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_정재서
고려시대 서하西河 임춘林椿(1147?~1197?)이 동양신화의 인물 항아를 소재로 자신이 시험에 붙지 못했던 사적인 한탄을 남겼다. 그 스스로 시에서 밝힌 것 처럼 30년간 이나 시를 짓고 활동했던 것 四海詩名三十秋 같은데 아마 끝내 시험운은 없었던 조금은 서운한 인생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재주를 펼쳐 보고 싶었으나 기록들에 따르면 그는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40대의 젊은 나이로 떠나버렸던 것 같다. 그의 다른 시들도 이런 그의 한탄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그의 많은 글들 중 상당부분을 7현 중 한 사람인 이인로가 유고를 모아서 ⟪서하선생집⟫ 6권으로 출판했다.
꿈에 한 도사가 한 곳을 가리키며 거길 파보면 보물이 있을거라고 하여 깨서 파 보았는데, 거기에서는 동으로 만든 탑과 서하집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묻은 스님과 파낸 스님이 이름이 같으니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글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서 부처님전에 묻혀서 있다가 500여년 만에 나왔으니 (사람의) 생각으로 알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라면서 이익李瀷, 1681-1763)이 자신의 저술인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밝히고 있다.
그런데 남편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항아는 남편을 배신하고 혼자 다 먹고 날아올랐지만 배신한 죄로 신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만 같아 어두운 밤에만 활동하는 달로 도망가 버린다. 그녀가 남편을 배신했다고 하여 이후에는 남자들이 항아의 이미지를 흉측한 두꺼비로 모양새를 바꿔 달에 숨게 만들어 버렸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전통인 두꺼비가 아니라 인도전통인 토끼가 들어왔다. 달에 있는 것이 토끼든, 두꺼비든 아니면 둘 다 있든간에 역시 달에 전하는 전설은 ‘계수나무’다. 동양의 전통에서 ‘계수나무를 꺽는다’, 절계(折桂)는 월계관이나 시험에 월계수 무늬를 수 놓는다는 것은 승리를 의미한다. 시험에 합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마도 동서양이 비슷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나보다.
스스로 내년을 기약하려고 자신이 직접 쓴 글 귀,
“꿈속에서 내년에 그대를 위해 남겨둔 계수나무의 높은 가지”
를 임춘은 결국 꺽지 못했지만, 500년 뒤에는 조선의 한 스님과 걸출한 유학자인 성호에 의해 그의 존재가 소개되고, 또 오늘날 이렇게 회자되는걸 보면, 살아있을 때 임춘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별볼일 없는듯 했어도 천년을 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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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모든 경계가 사라지면"
#006 "당신이 지금 있는 그대로 부처님" - 무의자 혜심慧諶, “깨달음을 얻은이가 시를 보내왔기에 답시”
#005 "수행인가, 중생제도인가", 사명당 유정, 본법사의 섣달 그믐날 밤
#004 "진리에는 권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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