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태어난 나라 까삘라Kapila는 대단히 그 16개의 큰 나라에는 포함되지 않는 작은 나라였으며 꼬살라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이 두 나라의 왕들은 붓다와 연배가 모두 비슷했고, 또 붓다가 살아있는 동안 항상 붓다의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마가다의 수도는 왕사성Rajagraha이었고, 꼬살라의 수도는 사위성Sravasti이다. 그래서 경전을 읽어본 이들에게는 아 마도 좀 익숙한 지명일 것이다. 마가다의 왕, 빔비사라Bimbisara가 붓다에게 헌사했던 절은 불교역사에서 가장 최초의 사원으로 대나무 밭에 있었기 때문에 이름이 Veluvana 죽림정사이다.
⟪금강경⟫의 무대인 기수급고독원, 기원정사는 사실상 ⟪금강경⟫뿐만 아니라 실제로 붓다가 가장 많은 설법을 한 장소이며 그만큼 오래 머물렀던 곳이다. 그런데 붓다가 친구처럼 여겼던 빔비사라왕의 땅인 마가다가 아니라, 꼬살라의 수도에 있었으며 둘 모두 강대국이지만 꼬살라보다는 마가다가 더 강력한 나라였고, 일화도 붓다와 꼬살라의 프라세나짓 보다는 마가다의 빔비사라와 더 많이 등장한다. 더구나 꼬살라가 당신의 고국인 카필라를 점령하고 있던 지배국이었으며, 또 한 이야기에 따르면 꼬살라와의 악연으로 붓다의 나라가 멸망하기도 한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의아한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적국이며 비교적 낯선 곳보다는 더 강력한 후원자이며, 친구가 있는 마가다를 선호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을 것이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이 법회의 상황과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재차 이야기 할 필요도 없겠지만 아난다Ananada 스님이다. 아난다는 붓다를 20년 동안 시중을 들었던 사람이다. 또한 붓다와는 사촌간이다. 사촌동생들 중에서도 외모가 붓다를 많이 닮아서 열반 후에 500명이나 되는 제자들을 대표하여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풀어내면, 제자들의 눈에는 그리운 붓다가 다시 살아돌아와서 설법하는 것 같은 상상을 하게 했다니, 제자들이 그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눈을 떼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혹은 저는 이렇게 기억 합니다.”란 의미의 여시아문如是我聞은 경전의 서두에서 가장 먼저 쓰는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수보리다. 앞서 수닷타와는 삼촌과 조카관계였다는 설도 있다고 소개했지만, 열 명의 뛰어난 제자 중 한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사실 ⟪금강경⟫이 아니면 그렇게 부각되는 인물은 아니다. 단 명나라 소설, 서유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신들조차 감당못하는 강력한 존재의 원숭이, 손오공의 스승님이 바로 이 수보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천 명이 넘게 앉아있는 자리에서 그가 대표로 붓다와 대화를 위해 일어선다. 다른 제자들이 꼭 수보리보다 못해서는 아니겠지만,그래도 그는 ⟪금강경⟫의 주제와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다. 아난다는 곧바로 그의 질문과 대화를 소개하지 않는다. 제자들이 붓다와 대화할 때 어떤 방식으로 예경을 표시했는지를 먼저 설명한다. ‘가사’라고 부르는 여기저기를 꿰멘 자국이 있는, 보자기같이 생긴 스님들의 옷을 왼쪽 어깨로 모아서 쥐고 오른쪽 어깨는 드러낸다. 그리고 왼쪽 무릎은 세우고 오른쪽 무릎은 땅에 꿇는다. 그리고 두 손을 모은다. 이것이 편단우견偏袒右肩, 우슬착지右膝著地, 합장合掌이다. 인도불교의 예경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