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적 지식과 사변적 지식
나는 왜 블록체인을 공부하는가?
블록체인 입문자를 위한 입문서와 동영상 추천
5월은 계절의 여왕이지만 나에게는 자기성찰의 계절이다. 지난 주말 초등 동창이 내게 별 뜻 없이 던진 “나같으면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는 20대나 30대들이 활동하게 넘겨주고” 라는 말은 나에게 큰 자극은 되진 못했으나^^ 최근 미국에서 한국을 처음 방문한 딸아이 동창인 미국인 친구와 함께 템플스테이에서 20분간 눈을 멀뚱멀뚱하게 뜬 채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어색한 참선의 시간이 있었다. 답을 찾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고 나의 영육은 잡념과 망상 사이에서 꼼지락거렸다. 실은 지난 몇 개월간 내 자신에게 왜 지천명의 나이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월세를 내는 패스트파이브라는 공유오피스에서 이렇게 일하고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이 얼마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라는 자문을 되뇌였던 터였다. 물론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리고…
일찍이 고 신영복 선생님은 경험적 지식은 사변적 지식보다 얕은 지식이라고 말씀하면서도 "실천에서 나와 실천으로 돌아가는 것이 참다운 지식이다"라고 역설하셨고, 평생 나에겐 머리 속이 복잡하거나 허망함을 느낄 때 어제의 난제에 대한 오늘의 실마리를 제시해주었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주체적인 이해를 위한 순수 이성과 실천 이성의 상보적 통합에 귀의하여 사유하게 된다. 나에게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며 얻는 지식과 실천적 행동은 경험적 지식을 제공하며 사변적 지식 습득에 대한 동기부여와 방법을 제시해준다. 반면 사변적 지식은 나에게 일터에서 프로젝트를 통한 경험적 지식과 사고 활동과 리더십의 길잡이가 돼준다.
블록체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줄곧 지식의 최전선에서 우왕좌왕해왔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블록체인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2년전 금융권 프로젝트 컨설팅을 하면서 선진 핀테크기법 중의 하나로서 매우 피상적인 정도였고, 작년 인공지능연구소에서 교육팀장으로 일하면서 만나게 된 MIT 미디어랩 존 클리핑거 교수의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은 새로운 데이터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었고 나에겐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러니까 4차산업이니 지능정보기술 자체보다는 이 기술로 새로운 커뮤니티와 규칙과 제도와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매우 생생하고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었다. 그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고 문헌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의 본질은 제3자(third party)의 개입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암호화기술과 데이터 분산저장 기술에 기반한 신뢰기술이다. 이 기술로 인하여 참여자에게 인센티브와 주권을 돌려주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창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인공지능기술이라고 일컬어지는 딥러닝이나 기계학습보다 더 범용 기술이고 큰 메리트가 있으며 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현 체제나 정부의 시스템과 상호보완 및 결합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직도 블록체인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선 머나먼 길을 가야하지만 나의 짤막한 입문 여정을 기록하고 공유해보고자 한다.
블록체인과 새로운 경제생태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가치제안에 관련된 책으로 두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블록체인혁명 by 돈탭스콧 et al.
-블록체인노믹스 by 오세현, 김종승
“가치템플릿에 따라 체결하는 딜은 모든 벤처에서 아티스트를 한 사람의 기업가이자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며, 이는 새로운 가치 창출에 필수적이다. 불공정한 출발을 조장하는 기존 서류 계약서에 작별을 고할 수 있다.”
“블록체인상에서 존재하는 분산의 투명 원장을 통해 곡 하나가 얼마의 수입을 창출하는지, 현금 흐름의 규모가 얼마이고, 타이밍이 언제인지, 누가 그 정도의 퍼센테이지를 얻어 갔는지를 누구나 알 수 있다. 각자의 서류에 바탕을 둔 구식 회계 시스템이 이면에 숨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용자 저작권 보유 원칙 (Work-Made-For-Hire)에 따른 수입에서부터 로열티 수입에 이르기까지 수입의 원천에 따라 따로따로 태그를 붙일 수 있다. 회계,감사, 세무가 훨씬 쉬어진다. “
“아르헨티나의 스트리미엄(Streamium)은 스트리밍 비디오 200밀리세컨드마다 1000분의 1페니를 부과하죠. 스트리미움은 계획한 바를 이행하기 위해 다중서명(multisig), 시간봉쇄거래(time-locked transactions), 원자가(atomicity), 합계일체성(sum integrity)을 활용합니다. 프로듀서들은 요금이 지급된 비디오만을 공급하며 소비자들은 실제로 소비한 비디오에만 요금을 지급합니다.그들은 1초에 다섯 번씩 이 계약을 재협상합니다. 이 와중에 어느 한 당사자라도 떨어져 나간다면 계약은 종료하고 그들 사이의 가장 유리한 거래가 현실화됩니다.”
“사용 통계 데이터 분석이 아티스트의 손에 쥐어지며, 적합한 광고주와 후원자를 끌어들이고, 투어를 기획하며, 프로모션과 크라우드펀딩 자원, 미래의 창조적인 협업 관계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획한다. 이 모델은 “당신의 팬들이 분포된 지역이 어디인지, 그들의 나이가 얼마인지, 그들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지를 비롯해 전 세계에 걸친 수많은 길 잃은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다.”
-[블록체인 혁명]에서 발췌.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혁신의 트리거가 요구된다. 기술적 관점과 비즈니스 관점, 그리고 사회문화적 관점이 결합될 때 혁신의 효과는 증폭된다.”
“블록체인은 플랫폼 모델의 독점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백엔드까지 분산하기 위한 노력들이 시도된다. 모든 시스템에는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있는데 공유경제서비스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프론트엔드 인터페이스는 p2p구조에 의존하지만 호스트와 게스트의 매칭과 적정가격 추천은 사실상 중앙집중식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된다. 집중화된 통제모델은 수익의 차별화를 고착화하거나 알고리즘을 통한 불평등의 심화를 야기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신뢰 네트워크는 바로 이러한 중앙집중형 벡엔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이다.”
-[블록체인노믹스]에서 발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기술적 요소와 해시함수의 개괄적인 이해는
-Mastering Bitcoin by Antonopoulos
키, 주소, 지갑, 거래 생성에 대한 기술이 개발자 뿐 아니라 나를 포함한 비개발자 독자를 위해서 쓰여졌다. 직접 코딩으로 프로그램을 해보지 않으면 쉽게 감이 오지 않는 내용이 상당 부분 있다. 기술의 개괄적인 이해에 도움이 된다.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 by 김승표.
앞의 책보다 훨씬 쉽고 얇은 책이다. 책에 오자가 눈에 좀 띈다.
블록체인 입문을 위한 지식 보고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피넥터보고서를 추천한다.
제1호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정과 이해’
제2호 ‘금융기관을 위한 블록체인의 이해’
제3호 ‘분산원장 산업 동향과 통계’
블록체인을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20분 미만의 훌륭한 강연은 당연 테드이다. 그 중 3개를 꼽으라면
-The future of money by Neha Narula
네하 나룰라는 MIT대학의 DIgital Currency Initiative 교수로서 화폐 미래학자이자. 한국어자막 제공.
-Blockchain: Massively Simplified | Richie Etwaru | TEDxMorristown
블록체인의 축약모형으로 설명하는 신뢰기술에 대한 Richie Etwaru의 강연이다.비즈니스 거래에서 신뢰의 갭(trust gap)을 줄일 수 있는 블록체인의 기회와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Richie Etwaru는 Fortune 지 500대 기업 임원, 국제 특허 소유자이자 벤처 창업가, 기조 연설자로서 사고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뉴욕 시러큐스 대학교의 블록 체인 (blockchain)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온라인 강연 시리즈를 추천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프린스턴대 강연시리즈를 추천하겠다.
프린스턴대 11개의 Lecture Series
Arvind Narayanan
Edward W. Felten
https://www.cs.princeton.edu/~felten/
Joseph Bonneau
-3명(+1명 초청교수)의 교수의 강연이 유기적으로 연결
-컴퓨터공학과 교수이나 비전공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직관적, 은유적 설명
(예를 들면 centralization-decentralization의 설명을 스쿠루지 코인으로 설명)
교재 및 과제: http://bitcoinbook.cs.princeton.edu/
교재 초고본 https://d28rh4a8wq0iu5.cloudfront.net/bitcointech/readings/princeton_bitcoin_book.pdf
동영상 강의:
후에 강연별로 정리하여 제시할 예정이다.
악센트가 조금 있긴 하지만 Mastering Bitcoin의 저자 안트로풀로스 교수의 강연 시리즈도 추천한다.
블록체인은 모든 비즈니스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얘기해왔고 플랫폼 기술인 이더리움도 EOS도 모두 아직 확장성과 효율성 면에서 한계가 있는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MIT 테크놀러지 리뷰의 블록체인 특집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유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http://it.chosun.com/news/article.html?no=2852215&sec_no=-1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마이크 오컷은 블록체인의 위험을 세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코넬대학 연구팀이 발표했듯 50% 이하의 마이닝 계산능력을 가지고도 다른 블록체인 컴퓨터 노드를 속여 이미 완료한 채굴작업을 다시 하도록 속이고, 자기만 유효한 채굴작업을 독점하는 것이 가능하다.
둘째, 블록체인 노드는 서로 통신을 할 수밖에 없다. 컴퓨터의 통신 부분을 해킹해 다른 노드에서 오는 정보를 왜곡하거나 거짓정보를 보내 무효한 채굴작업을 반복하게 만들어 거짓 거래 정보를 승인하도록 만들 수 있다.
셋째, 블록체인은 필연적으로 인터넷에 의존하고 많은 응용프로그램 및 시스템과 연동돼야 한다. 이런 응용 시스템의 취약점을 통해 해킹이 가능하다. 기존 온라인 시스템이 피할 수 없는 사용자의 암호를 탈취당하는 문제가 블록체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인류문화와 역사가 정반합의 변증법에 의해 발전해왔듯이 블록체인 역시 명확한 가치와 이점이 제시된다면 현 기술의 난제들도 해결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함께 공부해가면서 문제점과 해결책도 논의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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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스팀잇 기고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전액 청년 창업 지원금에 쓰여집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블록체인 입문기, BB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