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아픈 이유들은 다양하다. 같은 이유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다섯살은 그 나름의 이유때문에 아프고 열살도 그 나름의 이유때문에 아프고 열 다섯살도 그 나름의 이유때문에 아프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남이 보기에는 이유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 남과 나는 다르니까.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왜 그거가지고 그렇게 아프니, 그건 나중에 가면 다 별거 아니야,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라는 식으로 폄하하면 안되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그러는 경우를 나는 너무 많이 봐왔다. 왜 그거 가지고 그래. 니가 열심히 하면 되잖아. 조금만 버텨. 친구 없어도 혼자서 지내면 되지. 남 신경 쓰지마. 그렇게 청소년의 아픈 이유를 낮게 보고 어자피 다 지나갈 일로 보면 청소년들은 더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된다.
이 책은 청소년을 낮게 보지 않아서 좋았다. 물론 청소년 대상의 책이니 청소년을 낮게 볼 수는 없겠지만, 남들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고민들까지 진지하게 서술해주어서 좋았다.
청소년들의 고민은 묶을 수 없다. 청소년들도 모두 하나하나의 개개인이다. 개개인은 모두 개개인이기 때문에 같은 고민들보다는 무궁무진한 다른 고민들이 어마하게 많을 것이다. 단지 청소년이라 해서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겠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체로 가지고 있는 고민들과 아픔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것들을 챕터로 나눠서 서술했다. 읽으면서 정말로 내가 하고 있었던 고민 같은 것들도 나와있고 내 주변에 친구들이 하던 고민들도 나와있었다. 사실 딱히 이 책을 본다고 해서 그런 것들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이 책을 보고 바로 해결될 일들이라면 진작에 해결되었겠지. 그것보다 나는 내 생각과 고민이 별거 아닌게 아니라고 느껴져서 좋았다. 의사가 책으로 직접 내서 서술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말해주고 그냥 그런 것만으로 내 생각과 고민은 그래도 무게가 있는 것이었구나. 별거 아닌게 아니었구나 생각이 되었다.
이 책에서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일단 친구가 있다. 사실 친구 고민같은 건 말하기 좀 부끄러웠다. 내가 어리다는 증거같았고 고작 이런게 뭐라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른들이라고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게 아니니 다 똑같은 것 같다. 또 사실 많이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부모님이 있다. 이 책에서 읽으면서 되게 뜨끔했던 것이 있다. 일부러 상처를 내려고 하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오직 상처를 주려는 목적 하나로 하는 말. 그것들의 예시를 보고 진짜로 철렁했다. 내가 했던 말들도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하면서는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정말로 상처를 주려는 목적 하나로 한 말이 맞았다. 부모님한테는 사실 화가 날 때가 많다. 정말 많다. 하지만 자식 입장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화는 나는데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렇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진짜 그런 말은 하지 말아야지 했다.
십 대의 마음은 두서없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은 두서없고 복잡한 것이다. 이것을 사람들이 좀 계속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의 십대도 이제 별로 안남았다. 나의 십대가 지나면 이제 이 책에 나와있는 아픈 일들은 겪지 않게 될까. 어떤 건 계속 겪을 수도 있겠지. 나의 남은 십대가 덜 아프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