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변호사 시험 발표가 불과 이틀 남았네요.
이틀 전 쓴 나의 한심한 변호사 시험 합격기 1편 - 탈락과 나의 한심한 변호사 시험 합격기 2편 - 지독한 후회에 이어 오늘은 시험 한 달 전 구질구질한 신림동 독서실에서 밤 열두시에 손으로 작은 아이폰 액정을 꾹꾹 누르며 썼던 글을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나는 내 삶을 후회하지 않노라고 말해왔지만 그건 개폼 잡느라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후회한다고 말할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젊은 날의 헛된 욕심 때문에 이 길을 택했다. 운이 좋았다고 믿었던 순간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좀 더 겸손했다면 조금 더 현명했다면 더 잘할 수 있는 걸 택하지 않았을까.
바꿀 수도 없다. 평범한 사람이 막연한 가능성만으로 자기 진로를 이탈했을 때 일반적으로 맞이하는 부정적 결과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 서른 해 가까이 살아오며 나는 내 역량이 명백히 평범한 수준이라는 걸 인지했기에 자기 트랙을 벗어나 무엇을 할 용기 따위는 전혀 없다.
나약한 사람인 주제에 인생의 목표를 행복에도, 의미에도 두지 않는 것은, 그런 것은 의식할수록 얻기 어렵다는 경험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에 천착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사람은 고통과 불운에 개의치 않을수록 마음이 편할수있더라.
그래서 한때는 싸우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그닥 싸움꾼 독종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그 생각도 접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첫학기에 200명의 신입생 중 2등 안에 들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학적이 말소되는 조건으로 하버드에 합격했다. 그는 하버드 이외의 다른 유수의 명문대들은 무조건부 합격을 했음에도 그 원서들을 다 찢어버리고 하버드를 택했다. 그리고 그는 2등과 50점 정도의 차이를 내고 하버드 정규 재학생이 되었다. 이쯤 되면 제법 저명한 인사일 것 같지만 이제 노년을 향해 가는 이 사람도 생각보다는 평범하게 산다. 그런 정황으로 보건대 합격률이 반이 넘는 시험에서 노심초사하며 헤매는 딱한 나는 별 볼 일 없는 놈으로 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듯 싶다. 그러니 뭐 어디 신이 나야 말이지.
그래서 행복과 의미는 물론 승리조차 좇을 수 없는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내 인생은 보리 한 톨처럼 대수롭지 않은 것이고 따라서 복잡하게 고민하면 지는 거라고.
그래도 또 모르는 것 아니겠냐. 그러니 한 번은 살아보자. 꼴통이었던 케네디는 부자 아버지가 예일대에 잔디밭을 깔아준 덕분에 겨우 대학에 입학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유능한 리더로 기억할 뿐이다.
마음먹은대로 되는 일은 없다만, 불평 안 하고 살다보면 의외로 재밌는 일도 많더라. 무엇을 꼭 해야겠다고 말하는 게 오만이라면 나는 절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무례함이다.
단 아마 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죽을 때까지 몇 가지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모호한 가치는 재껴두고 억지 따위 부리지 말고, 구체적으로 내 삶과 어울리는 것을 하자. 나를 섣불리 드러내지도 말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아쉬워할 것도, 불평도, 멈추는 것도 없이.
- 2013年 12月 1日