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김어준 발언을 두고, 오독 또는 난독 했다는 주장이 있던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물론 일부 오둑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대부분은 그의 말, 그 맥락을 이해못해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분들이 피해자들의 상황과 심정에 더 몰입해있기 때문에, 김어준 처럼 영향력이 쎈 사람이 한 발언이 미칠 결과를 우려해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민의 최근 발언도 그렇고, 이를 지지하는 이들이 놓치는 지점은, 김어준, 김용민. 이 둘이 이미 매우 큰 영향력을 지닌 오피니언이라는 점이다. 이것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무시해서 그런다고 주장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다. (그거야말로 스스로를 피해자, 재야에서 싸우는 의인이라는 식으로 계속 포장하고 대중에게 마케팅하는 것)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해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다. 그 영향력을 잘 알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우려의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미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오독과 난독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하고 있지 않고 김어준을 신뢰하는 이들이 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김어준의 얘기가 그런 의미가 아니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가정하에.) 이미 그들 중 상당수가 미투 운동에 나서는 피해자들의 진실 검증에 나섰다. 또한 이것이 삼성이나 그 밖의 사건을 물타기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피해사실이 거짓이 아닌 이상, 성폭력 피해자를 앞에 두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이슈를 이슈로 덮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렇게 이용하는 이들에게 잘못을 물으면 된다. 피해자들은 잘못이 없다. 피해자들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용기를 내어 피해사실을 알린 이들을 격려해주고, 그들이 앞으로 2차 가해를 당하지 않도록, 그들이 공익제보자로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나서서 도와주는 일이다. 근데 "너 다른 불순한 의도로 말하는 거 아냐? 너 왜 지금 타이밍에 피해사실을 얘기해"라고 말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몰지각한 일인가. 그게 김어준이 의도한게 아니었다 할지라도, 그의 발언의 결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만약 김어준이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것을 예측 못했다고 하면 그는 지금까지의 다른 예측도 의심해 봐야할 정도로 멍청한 거고, 그걸 예측했으면서도 그런 발언을 했다면 정말 나쁜 사람이다. 어느 쪽이든 그의 발언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성폭력, 젠더 감수성의 문제는 좌우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계층, 계급 문제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예외없이 모든 영역에서 이와 관련해서는 후진적이었기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진 일이고,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서야 거기서 벗어나려고 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 단계에서 김어준은 마치 우물에 독을 뿌리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한 거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가진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인지하지 못한다. 이번에도 아무런 반성과 사과없이 넘어갈꺼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 분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