를 돌아보며 글이라도 쓰는가 모르겠다. 쉬는 날이지만 일을 나가보려 할까 했는데 눈이 오니 의지가 꺽인다. 걸어서 다니는데 내리막이 있어서 겨울에 눈이 오면 어쩌나 어제도 걸으며 생각했다. 오늘 눈이 올 줄이야. 올 초에 잃어버린 가죽 장갑 한 짝이 간절히 그립다. 난간을 붙잡아야 하는데.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2주전쯤 벌써 장갑을 끼고 다녔을 거다. 월급 타면 보드랍고 손이 안시린ㅋㅋ 가죽 장갑을 제일 먼저 사야지. 짝 잃은 장갑이 서랍 속 뒤켠에서 곰팡이가 슬고 있다.ㅜㅜ
나더러 전공이 뭐냐고 묻는다. 이런 순간 정말 당황스럽다. 사람들은 누구나 전공이 있을 거라고 당연히 생각하나 보다. 이런 질문에는 전공이 뭔지 얘기하지 않는다면 '대학 안나왔어요'란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대학을 안갔을 수도 있고 안갔다면 어떤 이유로 안갔을텐데 이런 질문이 어떤 쓰라림을 줄지 모를 일 아닌가. 거기에 상대가 대졸자면 왠지 모를 패배감까지.
그러면서 이어진 말은 '대학 나왔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냐'였다. 내가 똑같이 되묻자 한 말이다. '내 꿈 따라 대학 갔으면 나는 지금 여기 없다' 란 뜻으로 들었다. 대학씩이나 나와서 이런 데서 일하겠느냐, 이런 뜻으론 듣고 싶지 않았다.
요즘은 꿈 따라 대학 가고 일터를 잡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이 직장이 뭔 소용이야. 현재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지 못하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일에 아무 가치를 두지 않는다. 내 삶의 가치는 일 이후의 시간에 있다. 다만 지금은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자고 기계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차있어서 지금은 사실 가치없는 삶이다. 주변 사람의 기대 충족이나 안심 드림같은 소소한 서비스 정도는 하고 있겠지.
내가 그렇다고 거기 사람들도 그렇겠거니 하는 건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그곳이 목적이고 삶인 사람도 있다. 사람 거기서 거기인 것도 있지만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로 다른 사람도 있고 그 사이 아주 많은 사람이 있다. 고정관념에 박혀 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무가치한 낮시간을 매일 보낸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머리를 비우고 움직이며 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인생의 많은 부분과 시간을 공허하게 살 수는 없다. 그럴거라면 지금까지처럼 아무것도 안한다. 적어도 내외일치적 삶은 살 수 있다. 인생이란 게 참 어렵다. 아니다. 인생은 쉬운데 내 뜻대로 안되서 어렵다. 관여하는 남도 문제요 자기 제어도 못하는 나도 문제다. 아 삼천포...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중도하차는 하고 싶지 않다. 졸음을 이기고 여가시간을 이용한 내 가치를 쫓아가는것도 있고, 낮시간의 활동에서 가치를 끌어내는 것도 있다. 후자는 좀 비굴하게 느껴지긴 한다. (최근에 어딘선가 본 말..인지 들은 말인지)무엇과도 자기를 비교 말라, 그저 어제의 나와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나아갔다면 만족할만하지 않은가. 어차피 일부든 한시든 기능적 인간으로 살 수 밖에 없다면 무리가 안따르는 선에서 충실해보는 것도 좋겠다. 뭐.. 무슨 이유를 갖다붙여도 아무튼 이건 '갖다붙이기'다. 쩝.
어려서는 말이 많아도 나이들어선 말이 줄어드는가 했더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음.. 나이탓도 아닌 걸지도 모르겠다. 음... 확실히 나이탓만은 아니구나 지금 생각이 든다.
나를 가져다 대놓고 망신을 주고 여러사람 앞에서 말로 판단을 하고 들리게 무시하는 말을 하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능숙해지고 인정받으면 자기 분야를 떠나 심지어는 인격마저 무시해도 끄덕끄덕 수긍해야하는 훈장같은 것을 주는 것이 사회라는 전쟁터인 건가. 잘나가서 뵈는 게 없는 연예인을 보는 듯 하다. 지금도 잘한다고 미소로 다독여주면 점심먹고 도망가는 노동자는 없겠지. 잘한다고 말해주면 얘가 진짜로 잘한다고 생각할까봐 그러는 건가.
그래도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조급하지 말라며 이야기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사막같은 사회라도 오아시스 같은 존재들도 있다. 아.. 기능적 인간으로 한단계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나도 언젠가 나같은 사람에게 그런 오아시스같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이 정도면 '갖다붙이기'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가고 싶고 가야할 길이 될 수 있다.
늦게까지 수고한다고 먹다남은 빵이랑 귤하나를 주고 가셨다. 빵을 좋아하진 않지만 퇴근길에 먹은 이 빵(눈물젖은)은 참 맛있었다. 흑흑. 며칠 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몇 분 후 누가 콕콕 찔러서 뒤를 보니 초콜릿 하나를 남모르게 쥐어준다. 그런 작자가 있는가 하면 이런 분도 있다. 흑흑.
지난 주엔 김장을 담그러 시골에 갔다 왔다. 이제는 김장 포기수도 대폭 줄여야겠다. 일을 일처럼 한다는 건 참 힘들다. 가족 얼굴도 보고 웃고 맛있는 거도 먹고 쉬엄쉬엄 하면 힘들지 않다. 나는 불청객을 아주 싫어한다. 왜 내가 내 집에서 내 일 하는데 남의 잔소리 듣고 눈치 보고 부랴부랴해야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김장 따위 2박 3일해도 상관없다. 그 놈의 빨리빨리는 누구한데도 듣기 싫다. 일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다. 나는 행사든 잔치든 가족끼리가 좋지 친척이건 이웃이건 뭐건 질색이다. 낄꺼면 찍소리 말고 먹고 웃고만 가라 이거다. 가족친구 빼고는 어디서든 조용하고 미소짓는 사람이 제일 좋더라.
아기들을 보면 이 생물들이 순수한지 영악한지 헷갈린다. 자신들 자체가 백지이면서, 그 백지에다 영영 돌이킬 수 없는 뭔가를 확 그려버리는 순간들이 보인다. 내가 아기들을 좋아하지 않는 원인(이유가 아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